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 소아청소년과 강희정 교수

최근 영유아 부모들 사이에서 아이의 머리 모양을 바로잡아준다는 ‘교정 헬멧’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자녀의 뒤통수가 납작해 보인다는 이유로 밤잠을 설치던 한 부모가 수백만 원에 달하는 맞춤형 헬멧 견적을 받고 고민 없이 결제했다는 사례는 이제 드문 일이 아니다. "지금 아니면 평생 머리 모양이 굳어진다"라는 커뮤니티의 조언이 부모의 불안감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용적 목적에 매몰되어 전문가 진단 없이 고가의 치료를 시작하기에 앞서, 우리는 사두증의 본질과 올바른 육아법에 대해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다.
사두증은 영아의 두개골이 한쪽으로 납작해지거나 비대칭적으로 변형된 상태를 말하며, 크게 ‘자세성 사두증’과 ‘두개골 조기 유합증’으로 나뉜다. 다행히 영아의 약 3%가 겪는 대부분의 사례는 두개골 자체에 문제가 없는 자세성 사두증이다. 이는 성장 과정에서 외부 압력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생후 3개월 이전에 발견한다면 수면 시 머리 방향을 유도하는 생활습관 교정만으로도 충분히 호전될 수 있다. 반면 희귀질환인 두개골 조기 유합증은 뇌 성장을 방해할 수 있어 수술적 치료가 필수적이므로, 영상 검사를 통한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이 선행되어야 한다.
흥미로운 점은 사두증의 증가가 역설적으로 ‘가장 안전한 수면 자세’를 강조하는 과정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다. 영아돌연사증후군(SIDS) 예방을 위해 아기를 똑바로 눕혀 재우는 ‘앙아위’가 확산되면서, 뒤통수가 납작해지는 단두증이나 비대칭 사두증이 유발될 가능성도 함께 높아졌다. 하지만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 소아청소년과 강희정 교수는 이러한 자세성 사두증은 생활 습관 교정만으로도 충분히 예방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그 핵심 해결책이 바로 ‘터미타임(Tummy Time)’이다. 아기가 깨어 있는 동안 배를 바닥에 대고 엎드려 놀게 하는 이 시간은 대근육 발달을 촉진할 뿐만 아니라, 머리 뒤쪽에 가해지는 압력을 분산시켜 두개골 변형을 효과적으로 방지한다. 생후 초기에는 하루 2~3회, 1회당 3~5분 정도로 시작해 점차 시간을 늘려 하루 총 30~60분을 목표로 수행하는 것이 좋다. 다만 질식 위험이 있는 푹신한 환경을 피하고 보호자의 세심한 관찰 아래 진행해야 하며, 아기가 힘들어할 때는 즉시 휴식을 취하게 해야 한다.
물론 사두증의 정도가 심해 교정 헬멧 치료가 불가피한 경우도 있다. 헬멧 치료는 두개골이 말랑한 생후 6개월 이전에 시작해야 효과가 극대화되며, 돌이 지난 후에는 뼈가 굳어져 효과가 급격히 떨어진다. 그러나 무턱대고 고가의 장비에 의존하기보다 평소 머리에 가해지는 압력을 분산시켜 주려는 부모의 노력이 선행되어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결국 사두증 관리의 핵심은 ‘조기 발견’과 ‘올바른 육아 습관’이다. 우리나라는 정기적인 영유아 검진 체계가 매우 잘 갖춰져 있다. 검진 시 전문의에게 아이의 머리 모양을 세심하게 확인받고, 치료가 정말 필요한 상태인지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우선이다. 유연한 아기의 머리뼈는 잠잘 때를 제외하고 자세를 자주 바꿔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예쁘게 자리 잡을 수 있다. 부모의 불안이 만든 고가의 장비보다, 아이와 함께 바닥에서 몸을 맞대고 노는 터미타임 한 번이 아기의 건강한 성장을 돕는 가장 값진 투자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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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숙 기자 다른기사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