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수술없이 간단히 질을 좁힌다’는 달콤한 유혹

리에스여성의원 정창원 대표원장

▲ 리에스여성의원 정창원 대표원장 

최근 수술하지 않고 간단히, 비수술적인 치료 방법을 내세우는 병원들이 유행처럼 늘어나고 있다. 일반 환자들 입장에서 보면 안그래도 수술하면 아프고 겁나기 마련인데 수술을 하지않고 비수술적인 시술로 해결할 수가 있다고 하니 좋지 않을 수가 없다.

더군다나 환자들이 많이 하는 오해가 있다. 심하지 않는 경우에 약으로나 아니면 적어도 시술적인 방법으로 치료하다가, 정 안될 경우에 최후의 수단으로 수술적인 방법을 동원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물론 실제로 그런 질환이나 병의 종류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반대로 질환의 심한 정도와 상관없이 아예 처음부터 무조건 수술적인 방법을 동원해야 맞는 경우도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복압성 요실금의 경우 중증 정도에 상관없이 무조건 TOT라는 수술방법을 써야 하는데, 간혹 환자들 중에는 약으로 먼저 치료해 달라는 얘기를 종종 한다. 반대로 과민성 방광 증상의 경우나 절박성 요실금의 경우에는 수술치료가 아니라 약물치료 밖에 없는데도, 약이 잘 안듣는다며 수술로 확실하게 치료해 달라고 떼쓰는 경우를 보게 된다.

문제는 이런 환자들의 심리상태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려는 병원들이, 의학적 사실에 맞지 않는 무차별적 비수술 마케팅에 더 열을 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수술에 대한 막연한 공포심에 수술보다는 간단한 시술을 원하는 환자층이 더 많다는 시류에 편승하여, 시술로는 효과가 없거나 적응증이 안되는 경우에도 무리하게 수술이 아닌 방법으로 환자를 유도하고 밀어붙이는데 문제가 심각한 것이다.

특히 질축소수술의 경우에 잘못된 비수술 마케팅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최근 질을 축소하는데 있어서 간단한 시술인 질필러나 질레이저를 광고하는 산부인과들이 늘고 있다. 이쁜이수술을 하면 아플까봐 걱정하는 환자들에게, 수술이 아니라서 간단하다며 시술을 가볍게 받아보라고 환자들을 유혹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수술보다 간단한 것은 맞지만 질축소효과도 매우 간단(?)하고 심지어 전혀 없기까지 하다는 것을 얼마나 시술전 환자들에게 제대로 알려줄지 의문이다.

특히나 자연분만이나 체질적인 여러 문제로 골반근육자체가 물리적으로 손상을 받거나 늘어난 경우에는, 수술적 방법으로 근육을 복구해 주어야만 제대로 된 축소라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질점막에 볼륨을 더해주는 질필러가 마치 이쁜이수술과 효과면에서 똑같이 대체할 수 있는 것처럼 광고하는 있는 병원들이 많다.

더군다나 여러 종류의 질레이저는 질내경의 볼륨을 줄여주는 축소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데도, 질레이저로 수술없이 간단히 질을 좁히라는 광고를 무차별적으로 하며 쉽게 얘기해, 환자들을 꼬시는데 열중하고 있다.

질필러나 질레이저가 효과가 없고 쓸모가 없다는 얘기가 아니다. 질필러는 수술을 못받는 환자에게 그나마 질축소효과를 약하지만 조금은 줄 수 있는 대안이다. 따라서 출산을 하지 않은 골반근육이 손상되지 않는 여성에게는 제한적으로 시도해 볼 수 있다.

질레이저는 물리적으로 질의 구조를 축소하는 것이 아니라 질점막에 탄성을 주고 재생을 도와주는 방법이다. 이렇게 맞는 적응증으로 환자에게 권하고 제한된 효과를 설명하고 그에 맞는 적당한 가격을 받는다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레이저기기 제조회사와 일부 산부인과 개인의원의 이익관계가 맞아 떨어져서 서로 경제적 이익을 공유하기 위해서 환자들에게 무리하게 의학적 사실이 아닌 시술을 권유하고 있는 현실은 문제가 심각하다.

그렇다면 비수술 마케팅이 질축소수술 분야에서 특히 판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무엇보다 성관계시 축소되었다는 느낌이 주관적이고 여러 변수에 영향을 받기에, 환자가 정확히 판별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그래서 아마도 약간의 위약효과(placebo) 또한 작용할 수 있다.

당연히 우리가 온탕에 들어가서 반신욕만 해도 좋은 느낌이 드는데, 질에 시술을 받고 나면 당연히 성관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물론 그렇게 고가의 돈을 줄 정도의 효과여부는 별개로 말이다.

또한 얼굴처럼 밖에서 바로 보이는 부분도 아니고, 질레이저나 질필러가 효과도 크지 않지만 그에 비례해서 부작용도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당연히 일부 소비자는 환불을 요구하겠지만 대개의 많은 사람들은 그냥 효과도 크게 모르겠지만 본인이 동의하고 시술을 받았으니 그냥 진상고객이 되기 싫어서 넘어가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특히 그 내용이 본인의 성관계와 관련해서 많이 설명해야 된다면 더욱 그럴 것이다.

일부 병원들에서는 의학적 적응증에 따른 진료를 보는 것이 아니라, 병원 수익 위주의 장사를 하는 것도 이유가 될 수 있다. 원장이 수술을 잘 못하는 의사라면 굳이 부작용 확률 높은 수술을 감내하는 것보다는, 부작용 없는 간단한 시술을 더 선호하기에 환자들을 그쪽으로 몰아갈 소지도 있다. 거기다가 수술보다 간단한 시술을 더 많이 하기에 시간상으로도 유리하고, 수술보다는 시술을 원하는 환자들이 더 많다면 수익을 올리기에도 시술이 더 유리할 것이다.

적어도 의사라면 최소한의 의학적 사실에 기반한 설명을 환자에게 제공해야 할 것이다. 최근 일부 몰지각한 의사들은 레이저 기기회사의 과도한 마케팅을 환자에게 아무 여과없이 제공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본인이 그냥 공부하기 싫어서 몰라서 그런것인지, 아니면 그냥 병원수익창출을 위해서 모르는 척하는지는 알 수 없다. 객관적인 의학적 정보를 환자에게 제공했음에도 불구하고 환자 본인의 선호도에 따라서 선택한다면, 건강상 피해만 없다면 그것은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다.

환자들도 상식적인 수준에서 합리적으로 의심을 해야하고, 수술보다 간단하지만 효과는 더 큰 시술은 별로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당연히 필러나 레이저로 질축소수술만큼 충분한 효과를 낼 수 있다면, 수술을 권할 이유도 없거니와 질축소수술 방법은 사라지고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아야 맞을 것이다.

광고를 많이 하는 병원에 현혹될것이 아니라, 여러 병원에서 직접 상담을 받아보고 후기 등을 통해서 확인하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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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숙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