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어닥 박재병 대표이사
챗GPT가 촉발한 AI(인공지능)에 대한 전 세계적 관심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이세돌과의 바둑 승부로 우리에게 충격과 놀라움을 안겨줬던 알파고 이후 AI의 양상은 실제 산업에 적용될 수 있는, 보다 구체적인 모델로 계속 발전하며 세분화되고 있다.
요양산업도 예외는 아니다. 이미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곳곳에서는 돌봄 모니터링이나 치매 예방 등 AI 로봇이 시니어 케어를 보조하며 어르신들 곁에 자리하고 있다.
·4차 로봇 계획과 간병 지옥
올해 1월 산업통상자원부는 ‘제4차 지능형 로봇 기본계획(2024~2028)’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민관이 약 30조 원을 투자해 로봇 100만대를 산업과 사회의 각 분야에 보급하는 내용이 담겼다. 정부 차원의 로봇 산업 육성 및 지원으로 시니어 케어 시장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간병·돌봄 로봇이 개발된다는 것이다.
이 같은 내용은 지난 12월 정부의 ‘국민 간병비 부담 경감방안’이 발표될 때에도 함께 언급된 적이 있었다. 정부는 이미 배설, 이동, 목욕, 식사, 욕창 예방 등을 돕는 로봇 연구 및 개발에 450억 원을 투자해 지원하고 있으며, 노인이 많은 임대주택을 중심으로 개발된 로봇들을 배치하는 등 사회서비스 연계모형과 병행해 개발하는 것을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한 달 월급 수준과 맞먹는 간병 비용과 현저히 부족한 인력으로 인해 ‘간병 지옥’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많은 분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간병·돌봄 로봇의 등장은 상당히 희망적이라고 할 수 있다.
·AI 로봇 in 시니어 케어
그렇다면 현재 활용하고 있는 사례들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먼저, 국내에는 진안군의 ‘빠망이’ AI 돌봄 인형이 대표적이다. 진안군치매안심센터는 미스터마인드의 AI 기술을 활용한 빠망이를 치매 어르신 100명에게 지원했다. 치매 어르신뿐만 아니라 홀로 계시는 어르신들에게 말동무, 노래, 옛날이야기, OX퀴즈 등으로 정서적 교감 활동을 하며 무력감이나 우울감 해소를 돕고 있다.
그럼 가까운 일본은 어떨까? 노인 인구 비율이 우리나라보다 더 높은 일본은 마찬가지로 부족한 간병 인력난을 오롯이 겪고 있다. 일본은 이를 보충하기 위한 간병로봇 개발사가 무려 100개가 있다. 대표적으로는 소니사의 ‘아이보’가 있는데, 해당 로봇은 집안을 돌아다니며 카메라와 AI 시스템으로 돌봄 대상을 찾고 어르신이 쓰러지거나 특이 사항이 발생한 경우 가족에게 사진을 찍어 전송한다.
케어닥 또한 시니어 케어에 있어 AI를 활용하고 있다. 케어닥 케어홈에는 ‘실버가드’라는 AI가 모든 방마다 설치되어 혹시 모를 어르신의 비상 상황을 대비하고 있다. 입주한 어르신의 호흡과 맥박, 체온, 낙상 등을 자동으로 감지해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면 24시간 상주하고 있는 간호사가 세대를 즉각 방문할 수 있도록 했다.
·그래도 사람이 필요하다
하지만 AI 로봇이 간병 인력을 대체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거나 혹은 대체 자체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바로 실버케어의 특징 때문이다.
첫째로 실버에는 굉장히 섬세한 ‘휴먼터치’가 필요한 영역이라는 점이다. 로봇이 요리는 하거나, 청소를 하는 등의 사례는 이미 일상에서 접목되어서 흔하게 보이기 때문에 힘든 간병 일을 로봇이 대체하면 좋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간병과 노인 돌봄에서 식사를 챙기는 과정, 목욕을 시키는 과정에서 단순히 프로그래밍적으로 1.2.3.4의 순서로 진행한다가 아닌, ‘사람으로서, 자녀로서’의 물리적 행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재의 직접적인 물리 로봇과 AI 기술의 수준으로는 ‘자녀보다 더 자녀스러운’ 사람으로서 인식되기까지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두 번째는 실버케어가 ‘정서적 터치’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적지 않은 경우에 노인, 어르신을 아이와 같다라고 착각을 할 때가 있다. 하지만 아이같은 어르신들은 생애주기 후기에 계신 매우 일부 어르신들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어르신들은 ‘성인으로서, 그리고 70년 80년 사회생활과 학습을 마친’ 어른으로서 살아왔고 또한 앞으로도 살아가시길 바라는데, ‘안녕, 안녕하세요. 어떠세요?’ 등의 단순한 음성 AI가 자녀의 안부 통화나 사회복지사의 관심을 대체하기는 어렵다.
물론 전문적인 재활이나 어르신의 거동을 돕는 로봇들은 존재한다. 그리고 실버산업에도 부분적으로 로봇과 AI가 접목되고 있는 만큼 앞으로 ‘사람의 손이 부족한 영역’을 하나씩 대체해나갈 것이다.
그러나 시니어들의 일상을 가장 근접한 거리에서 지켜보는 입장에서, 일반인들에게 별 것 아닌 일조차 ‘사람’이 필요한 순간들이 많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간단한 식사 차림과 섭취, 목욕, 심지어는 손톱이나 발톱 정리까지 말이다.
돌봄은 다양한 전문적 지식과 기준들이 고려된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천차만별인 어르신의 상태에 따라 최적화된 돌봄이 이뤄져야 한다. 단순한 가사 돌봄 외에 어르신이 가진 특정 질환에 따라 해당 질환에 대한 전문적인 관리 지식과 노하우, 경험 등을 고루 갖춘 사람의 관리가 필수적이다. 노인 수명이 늘어나는 만큼 앞으로 더 다양한 케이스가 발생할 텐데, 이에 특화된 AI 로봇을 때마다 만들기는 어려울 뿐만 아니라 오히려 비효율적인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결론적으로는 로봇과 AI가 사람보다 더 사람다울 수 있을 때 제대로 대체될 것이라 생각한다.
오늘보다 내일의 시니어 인구가 더 많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사람의 인력만으로는 온전히 어르신을 케어하기에는 역부족이다.
AI 로봇들이 보조적인 돌봄 도구로서 계속 발전해나가는 것은 중요하지만, 실제 큰 효율을 내며 상용화되기까지 더욱 시간이 걸릴 것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AI 및 로봇과 별개로, 당장 노인인구 1000만 시대를 맞이하며 맞닥뜨린 간병 수요 대란을 해결하기 위한 대책도 매우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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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이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