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한원장의 부부상담⑥ 외도로 상처받은 부부-‘외도 피해자’ 편

도움말: 선릉숲정신건강의학과 한승민 대표원장

▲ 선릉숲정신건강의학과 한승민 대표원장 
부부치료를 위해 치료실을 찾아오는 많은 이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주제는 바로 ‘외도’다. 외도라고 하는 것은 굉장히 파괴적인 일이다. 이전에 부부 사이가 얼마나 좋았는지와 상관없이 순식간에 관계를 다 부숴버릴 수 있을 정도로 결혼 생활을 산산이 파괴하는 일이다.

그래서 외도를 겪은 피해자들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느끼며 너무나 슬프고 또 화가 난다. 비참하고 아주 괴로운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지낸다. 너무나 고통스러운 기분에 관계를 개선하려고 애를 쓰는데 그게 잘 안 돼 더욱 괴로운 마음이 든다.

부부에게 외도가 생기면 이혼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생각하겠지만, 이 일을 겪지 않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많은 부부가 쉽게 이혼을 결정하지 않는다. 굉장히 괴롭지만, 이 관계를 원래대로 되돌리고 다시 좋은 부부관계로 만들 수 있는지를 많이 고민한다.

상처 난 부부 관계를 해결하지 않고, 괴로워도 덮고 지내며 시간이 지날수록 나아질 거라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난다고 회복되는 것은 아니다. 시간이 지나면 옅어질 수는 있지만 그것은 회복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다.

차량이나 선박 사고와 같은 큰 사건에서 상처를 받으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즉 우리에게 잘 알려진 PTSD를 겪을 수 있다. 외도를 겪은 피해자가 느끼는 증상들은 PTSD와 너무나 닮아있다. 외도의 피해자들은 살면서 그만큼 큰일을 겪기 힘들다. 이후 PTSD를 겪는 환자들이 느끼는 어려움을 외도의 피해자들은 겪는다. 항상 그 생각만 나고 꿈에 나올 정도이며 늘 기분이 우울하고 언제나 불안하다.

외도의 피해자들이 정말 힘들어하는 점 중 하나가 바로 외도의 가해자인 내 배우자가 내 마음을 몰라준다는 것이다. 내가 얼마나 힘든지, 아픈지 모르고, 저 사람은 본인이 얼마나 큰 잘못을 저질렀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당신이 외도했던 그 사람은 여전히 내 머릿속에 살고 있는데 당신은 어떻게 이 일을 덮고 넘어가려고 하냐는 것이다.

외도를 겪은 부부가 회복하기 위해 초반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해야 될 사람은 외도의 가해자다. 다음 연재에서 외도를 한 가해자의 역할에 관해 다룰 예정이다. 오늘은 외도의 피해자가 꼭 생각했으면 하는 것을 전달하고자 한다.

외도의 피해자들은 이러한 생각을 하지 않았으면 한다. 내 배우자가 외도를 한 것은 혹시 내 탓은 아닐까? 내가 못나서 이렇게 된 것은 아닌가? 내가 더 잘했다면? 내가 외도한 그 사람보다 못나서, 부족해서 이런 일이 생긴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들 말이다.

이런 생각에 괴로워하지 않았으면 한다. 외도를 한 배우자가 잘못한 것이다. 관계 회복에 나를 탓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가해자인 배우자에게 꼭 전달해야 할 것은 내가 당신 때문에 많이 상처받았기 때문에 내가 회복할 수 있도록 도움을 요청하는 일이다. 내가 화를 내고 소리치는 것이 당신을 괴롭히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상처받은 마음을 회복하기 위해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라는 것을 전달했으면 한다.

외도를 겪은 부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외도의 가해자가 피해자의 회복을 위해 진심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피해자가 회복하도록 치료해 줄 수 있는 사람은 궁극적으로는 가해자인 배우자밖에 없다. 만약 두 사람이 대화하고 가해자가 상처 받은 배우자의 회복을 위해 노력할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그 과정이 무척 어렵다.

두 사람의 노력으로 해결하기 어려울 때는 적극적으로 부부치료 전문가에게 도움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PTSD의 회복에서 중요한 요소는 얼마나 치료를 빠르게 받았느냐 하는 것이다. 외도로 상처 받은 마음 또한 마찬가지다. 두 사람이 문제를 그저 묻어두고 시간이 지나기를 기다리기보다 적극적으로 상처 회복에 도움을 받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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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수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