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서울대병원, 스마트폰 녹음으로 '수면무호흡증 진단'하는 기술 개발

▲ 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김정훈 교수, 조성우 교수 

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김정훈·조성우 교수 연구팀이 스마트폰 기기의 마이크만을 활용해 수면무호흡증을 진단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진단 장비가 없는 개인도 스마트폰을 활용해, 보다 간편하게 수면 중 호흡음을 측정, 수면무호흡증을 진단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수면무호흡증은 잠을 자는 동안 일시적으로 호흡이 멎거나 기도가 좁아져 적절한 호흡을 할 수 없는 수면장애 증상이다. 극심한 피로감을 비롯해 두통 혹은 집중력 저하 등을 유발해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장기간 방치할 시 뇌졸중과 치매의 발병 위험을 높이고 고혈압, 당뇨, 협심증 등 심뇌혈관 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어 조기 진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수면무호흡증 진단을 위해서는 병원에서 하룻밤 머물며 수면 중 호흡, 심장 상태, 산소 농도와 같은 다양한 생체 신호를 측정하는 ‘표준수면다원검사’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수면무호흡증의 정도는 그날의 피로도, 식습관, 깊은 수면의 비율 등에 영향을 많이 받아 매일 달라진다. 따라서 검사 당일의 상황에 따라 변동성이 있으며, 낯선 환경에서 각종 장비를 부착하기 때문에 수면에 방해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일회성 검사는 환자의 당일 컨디션에 따른 결과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한계가 있다. 게다가 환자의 시간 부담과 건강보험 적용 제한의 이유로, 표준수면다원검사를 1회 이상 받는 일도 사실상 어렵다. 따라서 환자들의 평소 수면 환경에서 반복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어느 정도 정확하고 보다 간편한 검사법이 필요한 실정이다.

이에 연구팀은 스마트폰을 이용해 언제 어디서나 수면무호흡증의 증상을 진단할 수 있는 기반 기술을 마련하고자 연구를 진행했다. 표준수면다원검사를 수행하는 동시에 스마트폰으로 환자의 수면 중 호흡음을 녹음해 수면무호흡증을 예측할 수 있는지를 분석했다. 이번 연구는 2015년부터 2019년까지 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수면센터에서 검사받은 423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실시됐다.

그 결과, 연구팀은 스마트폰으로 녹음한 소리 데이터를 가공하는 최적의 설정을 찾아내며 정확도 82% 수준의 알고리즘을 고안했다. 특히, 스마트폰 내장 마이크는 대부분 ‘적응형 잡음 제거(adaptive noise cancellation)’로 소리 데이터의 특징적 요소를 추출하기 때문에 수면 중 호흡음 녹음에 적합하다고 밝혔다.


▲ 침대 머리맡에 스마트폰을 두고 수면을 취하면 수면무호흡증 여부를 진단할 수 있다.

향후 본 연구에서 개발한 기술이 고도화된다면 표준수면다원검사에 준하는 수면무호흡증 진단 검사를 가정에서도 간편하게 받을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추가적인 장비 없이도 자신의 수면 환경에서 수면 패턴과 증상의 유무를 확인할 수 있다. 나아가 환자가 일정 기간 동안 녹음한 수면 중 호흡음을 기초자료로 활용해, 표준수면다원검사 결과와 종합적으로 분석한다면 수면무호흡증에 대한 더욱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조 교수는 “수면무호흡증은 치료가 늦어지는 경우 심뇌혈관 합병증의 위험이 높아 조기 진단이 매우 중요한 질환”이라며 “과거에 비해 수면다원검사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비용이나 시간 부담으로 정확한 진단을 받지 못하는 환자들이 많았는데, 이번 진단 기술의 개발을 통해 질환을 조기에 진단하고 치료할 수 있는 기반 기술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연구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본 기술은 수면무호흡증을 조기에 진단하는 데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향후 근본적인 치료를 위한 체중 감량, 금주, 금연, 규칙적 운동과 수면 위생 등 생활습관 개선을 실천하며 환자의 상태를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치료 방향을 설정하는 방식으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번에 발표된 연구 결과는 학술지 ‘미국의학협회 이비인후-두경부외과학지(JAMA Otolaryngology Head & Neck Surgery)’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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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