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구체신염, ‘소변 변화와 부종’으로 경고 보내

▲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우리 몸에서 정수기 필터 역할을 하는 신장은 기능이 상당히 떨어질 때까지 특별한 통증을 유발하지 않는 ‘침묵의 장기’로 불린다. 평소와 달리 사소한 소변 변화가 나타나거나 눈과 다리에 부종이 반복된다면, 이를 단순히 피로나 일시적인 증상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 이는 신장에서 혈액을 걸러내는 핵심 구조인 사구체에 염증이 생기는 ‘사구체신염’의 강력한 신호일 수 있기 때문이다.

사구체는 신장에서 혈액을 여과하는 기본 단위로, 미세한 모세혈관들이 실타래처럼 뭉쳐 있는 구조이다. 한쪽 신장에 약 100만 개씩, 양쪽 합쳐 약 200만 개가 존재하는 이 정밀한 필터는 우리 몸의 노폐물을 걸러내는 생명 유지의 핵심이다. 사구체신염은 면역 기능의 이상으로 인해 이 필터 조직에 염증 반응이 일어나는 질환을 통칭하며, 이 과정에서 혈뇨와 단백뇨, 부종, 그리고 전반적인 신기능 저하가 나타나게 된다.

사구체신염의 원인은 매우 다양하지만, 주로 면역학적 기전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다. 여기에 대사 장애나 혈류 이상, 독성 물질 노출, 감염, 유전적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질환을 유발한다. 특히 사구체신염은 하나의 독립된 질환이라기보다 여러 원인에 의해 나타나는 다양한 질환군을 포함하므로, 환자마다 질환의 형태와 예후가 크게 달라지는 것이 특징이다.

증상 역시 질환의 유형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가장 흔한 형태인 ‘IgA 신증’은 면역글로불린 A(IgA)가 사구체에 침착되면서 발생하는데, 주로 감기나 상기도 감염을 앓고 난 뒤 반복적인 혈뇨 증상을 보인다.

반면, 하루 3g 이상의 심한 단백뇨와 함께 몸이 퉁퉁 붓는 전신 부종이 나타난다면 ‘신증후군’을 의심해야 한다. 이 밖에도 소아나 젊은 성인에게서 연쇄상구균 감염 이후 발생하는 급성 사구체신염부터, 수주 만에 신부전으로 진행되는 급속 진행형 사구체신염까지 그 양상이 매우 폭넓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소변 및 혈액 검사를 우선 시행하며, 치료 방향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단계는 신장 조직 검사이다. 특히 성인에게 단백뇨가 지속되거나 신기능이 빠르게 악화하는 경우, 조직 검사를 통해 원인을 명확히 규명하는 것이 예후를 결정짓는 핵심적인 열쇠가 된다.

치료는 근본 원인에 따라 맞춤형으로 진행되며, 기본적으로는 단백뇨를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필요에 따라 스테로이드나 면역억제제를 처방하며, 혈압 조절을 위해 안지오텐신 수용체 차단제를 사용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구체신염을 방치할 경우 만성 신부전으로 이어질 위험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일단 만성 신부전으로 진행되면 신기능을 이전처럼 회복하기가 매우 어렵고, 결국 혈액투석이나 복막투석 같은 신대체요법에 의존해야 할 수도 있다.

따라서 환자 스스로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을 시도하거나 진통제를 임의로 복용하는 행동은 금물이다. 소변 이상이나 부종이 지속된다면 즉시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고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소중한 신장 건강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길이다.

<저작권자 ⓒ 헬스위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태형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