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말: 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 김정구 위암협진팀장 (외과 교수)
또다시 ‘비만의 역설’이 시작됐다. 얼마 전 공중파 뉴스를 통해 암 환자도 뚱뚱할수록 생존율이 높다는 제목으로 국내 유명 대학병원의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저녁 황금시간대여서 우연히 필자도 이 방송을 보게 됐다. 순간 ‘아차, 내일부터 우리 환자들이 비만에 대한 질문을 많이 하겠구나’라는 생각을 했었다. 실제로 진료 현장에서 환자들로부터 관련 질문이 확실히 늘어난 것을 느낀다.
비만에 대한 우리의 상식은 비만은 당뇨나 암 등 발병의 주요 인자이고, 여러 가지 병의 임상 경과를 악화시키는 성인병의 대명사가 아니었던가. 그래서 세계보건기구에서도 1996년 비만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이를 독립된 질병으로 간주하고 예방과 치료를 강조하고 있지 않은가. 이제껏 우리가 상식으로 믿고 있던 지식이 사실과 다르며 오히려 그 반대의 결과가 진실이라니 말 그대로 역설이다.
도대체 어떤 것이 진리이고 우리는 무엇을 따라야 하는지 막연하기도 하다. 논문 내용 그 자체를 떠나 기존의 상식을 거스르는 역설이 난무하는 시대를 살고 있고, 또 건강에 궁금증이 많은 독자를 위해 이런 역설적 주장의 의미와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좋을지 조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일단 보도의 근거가 된 논문의 성격을 명확히 알아야 한다. 이런 성격의 논문은 특정 현상을 관찰해 기술해 놓은 논문으로, 원인과 결과를 설명하는 논문이 아니라는 것이다. 해당 병원에서 진료한 환자의 자료를 검토해 보니 암 환자 중에 비만 환자의 수술 사망률과 생존율이 더 양호하다는 현상을 확인한 것일 뿐이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비만이 암 치료의 예후를 좋게 해주는 인자라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논문의 저자가 확인한 현상이 거짓이거나 의미가 없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딱 여기까지다. 여기서 더 나아간다면 그것은 우물에서 숭늉 찾는 일이 되기 쉽다.
둘째, 언론의 보도 형식과 생리도 고려해봐야 한다. 역설적인 결과를 설명하는 문구에 현혹되지 말라는 것이다. 논문은 그 자체로서 의미가 있으나 대부분은 전문가들이 읽는 자료다. 일반인이 이해하기 쉽게 해석을 해주는 일은 중요하고 필요한 일이지만 간혹 중요한 메시지가 생략되기도 하고 일부 결과만 강조되기 쉽다. 해결하지 못한 궁금한 점은 담당 의사 등 전문가에게 물어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셋째, 결국 이 모든 것은 무수히 많은 가설 중 하나일 뿐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지금 강조되는 이 논리가 시간이 지나면서 새로운 이론으로 대치될 수 있다. 쉽게 믿거나 깊이 빠져들지 말 것을 권한다. 암을 포함한 많은 성인병은 그 원인, 치료의 효과와 예후에 관여하는 인자가 한둘이 아니다. 김치나 커피의 섭취에 대해 상반된 결론이 있다면 그때마다 식습관을 바꿀 것인가. 비만도 마찬가지다. 이런저런 결론에 따라 살을 뺐다가 다시 찌울 것인가.
넷째, 그래도 굳이 눈길이 간다면 상식의 수준에서 모든 것을 바라보면 된다. 이것도 저것도 불안하다면 차라리 중도의 길을 택하라. 과도한 비만이나 저체중 등 양극단을 피하고, 좋은 것이라는 말을 듣고 오로지 하나만 집중하는 것도 좋지 않다.
흑과 백의 점을 조합해 나중에는 근사한 그림이 되는 모자이크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가까이서 보면 정반대의 성질의 것이 모여 입체감을 표현하며 좋은 명작이 되는 것을 보면서 조화와 균형이 얼마나 놀라운 일인지 감탄스러울 정도다. 암이라는 병에 관한 우리의 연구와 견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상식과 이에 반하는 역설이 어우러져 결국 이해와 진전 그리고 극복이라는 큰 그림을 만들 것이다. 너무 가까이서 보지 말고, 떨어져서 그리고 시간을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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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