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만의 노력으로 체중 감량이 어렵다면 수술치료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특히 비만대사수술은 2019년부터 건강보험이 적용돼 환자들의 수술비 부담이 적어졌다.
비만대사수술을 단순히 지방 흡입 정도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비만대사수술은 비만 수술과 대사 수술을 합친 개념이다. 비만 수술은 체중 감량 목적의 수술이고, 대사 수술은 대사질환에 대한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수술이다. 이를 묶어서 비만대사수술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비만대사수술은 어떤 방식으로 시행되며, 효과와 안전성은 보장된 것일까? 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 외과 유한모 교수에게 자세히 들어봤다.
Q. 국내 비만 환자 비율과 수술치료 시행 추세는?
A. 지난 2003년 1월 우리나라에서 첫 복강경 비만대사수술이 시행된 이래, 비만 인구의 지속적인 증가와 더불어 비만대사수술 건수도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고도비만과 초고도비만은 공식적으로 인정된 용어가 아니지만, 통상적으로 고도비만은 체질량지수 30kg/㎡ 이상, 초고도비만은 체질량지수 35kg/㎡ 이상으로 정의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일반 건강검진 빅데이터 분석 결과에 따르면 고도비만 및 초고도비만 환자 비율이 2002~2003년 기준으로 각각 2.63%와 0.18%였으나, 2012~2013년에는 각각 4.192%, 0.47%로 10년간 크게 증가했다.
이와 비례해 비만대사수술 건수 역시 증가 추세이며 최근 국가건강보험에서도 비만의 수술치료에 보험 급여를 적용하고 있다.
Q. 비만이 위험한 이유는?
A. 비만은 그 자체가 질병으로서 인식돼야 하나, 단순히 잘 먹고 살이 찐 상태로 자기 관리가 소홀하다는 부정적인 시선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비만과 이에 관련된 합병증은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심각한 것이며, 대표적으로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지방간, 수면무호흡증, 심혈관 질환을 들 수 있다.
Q. 비만대사수술은 어떤 방식으로 시행되나?
A. 비만대사수술은 그 원리에 따라 음식 섭취량을 줄이거나 영양 흡수 면적을 감소시키는 수술로 나뉜다.
위소매절재술은 위에서 잘 늘어나는 부분인 위저부(위의 상부)를 제거해 음식 섭취량을 줄여주는 수술이다. 위의 크기가 작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소식을 유도할 수 있고 소장을 건드리지 않기 때문에 수술 후 영양소 결핍과 같은 문제의 발생 위험도 적다. 체중 감량이 주목적일 때 선택할 수 있는 수술 방법이다.
위우회술은 위를 두 부분으로 분리한 후 작은 부분에 소장을 연결하는 수술이다. 수술 후 음식을 섭취하면 음식물이 위, 십이지장, 소장의 순서로 지나가지 않고 바로 소장의 먼 쪽으로 들어가게 된다. 체중 감량을 목적으로 시행하는 경우도 많지만 당뇨병 조절이 주된 목적일 때 선택할 수 있는 수술 방법이다. 또 대부분 복강경으로 시행하기 때문에 수술 후 빠른 회복과 통증 감소를 기대할 수 있다.
Q. 비만대사수술의 효과는 어떠한가?
A. 많은 연구에서 비만대사수술의 효과는 체중 감소와 함께 기저질환, 특히 2형 당뇨병의 80~85% 관해율(완화)을 보였다. 또 95%에서 수술 후 삶의 질이 개선되는 결과가 나타났다. 최근 미국의 대규모 연구에서 비만대사수술을 받았을 때 비만 환자의 기대 사망률 감소가 약 30% 이상으로 보고되면서 비만대사수술은 장기적으로 매우 효과적인 치료법으로 주목받게 됐다.
Q. 비만대사수술은 안전한 수술인가?
A. 우리나라의 경우 과거 사회적 주목을 받게 된 유명인의 비만수술 관련 사망 소식으로 비만대사수술의 안전성에 대해 우려하는 시선이 아직 남아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에 대한비만대사외과학회는 비만대사수술 및 진료의 질을 관리하기 위해 비만 수술을 담당하는 외과의사와 의료기관에 대한 인증 제도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이는 치료의 대상이 되는 고도비만 및 초고도비만 환자들이 공인된 기관에서 안심하고 수술을 받을 수 있도록 학회라는 전문가 집단에 의한 자발적인 질 관리를 시행하기 위함이다.
사실상 합병증 없는 수술은 불가능하다. 아주 간단한 수술이라도 합병증은 발생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학회라는 전문가 집단의 관리하에 현재 국내 인증기관 대부분의 비만대사수술 합병증은 1% 남짓으로 매우 낮게 관리되고 있다.
Q. 비만대사수술 후 주의할 점은?
A. 비만대사수술은 체중 감소를 위한 종착점이 아니라 시작점이다. 단순히 수술만으로는 체중 감소라는 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어렵다. 비만대사수술에 대한 오해가 바로 수술 전과 똑같은 생활습관을 유지해도 살이 쉽게 빠지거나, 당뇨가 좋아질 수 있다는 기대다. 비만대사수술은 좋은 식습관과 운동습관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안전하고 효과적이며 과학적인 방법이지만 스스로 노력하는 행동은 꼭 필요하다.
물론 수술 후에는 음식을 적게 섭취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소식과 같은 좋은 식습관을 만들기가 좀 더 수월하다. 또한 살이 빠지면서 이전보다 운동하기가 훨씬 수월해지기 때문에 운동을 습관화할 수도 있다. 때문에 비만대사수술 후에는 좋은 습관을 만들고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 꼭 필요하다. 더불어 수술 전과 동일한 노력을 통해서도 체중 감량이나 혈당조절 측면에서 얻을 수 있는 효과는 훨씬 더 클 수 있다.
Q. 마지막으로 비만 환자에게 한 마디 전한다면?
A. 수차례 반복되는 약물요법, 식이요법, 운동요법에도 불구하고 체중 감소에 실패한 경우, 좌절감과 무기력함에 체중 감량을 포기하게 될 수 있다. 이 경우 비만대사수술은 비만 환자들에게 ‘제2의 인생 기회’가 될 수 있다.
비만은 단순히 체중 증가 이상으로 여러 대사질환이 발생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심혈관질환으로 인해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다. 적절한 의학적 개입으로 해결해야 하는 ‘질환’이기 때문에 반드시 병원을 찾아 비만 치료 전문가와 상의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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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수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