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말: 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 외과 김정구 교수
위암을 진단하는 가장 중요한 방법은 위십이지장 내시경 검사다. 우리나라는 특히 위암의 발생빈도가 높은 나라여서 정기검진 항목의 일부로서 40세 이상의 성인은 2년 간격으로 내시경 검사를 시행받을 것을 권장한다. 왜 하필 2년일까?
이론적으로 조금 더 자주하는 것이 더 바람직 할 것 같은데, 정부 또 전문가들조차도 2년 간격으로 하는 것이 적당하다고 말한다.
2년이라는 간격에 대해 간략히 설명하자면, 대부분 위암은 정상점막세포가 암세포가 돼 발생한다. 이 과정은 복합하지만,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 정상세포가 여러 단계(전암세포)를 거쳐 암세포가 된다는 것이다. 또 암세포가 어느 정도 시간을 두고 내시경으로 관찰 가능한 암세포의 덩어리가 되려면 2~3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물론 간혹 진행의 속도가 빠른 암도 있을 수도 있지만 그것은 소수다.
따라서 2년 정도의 주기가 나온다. 2년 전 위내시경 검사로 큰 이상이 없다는 결과를 얻었다면 2년 후에 갑자기 진행 암이 될 확률은 크지 않다. 물론 여기에서는 중요한 전제조건이 있는데 위내시경 검사가 정확해야 한다. 내시경 검사의 질이 좋아야 한다는 것이다.
필자는 간혹 진료실에서 꼬박꼬박 검진을 받았는데 마지막 검사에서 진행성 위암이라는 진단을 받았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환자들은 증상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2년 전에 내시경 검사에서 별다른 이야기를 듣지 않았는데 ‘이번 검사에서는 진행성 위암라는 것이 말이 되냐’고 한탄하고, 내시경 검사의 정확도를 따져 묻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 대해 나름의 설명을 할 수 있는 전문가의 논문이 최근 발표돼 흥미롭다. 서울삼성병원 이준행 교수팀은 내시경 검사 후 위암이 없다는 결과를 받고 6개월부터 36개월 사이에 시행한 내시경 검사에서 새로 위암이 발생한 1257명의 자료를 분석했다. 물론 대부분의 위암은 조기 위암이었지만, 이중 102명(8.1%)의 환자는 진행성 위암 환자였다.
여러 가지 요소를 분석해 내린 결론은 내시경 관찰시간이 3분 미만인 경우, 내시경 사이의 간격이 2년 이상인 경우에 진행위암이 발견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 논문에 의하면 충분한 내시경 관찰시간과 2년 간격을 지키는 것이 앞에서 설명한 갑작스러운 진행성 위암 진단을 피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라는 것이다.
내시경에 대한 잘못된 상식도 있다. 불편한 내시경 검사는 시간이 짧으면 짧을수록 좋다는 것인데, 이는 맞는 말이 아니다. 정확한 관찰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또 무조건 2년 간격으로 시행하는 것은 아니다. 조금 의심스러운 상황에서는 내시경 간격을 더 줄일 수도 있다. 암 전단계라고 불리는 전암병변이 의심되는 경우, 또 위암의 가족력이 있는 경우에는 40세가 아니더라도 더 일찍 내시경 검사가 필요할 수 있고, 간격을 줄여 6개월, 1년마다 내시경 검사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또한 모든 위암이 내시경 검사로 쉽게 진단되는 것은 아니다. 일부 위암은 모양은 위암 같지만 내시경 조직검사에서 암세포가 발견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내시경적 소견과 조직검사 결과가 일치하지 않는 상황도 있을 수 있다. 이런 경우에도 내시경 검사는 더 자주 시행된다.
우리나라 내시경 의사의 수준은 높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조기위암을 발견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최소 2년’이라는 내시경 검사의 간격을 지키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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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