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대학교의정부성모병원 이비인후과 전범조 교수
안면마비에 대한 치료는 과연 어느 진료과에서 할까? 답은 이비인후과다.
안면신경의 해부학적 구조는 매우 복잡하다. 뇌에서 나온 안면신경은 측두골(귀를 둘러싸는 뼈)내의 좁은 터널을 지나서 측두골 바깥으로 빠져나와서 이하선(귀밑에 있는 침샘)을 관통한 후에 안면근육에 분포한다. 안면신경은 측두골을 통과할 때 많은 분지들을 내는데 그 분지들은 눈물샘, 등골근, 혀, 그리고 침샘에도 분포한다.
따라서 뇌에 문제가 있는 경우에도 안면마비가 생길 수 있지만, 가장 많은 원인은 측두골이나 중이, 즉 귀에 원인이 있는 경우이므로 이비인후과에서 안면마비를 진료하는 것이다.
보통 안면마비는 인구 10만 명당 20명의 비율로 발생된다. 찬바람을 쐬면 안면마비가 발생한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으나 이는 잘못 알려진 건강상식 중 하나이다. 갑자기 발생한 안면마비 중에서 가장 많은 경우가 ‘벨씨 마비’인데,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진 바가 없다.
두 번째로 흔한 원인은 ‘이(耳)성 대상포진’인데 이는 대상포진 바이러스가 귀에 침투하여 안면신경에 염증이 생기는 병이다. 심한 경우에는 난청, 이명, 어지럼 증상도 발생할 수 있다. 벨씨 마비, 이성 대상포진 외에도 측두골 문제, 뇌 문제 등 많은 원인에 의하여 안면마비가 발생할 수 있다.
안면마비의 치료는 진단적 검사의 결과, 즉 원인에 따라 치료법이 좌우된다. 만약 염증이 원인이라면 급성 중이염의 경우는 항생제를, 이성 대상포진과 같이 대상포진 바이러스가 원인이 되는 경우에는 항바이러스제와 함께 소염제를 사용한다. 만약 벨씨 마비나 외상에 의한 경우라면 스테로이드 등의 소염제, 혈액순환개선제, 산소요법 등이 사용된다.
뇌출혈, 뇌경색에 의한 안면마비는 신경과에서 이에 대한 치료를 해야 한다. 뇌종양이나 청신경종양, 이하선종양, 그리고 진주종성 만성 중이염은 수술을 통해 치료가 가능하다. 외상성 안면마비는 대부분 약물치료로 호전되지만, 일부에서는 수술을 통하여 안면신경을 누르고 있는 뼛조각을 제거하고 끊어진 안면신경을 이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회복의 경우 벨씨 마비는 약물치료를 하면 90%이상에서 호전이 된다. 하지만 마비가 다 풀릴 때까지 1개월에서 길게는 3~4개월의 시간이 걸리므로 안면마비가 있는 동안에 몇 가지 주의해두지 않으면 마비가 풀린 후에 또 다른 후유증을 겪을 수 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한 눈을 유지하는 것인데, 눈이 건조하지 않도록 상당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눈물샘에서 분비된 눈물은 눈 깜박거림으로 각막에 골고루 퍼져 각막이 마르지 않도록 하는 역할인데, 안면마비에서는 눈 깜박거림과 눈물의 감소로 안구 건조증이 생겨 각막의 손상을 유발하여 심하면 시력의 소실까지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인공누액을 사용하여 눈을 촉촉하게 유지하고 잠잘 때에는 눈꺼풀을 테이프로 붙여서 강제로 감겨주어야 한다. 이러한 것들은 안과의사와 진료, 상의 하에 사용해야 한다.
안면신경의 마비는 드문 병이 아니고, 매우 다양한 원인에 의하여 발생한다. 적절한 진단과 초기 치료는 안면신경 기능의 회복과 합병증 예방을 위해서 매우 중요하다. 안면마비의 증상은 발생 후 1~2주간은 계속 악화되는데, 이때 안면신경의 전기생리학적 검사를 하면 마비의 정도와 신경의 손상 정도를 알 수 있으며 이를 통하여 환자의 예후를 가늠할 수 있다.
안면마비는 치료와 더불어 환자가 주의할 사항이 많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거울을 보며 초조하게 마음을 졸이기보다는 안면마비 자체에 대해 조금 넉넉한 마음을 갖는 게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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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