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아이가 자존감을 갖기 위해서는 아빠의 도움이 필요하다

도움말: 김영훈 가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 김영훈 가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감성의 뇌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거울뉴런이다.


거울뉴런은 어떤 특정 동작을 할 때뿐만 아니라 동작을 보거나 소리를 들을 때도 함께 활성화되는 뉴런이다. 부모의 동작을 쉽게 따라 하는 것이나 부모의 감정을 잘 공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웃음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아이는 다른 사람이 웃는 것을 보면 저절로 따라 웃는다. 연구에 따르면 웃음소리만 들어도 감성의 뇌는 웃을 준비를 한다고 한다.

이처럼 시각과 청각의 거울뉴런은 웃음과 긍정적 감정을 전염시키는 것이다. 건강한 뇌와 몸을 가진 아이는 그만큼 많이 웃고 적절할 때 웃는다. 따라서 아이의 시선과 마주치면 밝게 웃어주어야 한다.

부모가 크게 웃으면 아이의 전두엽 거울뉴런이 순간적으로 아이를 웃게 만들 것이다. 부모가 긍정심을 가지고 아이를 키우고 적극적으로 반응하면 아이도 부모를 흉내 내어 긍정심을 갖게 되며 적극적인 아이가 된다. 이 긍정심이야 말로 자존감의 기초공사가 된다.

긍정심과 함께 감성의 뇌에서 부모가 키워주어야 할 것은 자존감이다. 아이는 아빠에게 말을 할 때 다음 두 가지 판단을 하게 된다. 하나는 ‘자기의 말이 어떠한 반응을 일으키느냐?’에 대한 판단이며, 다른 하나는 ‘기대했던 반응을 일으킬 만큼 잘할 수 있을까?’에 대한 판단이다.

‘아이가 특정한 사물에 대한 말을 하면 아빠가 알아듣고 칭찬을 할 것이다’라고 하는 판단은 결과 기대이며, ‘아빠에게 칭찬을 들을 수 있을 만큼 말을 잘할 수 있는가’라는 판단은 자존감과 관련이 있다.

학자들은 아이의 행동에 미치는 영향력은 결과기대보다는 자존감이 더 강하다고 본다. 이 자존감은 아이가 행동을 하고 환경에 반응하는 과정을 아이가 반복적으로 경험함으로써 이루어진다.

때문에 여러 현상으로 환경을 통제한 경험이 있는 아이는 환경의 변화를 체험하지 못한 아이들보다 놀이에 있어 자존감을 강하게 인지하고 자기 행동에 대한 관심이 높다.

이와 같이 ‘자기 행동이 환경의 변화에 영향을 주었다’라는 경험은 자신감 형성과 더불어 환경에 대한 의욕적인 태도, 즉 더욱 더 새로운 환경에 도전하려는 동기를 부여한다. 그리고 이러한 경험의 반복이 일반화되면 아이는 자존감이 생기게 된다.

아이는 어떤 반응을 기대할 때 그에 따른 적절한 행동을 취하게 되는데, 그 결과 기대했던 반응을 체험하고 동시에 이러한 경험이 반복되는 경우 자존감이 형성되는 것이다. 따라서 부모는 아이의 말에 반응을 적극적으로 해주어야 한다.

18개월쯤 되면 아기는 부모와 강한 애착을 형성하기 때문에 부모 곁에 있으면 안전을 느낀다. 이후부터 아이는 대소변을 가리게 되고 말도 익혀서 독립적인 행동을 할 수 있는 기본적인 여건을 갖추게 된다.

아이는 자기가 모든 것을 할 수 있고, 그 권한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게 되며 이러한 자신감에 독자적인 행동하기 시작한다. 가령 자유자재로 공간을 이동할 수 있게되면서 집안 탐색도 잦아지고 무엇이든 스스로 하려고 한다.

때문에 아이가 “내가 할래”라고 하면서 스스로 하려고 하면 어설프더라도 지켜봐주라. 스스로 하면서 만들어진 작은 성취의 경험은 아이의 자신감을 더욱 강화시킨다. 만약 실패하더라도 부모가 아이를 지지해주면 그것은 또 다른 시도를 하는데 중요한 격려가 된다.

