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을지대학교병원 안과 이수나 교수

‘콘택트렌즈’란 사전적으로 ‘안경 대신에 눈의 각막에 직접 붙여서 사용하는 렌즈’를 의미하는 것으로, ‘일반 안경으로는 시력교정 효과가 적은 심한 근시, 원시, 난시 따위의 교정을 위해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첨언 돼 있다. 그리고 다음을 잇는 말은 ‘최근에는 미용을 목적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이다. 다시 말해 ‘의료 보조 도구’가 ‘미용 아이템’화한 것이다. 그렇다 보니 ‘렌즈’라는 말은 곧 ‘컬러렌즈’를 뜻하는 말 같기도 하다. 시력이 정상임에도 불구하고 신비로운 눈동자를 지향하는 많은 이들이 애용하고 있다. 연예인에 국한된 수요도 아니다. 수요는 남녀를 불문한다.
하지만 건강한 눈에 필터를 씌웠으니, 부작용이 없을 수가 없다. 직장인 김 씨에게도 그러했다. 언제부턴가 눈 주위가 빨갛게 충혈되기도 하고, 어느 날은 눈앞이 뿌옇게 흐려지는 증상이 나타났다.
장시간 착용 시 각종 안구질환 유발
컬러렌즈는 눈망울을 크고 또렷하게 만들어주는 미용 아이템이다. 눈동자와 비슷한 검은색부터 갈색, 회색, 파란색 등 다양한 종류의 컬러와 무늬로 서양인들과 달리 눈동자의 색이 비슷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개성표현을 위한 수단이 되고 있다.
다양한 색을 삽입하기 위해 컬러렌즈는 총 세 겹으로 구성된다. 이때 색소가 눈에 닿지 않도록 한가운데에 착색제를 이용해 색을 삽입하는데, 여기에 사용된 착색제가 렌즈 표면의 미세한 구멍을 막아 산소 투과율을 떨어뜨린다. 산소 투과율은 쉽게 말해 눈이 숨을 쉴 수 있는 정도를 말하는데, 투과율이 낮으면 낮을수록 산소 투과가 힘들어진다. 이 때문에 눈이 쉽게 건조해지고 뻑뻑한 느낌을 받을 수 있으며, 각막 표면에 상처를 주어 안구표면이 거칠어질 수 있다.
착색제가 주입된 컬러렌즈를 장시간 착용할 경우 세균이 쉽게 번식할 수 있다. 이로 인해 각막염이나 결막염은 물론 각막 상피가 벗겨지는 ‘각막미란’이나 검은자 위에 세균이 침투해 하얗게 염증이 생기는 ‘각막궤양’ 등 각종 안구질환이 발생할 수 있고, 시력저하를 동반하거나 심할 경우 실명을 유발하기도 한다.
“부작용 경험에도 이미 ‘중독’ 됐어요”
문제는 시력이 불안정한 청소년들 사이에서도 컬러렌즈 사용이 흔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청소년은 시력교정 목적이 아닌 미용을 목적으로 도수가 없는 컬러렌즈를 착용하고 있다. 게다가 미용을 목적으로 판매되는 컬러렌즈는 가격이 저렴하고 구매하기도 쉬워 청소년들이 쉽게 손에 넣을 수 있는데, 이는 시력 발달 중인 청소년들의 눈 건강에 위험요소가 될 수 있다.
또 부작용에 대해 충분히 알고 또 실제로 안구질환을 경험했음에도 불구하고 컬러렌즈 사용을 멈추지 못해 ‘중독’의 기로에 서 있는 사람들도 있다. 대학생 백 씨는 “안구건조증은 물론이고 결막염이나 각막염, 심하게는 렌즈를 당분간 착용하지 말라는 전문의의 조언에도 어쩔 수 없이 착용하게 된다”며 “컬러렌즈를 빼고 나면 내 눈이 흐리멍덩한 생선 눈처럼 보여 거울을 보기가 꺼려지고 남을 마주하기가 싫어져 증상이 심할 때는 어쩔 수 없지만, 어느 정도 가라앉고 나면 다시 착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건강한 렌즈 착용, 해답은 ‘위생’에 있어
어떤 렌즈인지를 떠나 착용을 위한 필수코스는 바로 ‘위생적인 관리’이다. 우선 렌즈를 만지기 전에 손을 깨끗이 씻고, 마른 수건으로 손의 물기를 완전히 제거한 후 렌즈를 만지는 것이 좋다. 또 렌즈를 보관함에 오랫동안 보관하는 것은 좋지 않으며, 기간이 오래된 약품이나 식염수 등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편의상 렌즈를 욕실에 보관하는 경우가 많은데, 습한 환경에서 곰팡이가 잘 생기므로 가급적 습도가 낮은 곳에 보관하는 것이 좋다.
렌즈 보관함은 매일 세척해 건조시킨 후 새 용액을 넣어주되, 보관함은 1~3개월 주기로 새것으로 바꿔주는 것이 좋다. 렌즈를 세균 번식이 쉬운 식염수만으로 세척하고 보관하는 것은 위험하므로 전용 세척액으로 깨끗이 세척해주고, 수돗물에는 안구질환을 일으킬 수 있는 각종 세균과 미생물이 있으므로 수돗물 세척은 피하는 것이 좋다.
위생을 고려해 일회용 렌즈를 선호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한 번만 사용하고 버리기 아깝다고 해서 며칠을 재사용하면 ‘말짱 도루묵’. 렌즈마다 권장된 사용주기 혹은 교체 주기를 지켜주는 것이 좋으며, 만일 이상 증상이 느껴진다면 렌즈 사용을 즉시 중단하고 빠른 시일 내에 전문의를 찾아 진료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컬러렌즈로 인한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될 수 있으면 렌즈를 착용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굳이 착용해야 한다면 전문의를 찾아 눈 건강을 점검하고, 자신에게 맞는 렌즈를 찾도록 한다. 시력교정용 콘택트렌즈의 하루 최대 권장 착용시간은 8시간이다. 이에 비해 컬러렌즈는 산소투과율은 더 낮기 때문에 하루 최대 4시간을 넘기면 안 된다. 그리고 렌즈를 착용한 상태에서의 수면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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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훈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