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갱년기, ‘성인병’의 시작 지점

도움말: 여자인한의원 이현숙 대표원장

▲ 여자인한의원 이현숙 대표원장
“저는 열, 땀도 없고 갱년기 없이 편하게 넘어갔어요.”


과연 그럴까? 흔히 갱년기에는 훅 달아오르는 열감을 생각한다. 따라서 열감이 없으면 갱년기가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증상 없이 지나가는 갱년기도 갱년기이며 반드시 관리해 줘야 할 부분이 있다.

갱년기는 단지 호르몬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몸은 폐경을 기준으로 시스템이 바뀌면서 노화에 급속히 접어든다. 민감한 사람은 40대 초반부터 신진대사가 원활하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40세 이상의 여성은 에스트로겐이 부족해, 지방분해가 원활하지 않아 체지방이 쉽게 축적된다. 이때부터는 체성분 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


그동안 마음 놓고 입에 당기는 대로 음식을 섭취했다면 40세 이후로는 반드시 식생활 교정을 해야 한다. 예전과 똑같이 음식을 섭취하게 되면 당연히 체지방이 급속도로 늘어나 내장지방이 특히 많아지기 시작한다. 내장지방이 비정상 수치로 증가하면 고지혈증, 고혈압, 당뇨, 심장질환 등 여러 가지 성인병에 걸리기 쉬워진다.


갱년기의 대표적인 증상 중 하나는 바로 불면이다. 하지만 갱년기로 인해 불면이 생긴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불면으로 고생하다가 뒤늦게 갱년기가 원인임을 깨닫고 내원하는 경우도 흔하다. 이 경우 검진을 해보면 불면뿐 아니라 이미 혈압약과 고지혈증약을 1년 넘게 복용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체성분을 보면 지방과 근육의 균형이 심하게 깨져 있고, 내장지방이 평균치보다 훨씬 많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갱년기로 너무 피곤하고 힘이 들더니 체중이 갑자기 4~5kg씩 늘었어요. 머리가 아파 병원에 갔더니 혈압도 높고 고지혈증도 생겼다며 약을 처방받아먹기 시작했지요.”


왜 약부터 시작했을까? 이렇게 시작된 약은 점차 한 두 가지씩 늘어나게 된다. 70세 이후로는 약을 한주먹씩 먹는 것이 현실이다. 심지어 70세 이상의 어르신들이 모이면 서로 누가 더 많은 약을 먹고 있는지 앞다퉈 얘기하곤 한다.


이 모든 것의 출발은 갱년기에 있다고 본다. 갱년기가 되면 체성분을 잘 살펴봐야 한다. 단백질과 무기질 등 영양소는 충분한지, 골격근량과 체지방의 비율은 적절한지, 내장지방이 많이 생긴 건 아닌지, 세포 대사에서 부종은 없는지 등 체성분만으로도 알 수 있는 정보들이 많다.


갱년기는 자율신경계의 균형이 깨지는 혼란의 시기다. 일시적으로 혈압에 변동이 생길 수 있고, 신진대사장애가 표면적으로 두드러지게 나올 수 있다. 이때 자신의 몸을 점검해, 균형이 깨져 있는 부분을 과감하게 수정하려 노력하는 것이 우선이다.


혈압이 오르내릴 때, 그리고 갑자기 체중이 올라가면서 콜레스테롤이 높아질 때는 약을 먼저 먹기보다 본인의 몸을 분석해 봐야 한다. 체성분의 균형을 잡는 과정에서 정상 범위로 돌아오는 경우를 흔치 않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갱년기는 우리 몸이 시스템을 바꾸는 시점이다. 여성의 몸은 폐경 전후 시스템이 바뀌면서 노화로 접어들게 된다. 이 시기는 우리가 잠시 멈춰서 몸과 마음을 살피고 부족한 부분을 반드시 점검해야 하는 때다.


갱년기에 관리를 소홀히 하는 것은 곳곳이 고장 난 차를 계속 몰고 다니는 것과 같다. 작은 신호도 민감하게 살펴 즉시 고쳐놓거나 보충해두지 않으면 더 큰 문제로 드러날 것이 틀림없다.

우리 몸도 반드시 신호를 주게 돼있다. 이 신호를 무시했을 때 각종 문제가 일어나기 시작한다. 갱년기에 나타나는 모든 증상들을 내 몸이 주는 신호라고 생각하고 그저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 행복한 백 세 인생을 위해 반드시 충분한 치료와 관리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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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