한편 긍정심과 자존감은 기억력에도 도움이 된다. 감정중추와 기억중추는 서로 붙어있다. 따라서 부모에 대한 신뢰를 가진다면 아이는 긍정심과 자존감을 갖게 되며, 이것이 편도체와 같은 감정의 뇌를 강하게 자극하고 감정의 뇌는 해마와 같은 기억의 뇌를 강하게 자극해 기억력을 높이는 결과를 낳는다.

반면에 부모를 믿지 않는다면 스트레스를 받으며 작동하기 때문에 감정의 뇌가 그만큼 기분 좋은 자극을 받지 못하고, 기억의 뇌 역시 자극을 덜 받게 되니 기억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한 긍정심과 자존감은 세로토닌 분비를 증가시켜 집중력을 높혀주고 신경줄기세포의 생성을 촉진한다.

뇌의 밑바닥 줄기 한가운데는 정신이 맑게 깨어 있도록 유지하고 집중할 수 있게 해주는 신경세포의 그물이 있다. 망상활성화계라고 부르는 이 신경세포의 그물은 뇌의 맨 위쪽에 있는 대뇌 신경세포에 계속 자극을 보낸다.

이 자극은 정신을 맑게 유지해주고, 한 곳으로 집중할 수 있게 해준다. 그러나 기분이 나쁘거나 짜증스러우면 감정이 여러 갈래로 흩어지고 망상활성계도 흩어지고 억제되어 주의력이 산만해지고 기억기능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인간은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과 같이 놀면 재미와 흥미를 느끼며 즐거운 마음상태를 갖기 때문에 망상활성계가 활성화된다. 따라서 집중력이 증가되는 것이다.

특히 아이들은 탐구를 통해 ‘자신감’이나 혹은 ‘자기불신’을 배우게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들이 자신감을 얻기 위해서는 아빠의 도움이 필요하다.

자아란 아이 자신에 대한 밑그림이다. 그 밑그림은 그 아이가 자신감이 있는지 없는지, 사교적인지 아닌지, 또는 어려움에 과감히 대처할 것인지 여부 등을 결정해 준다.

아빠는 아이가 자존감을 갖도록 여러 가지 경험을 시켜야 하고 엄마 품에서 떨어져 나와 사회 속으로 들어갈 수 있게 역할을 해야 한다.

아이는 어떤 일에 몰두하면 그것만 생각한다. 아빠는 늘 그걸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한다. 아이의 특성을 잘 알고 함께 하는 시간을 열심히 즐긴다면 아빠와 아이의 관계는 튼튼해진다.

아이에게 모험을 느끼게 해주고 세상을 넓히고 새로운 경험에 노출되도록 돌봐주는 것이 아빠의 임무이다. 동시에 아이의 있는 모습 그대로 사랑해 주어야 한다.

아빠의 확고부동하고 무조건적인 사랑이 있을 때 아이는 자유롭게 모험을 하고 자신만의 세상과 관심사를 탐구하고, 신이 나서 지내고 씩씩해질 것이다. 만약 아빠의 사랑이 조건부라면 아이는 아빠한테서 귀여움을 받을 수 있는 궁리만을 할 것이다.

덧붙여 아빠가 아이를 무조건적으로 사랑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 사랑을 몇 번이고 확인해주어야 한다.

아이에게는 칭찬과 격려가 필요하다. 적절한 칭찬은 자존감의 근원이다. 자신감이 넘치는 아이는 재능 있는 아이가 될 확률이 높다. 그러므로 아이에게 결과와 상관없이 여전히 사랑스러운 존재임을 명확하게 알려주라. 


◆ 김영훈 가톨릭의대 소아청소년과 교수

가톨릭대 의대 졸업 후 동 대학에서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받았고 미국 베일러대학교에서 소아신경학을 연수했다. 50여편의 SCI 논문을 비롯한 100여 편의 논문을 국내외 의학학술지에 발표했으며 SBS <영재발굴단>, EBS <60분 부모>, 스토리온 <영재의 비법> 등에 출연했다. 주요 저서로는 <아이가 똑똑한 집, 아빠부터 다르다>, <머리가 좋아지는 창의력 오감육아>, <아빠의 선물> 등이 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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