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경을 시작하면서부터 여성들을 괴롭히는 월경통은 크게 원발성과 속발성으로 나뉜다. 원발성 월경통은 자궁에는 문제가 없으나 월경 자체가 원인이 돼 발생하는 통증을 말한다. 반면 속발성 월경통은 자궁이나 골반 등에 문제가 생겨 나타나며 자궁내막증, 자궁선근증, 골반 염증 등이 원인이 된다.
특히 원발성 월경통은 전 세계적으로 가임기 여성의 절반 이상에게 발생하는 흔한 증상으로 상당히 높은 유병률을 보인다. 실제로 2020년 건강보험통계연보에 따르면 원발성 월경통으로 의료 서비스를 이용한 환자 수는 28만 1248명에 달해 적지 않은 수준임을 알 수 있다.
원발성 월경통의 경우 치료 방법과 효과에 대한 연구는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반면 치료 동향을 파악해 비용 효율적인 치료를 제공하기 위한 의료 현황 연구는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 박진훈 한의사 연구팀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활용해 국내 원발성 월경통 환자의 특성과 의료이용 현황을 분석했다고 5일 밝혔다.
연구팀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제공하는 전체환자표본(HIRA-NPS) 자료를 활용해 2010년 1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총 9년간 원발성 월경통(상병분류기호: N94.4)과 상세불명의 월경통(N94.6)을 진단받고 의료 서비스를 1회 이상 이용한 환자 4만 1139명을 연구 대상으로 설정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원발성 월경통으로 의료기관을 내원한 환자 수는 2010년 4060명에서 2018년 6307명으로 약 55.34% 증가했고 총비용도 115.93%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 연령대는 15~24세 46.67%, 25~34세 28.04%, 35~44세 14.95% 순으로 집계됐다. 연령이 낮아질수록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환자 수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으며, 한의과와 의과 모두 이용하는 환자도 15~24세 연령층이 54.56%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특히 전체 원발성 월경통 환자 절반가량의 비중을 차지하는 15~24세의 청소년 및 젊은 성인 환자의 경우 같은 기간 1715명에서 3429명으로 2배가량 급격하게 증가했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부인과 질환 치료를 기피하는 미혼 여성들의 인식이 개선된 영향 때문인 것으로 해석했다.
아울러 연구팀은 원발성 월경통 환자의 의료이용 내역에 대해서도 분석했다. 먼저 내원 유형을 살펴본 결과 외래 99.69%, 입원 0.31%로 대부분 외래 치료에 집중되는 양상을 보였다. 환자 1인당 의료기관 평균 내원 횟수는 한의과의 경우 매년 약 3.5회, 의과는 약 1.5회로 한의 의료기관의 내원 빈도가 의과에 비해 2배 이상 높았으며 이는 2010년에서 2018년까지 비슷하게 유지됐다.
이어 전체 의료기관의 9년간 의료 서비스 제공 건수를 분석한 결과 치료(44.39%), 진찰(36.7%), 검사(10.88%)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한의과의 경우 치료가 72.41%로 실질적인 환자 치료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였으며 진찰(24.14%)이 그 뒤를 이었다. 반면 의과의 경우 진찰(47.89%)과 검사(20.57%)가 큰 비중을 차지했다. 비용 측면에서 한의과는 치료비의 비중이 전체 55.86%로 가장 높았고, 의과는 진찰료가 69.74%로 가장 많이 지출됐다.
이 외에도 연구팀은 원발성 월경통에 대한 한의치료법의 총 치료 수, 총비용, 1인당 연평균 비용에 대한 분석을 진행했다. 그 결과 침 치료가 5만 4269건으로 가장 많이 활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총비용과 1인당 연평균 비용도 침 치료가 각각 20만 4594달러, 25.18달러로 가장 많이 지출돼, 원발성 월경통 치료에 있어 침 치료가 높은 빈도로 활용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뜸과 온냉경락치료, 부항 등은 침 치료의 뒤를 이었다.
박진훈 한의사는 “이번 연구는 원발성 월경통에 대한 국가 단위 의료 현황 연구가 많지 않았던 상황 속 한의과와 의과로 구분되는 한국의 특수한 상황을 반영한 최초의 논문이라는 점에서 대표성을 지닌다”며 “총 9년간의 데이터를 활용해 의료 현황을 넓게 살펴봄으로써 보건 분야 전문가들에게 원발성 월경통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관련 시범 사업 및 정책 의사 결정에 기초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해당 논문은 SCI(E)급 저널 ‘International Journal of Women’s Health (IF=2.590)’ 8월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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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수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