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혈증 수치 낮추는 방법, 어디서 시작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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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혈증 수치 낮추는 방법, 어디서 시작할까요?

검진센터에서 일할 때 가장 자주 들은 말 중 하나가 “아픈 데는 없는데 콜레스테롤이 높대요”였습니다. 고지혈증은 대개 몸으로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수치가 조금 높다는 말을 듣고도 몇 년씩 미루기 쉽지요. 18년간 병동과 검진센터에서 일하며 느낀 건, 수치를 낮추는 일의 출발점은 무작정 식단을 바꾸는 게 아니라 내 검사표에서 무엇이 높은지 확인하는 것이라는 점입니다.

검사표에서 먼저 볼 숫자는 무엇일까요?

총콜레스테롤 하나만 보고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LDL 콜레스테롤, HDL 콜레스테롤, 중성지방을 함께 보셔야 합니다. LDL은 높을수록 동맥경화 위험과 관련이 깊고, 중성지방은 식사와 음주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 진료지침에서 LDL 130~159mg/dL는 경계, 160~189mg/dL는 높음, 190mg/dL 이상은 매우 높음으로 분류합니다. 중성지방은 150mg/dL 미만이 적정 범위이고, 500mg/dL 이상이면 췌장염 위험까지 고려해야 합니다.

그런데 검사표의 ‘정상 범위’와 내 치료 목표는 다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LDL이 120mg/dL라면 위험요인이 적은 사람에게는 목표 범위 안일 수 있지만, 관상동맥질환을 앓은 사람에게는 높습니다.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가 제시한 LDL 목표는 위험요인이 적은 경우 160mg/dL 미만, 위험요인이 두 가지 이상이면 130mg/dL 미만입니다. 당뇨병이 있거나 심혈관질환을 앓았다면 100, 70, 55mg/dL 미만처럼 더 낮은 목표가 적용될 수 있습니다. 나이, 흡연, 혈압, 가족력과 기존 질환을 함께 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검사 직전의 음주나 식사 상태에 따라 특히 중성지방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수치가 예상과 크게 다르다면 검사 당시 공복 여부를 확인하고, 재검 시기를 진료실에서 상의하세요. 한 장의 결과지로 스스로 약이 필요한지 단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식사에서는 무엇부터 바꾸면 좋을까요?

LDL이 높다면 삼겹살, 가공육, 버터, 크림이 자주 올라오는 식탁부터 살펴보는 게 현실적입니다. 고기를 완전히 끊기보다 기름진 부위를 줄이고 생선, 두부, 콩, 살코기로 바꿔 보세요. 튀김을 먹는 횟수를 줄이고, 조리할 때는 포화지방이 많은 재료 대신 불포화지방이 든 기름을 적당량 쓰는 방식도 좋습니다. ‘좋은 기름’이라도 많이 먹으면 열량은 늘어납니다.

중성지방이 높다면 방향이 조금 다릅니다. 밥을 먹고도 달콤한 커피나 과자를 더하는 습관, 잦은 술자리가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흰쌀밥과 빵의 양을 조절하고 채소, 콩, 통곡물을 곁들이세요.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는 식이섬유를 하루 25g 이상 섭취하도록 권합니다. 숫자를 매번 계산하기 어렵다면 한 끼에 채소 반찬을 더하고, 정제된 곡물 일부를 잡곡으로 바꾸는 것부터 시작해도 됩니다.

“계란만 안 먹으면 되나요?”라고 묻는 분도 많았습니다. 특정 음식 하나보다 자주 반복되는 식사 패턴이 더 중요합니다. 건강식품이나 민간요법으로 약을 대신하려는 경우도 있는데, 그런 제품이 처방약과 같은 수준으로 심혈관질환을 예방한다고 기대할 근거는 부족합니다. 복용 중인 보충제가 있다면 진료 때 제품명까지 알려주세요.

걷기와 약은 어떻게 이어질까요?

운동은 갑자기 강도를 높이는 것보다 꾸준히 하는 편이 좋습니다.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는 걷기나 자전거 타기 같은 유산소 운동을 주 5일 이상, 하루 30~60분 권합니다. 처음부터 30분이 부담스럽다면 10분씩 나누어 걷는 방법으로 시작할 수 있습니다. 체중이 늘어 있는 분은 식사와 활동량을 함께 조절하는 것이 중성지방 관리에도 도움이 됩니다. 흡연 중이라면 금연 역시 심혈관 위험을 낮추는 중요한 선택입니다.

생활습관을 바꾸면 누구나 약을 끊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심근경색이나 뇌졸중을 겪었거나 당뇨병 등 위험이 높은 분은 식사와 운동을 잘해도 약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스타틴 같은 약을 먹고 수치가 좋아졌다면 약의 효과가 반영된 결과일 수 있습니다. 임의로 중단하지 말고 처방한 의사와 상의하세요. 복용 뒤 심한 근육통이나 힘 빠짐 등 평소와 다른 증상이 생기면 그 사실도 알려야 합니다.

이럴 땐 진료를 받으세요

LDL이 190mg/dL 이상이거나 중성지방이 500mg/dL 이상이라면 생활습관만 바꾸며 오래 기다리지 말고 진료 일정을 잡으세요. 심혈관질환이나 당뇨병이 있는데 LDL이 개인 목표보다 높아도 치료 계획을 확인해야 합니다. 중성지방이 매우 높은 상태에서 심한 윗배 통증과 구토가 생기면 즉시 진료가 필요합니다. 가슴을 짓누르는 통증, 갑작스러운 한쪽 팔다리의 마비나 말이 어눌해지는 증상도 응급 평가를 받아야 합니다.

수치가 조금 높다는 말을 들은 뒤 막연히 불안해하기보다, 결과지를 들고 내 목표 수치와 다시 검사할 시기를 물어보셨으면 합니다. 진단과 치료 결정은 의사가 합니다. 제가 현장에서 배운 건 작은 생활 변화도 중요하지만, 진료가 필요한 시점을 놓치지 않는 일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점입니다.

고지혈증 수치 낮추는 방법, 어디서 시작할까요?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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