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한원장의 부부상담⑤ 내가 원하는 배우자를 갖고 싶은 이들에게

도움말: 선릉숲정신건강의학과 한승민 대표원장

▲ 선릉숲정신건강의학과 한승민 대표원장 
1964년 하버드대 심리학과 교수였던 로버트 로젠탈 박사는 샌프란시스코의 어느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로젠탈-제이콥슨 실험’을 실행했다.


1학년에서 6학년까지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돌발 학습 능력 예측 테스트’라는 지능검사를 실시한 후, ‘잠재력이 매우 뛰어난 학생’ 명단을 교사들에게 전달한 것이다. 그리고 이 학생들의 잠재력이 다른 학생들보다 우수하더라도 다른 학생들과 다름없이 대할 것을 당부하고, 학생 본인들과 부모들에게는 비밀로 할 것을 당부했다.


몇 개월 후, 이 명단의 모든 학생이 명단에 없는 다른 학생들보다 성적이 우수했으며 실험 전보다 시험 점수가 몇 배나 오른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실 이 명단은 ‘지능검사’ 결과와 아무 관계없이 무작위로 선발된 꾸며진 것이었음에도 말이다.


이 실험을 통해 로젠탈은 학생에 대한 교사의 기대가 학생들 스스로 노력하게 만들고, 변화로 이끌었음을 세상에 알렸다. 교사가 은연중에 학생에게 기대하는 것들을 학생들이 스스로 느껴 더욱 노력하고 정진해 자신을 변하게끔 하고, 더 나은 사람이 되도록 하는 동력을 만들어줬다.


심리학에서는 이러한 심리 현상을 ‘로젠탈 효과’ 혹은 ‘기대 효과’라고 부른다. 타인의 긍정적인 관심과 기대가 그 사람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타인의 감정과 관념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특히나 자신이 좋아하고, 믿고, 닮고 싶은 사람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 것이다. ‘로젠탈 효과’는 다른 사람이 나에게 기대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매우 설레고 기대감의 작은 불씨가 생겨나, 곧 그 사람이 바라는 대로 나를 변화하게 하는 것까지 가능하다는 것을 설명해 준다.

쉽게 학교에서 혹은 직장에서, 어린 시절 부모에게서 로젠탈 효과를 발견할 수 있었을 것이다.


‘넌 이 프로젝트를 잘 해낼 거야.’
‘이번 시험에서는 더욱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거야.’
‘널 믿어.’


이런 말을 들었을 때 어느 누가 스스로 기대감이라는 불씨를 지피지 않고, 행동하지 않을 수 있을까? 지금껏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드는 이 한마디를 우리는 항상 듣고 싶어 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면 만약 이 말들을 연인 혹은 부부가 서로 하면 어떨까? 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고, 흠모하고, 신뢰하는 나의 사람에게서 주고받는 것 말이다.


‘당신은 앞으로 더 잘 해낼 거야.’
‘당신이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당신을 믿어.’


이런 말들 주고 받을 때 깊은 신뢰와 기대가 두 사람 사이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 줄 것이 틀림없다.

‘로젠탈 효과’를 볼 수 있는 부부간 대화의 구체적인 예를 들어보자. 야근에 지쳐 집에 힘겹게 돌아가는 길에 아내에게 ‘여보, 나 오늘 너무 힘들었어. 당신이 맛있게 만들어준 저녁밥 먹으면 힘이 날 것 같아.’

둘이 사소한 갈등으로 싸우는 도중에 ‘당신이 내 이야기를 끝까지 잘 들어주고, 이해해 주려고 노력하는 걸 알아. 고마워.’

이 대화 이후에 일어날 상황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아내는 사랑하는 남편을 위해 저녁 식사를 더욱 정성껏 준비할 것이고, 사소한 싸움은 금방 그쳤을 것이다.

칭찬은 고래를, 나를, 당신을 춤추게 만든다. ‘나를 더 좋은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당신, 당신이 있어 고맙습니다.’라고 말해보자. 이 작은 한마디에 담긴 힘든 나와 상대방을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 주며, 서로를 위해 노력하고 신뢰하는 사이를 오랫동안 유지시켜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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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수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