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세종병원 정형외과 박준수 과장

심장병 환자, 심장병 수술 환자, 심실보조장치(VAD) 혹은 심장박동기 삽입 환자들은 병원 가는 일이 익숙하다고들 한다. 오래도록 지리멸렬한 치료과정을 거쳐왔기 때문이다. 익숙한 병원길 그러나 또 한 번의 시술 및 수술은 걱정이 앞서기 마련이다. 인생의 큰 고비를 넘겼는데, 또다시 수술이라니 두렵고 피하고만 싶을 것이다. 고령 환자의 경우는 더 그렇다. 그렇지만 사람 앞일은 예견할 수 없다. 살다 보면 다치거나, 노화로 몸이 고장 날 수 있다.
퇴행성 질환인 어깨 회전근개 파열이 대표적이다. 어깨를 돌리게 하는 힘줄인 회전근개의 파열은 무리한 사용 또는 외상으로 발생하기도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힘줄에 염증이 발생하고 이어 파열로 이어지는 퇴행성 원인이 가장 많다. 여성에게서 발병 빈도가 높으며, 단순히 오십견으로 생각하고 주사 치료만 유지하다 결국 힘줄 파열이 악화되는 경우가 흔히 발생한다.
회전근개 파열은 치료를 미뤄서는 안 된다. 시술 혹은 필요하다면 수술도 고려해야 한다. 다만 환자들은 그저 심장병을 가진 몸 상태가 과연 또 다른 치료과정을 버틸지 걱정일 뿐이다. “심장병 치료과정에서 복용하는 항혈전제로 인해 어깨 수술을 하면 과다 출혈이 생길 것이다”, “마취하면 심장 기능이 악화될 것이다” 등 걱정이 대표적이다. 이 때문에 어깨 수술이 필요해도 약으로 버티고 참고 지내는 경우가 많았는데, 모두 과거 얘기다.
심장 기능에 대한 정확한 평가, 수술 전·후 처치, 심장 환자별 최적화된 견관절 술기의 변형 적용 등 점차 의학 기술이 발전하고 있다. 심근경색으로 관상동맥 스텐트를 삽입한 환자, 심지어 관상동맥우회술, 심장 판막 수술, 대동맥 박리 수술 등 개흉술 경험이 있는 환자에까지 어깨 수술에 대한 문턱이 많이 낮아졌고, 좋은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심박동기 삽입 환자의 경우 어깨 수술 중 물이 많이 들어갈 수 있어 수술은 지양하고, 주사 요법 및 견관절 물리치료 같은 보존적 방법을 주로 사용하는 등 사례별 다양한 임상 노하우도 쌓였다.
회전근개 파열 치료는 관절 강직, 근 위약, 심한 통증 등 견관절 증상에 대한 면밀한 평가가 우선된다. 자기공명영상(MRI), 초음파 등 영상 검사와 더불어 신체 검진도 매우 중요하다. 주된 증상과 원인이 되는 회전근개 상태에 따라 보존적 요법 혹은 수술 여부를 결정한다. 기본적으로 심장에 대한 치료가 안정된 후에 어깨 수술을 고려하는 것이 원칙이다. 돌다리 두드리듯 반드시 어깨 수술 전 심장 기능에 대한 정확한 평가 후에 가능 여부를 결정하고 수술을 계획하게 된다. 수술 전 평가에서 심장 기능이 많이 저하된 상태면, 수술 계획을 일단 중단하고 회복 추이를 확인한 뒤 다시 수술을 고려하게 된다.
이 모든 걸 가능하게 하는 게 협진이다. 심장병 환자가 어깨 수술을 하게 될 때 정형외과, 영상의학과는 물론 심장내과, 심장혈관흉부외과 등 진료과와 유기적인 협진이 필수다. 단단한 협진은 혹여 발생할 수 있는 위급상황을 차단하는 등 안전성을 높인다. 수술 후 예후도 좋다. 혜원의료재단 세종병원은 국내 유일 심장전문병원을 보유하고 있어 이 같은 심장치료 및 협진 노하우를 탑재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심장병 환자 중에 어깨 환자가 많다. 더는 병을 키우거나 불안해하지 마시고, 세종병원 의료진과 함께 방법을 찾아보길 권한다. 심장병이 있어서 다른 수술을 하기 망설여지는 부담감, 그 속에서도 반복되는 지긋지긋한 어깨 통증, 모두 분명 없앨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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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이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