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혈증 수치 기준, 내 결과는 괜찮은 걸까요?

검진센터에서 가장 자주 받던 질문 중 하나가 “총콜레스테롤이 200을 넘었는데 약을 먹어야 하나요?”였습니다. 같은 210mg/dL라도 LDL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 수치, 당뇨병이나 심장병 병력에 따라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결과지의 빨간 숫자 하나만 보고 겁먹거나, 반대로 별일 아니라고 넘기지 않았으면 합니다.
고지혈증 수치 기준, 네 칸을 함께 보세요
우리가 흔히 고지혈증이라고 부르는 상태는 LDL 콜레스테롤이나 중성지방이 높은 경우를 말합니다. HDL 콜레스테롤이 낮은 경우까지 포함하면 ‘이상지질혈증’이라는 이름이 더 정확합니다. 검사표에는 보통 다음 네 항목이 적혀 있습니다. 단위는 모두 mg/dL입니다.
- 총콜레스테롤: 200 미만이 적정, 200~239는 경계, 240 이상은 높음으로 봅니다.
- LDL 콜레스테롤: 100 미만이 적정, 130~159는 경계, 160~189는 높음, 190 이상은 매우 높음입니다.
- HDL 콜레스테롤: 40 미만이면 낮은 수치로 봅니다. LDL과 달리 낮을수록 걱정해야 하는 항목입니다.
- 중성지방: 150 미만이 적정, 150~199는 경계, 200~499는 높음, 500 이상은 매우 높음입니다.
질병관리청이 안내하는 일반적인 이상지질혈증 진단 기준은 총콜레스테롤 240 이상, LDL 160 이상, HDL 40 미만, 중성지방 200 이상 가운데 하나라도 해당하는 경우입니다. 다만 이 숫자는 검사 결과를 분류하는 기준입니다. 약을 시작할지는 개인의 심혈관질환 위험까지 보고 의사가 판단합니다.
LDL이 130이면 누구에게나 괜찮을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내과 병동에서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치료를 받은 분들의 결과지를 보면, “LDL이 160은 안 넘었는데요”라는 말을 듣곤 했습니다. 이미 혈관질환이 있거나 당뇨병 등 위험요인이 있다면 더 낮은 LDL 목표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다른 위험요인이 적은 사람의 LDL 130대는 생활습관과 재검사 결과를 함께 보며 치료 방향을 정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LDL 160은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약 먹는 선’이 아닙니다. 특히 LDL이 190 이상이면 다른 수치가 괜찮아 보여도 진료를 미루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가족 중 이른 나이에 심근경색을 겪은 사람이 있는지도 함께 알려주세요. 의사는 기존 심뇌혈관질환, 당뇨병, 혈압, 흡연, 나이와 가족력 등을 고려해 목표치를 정합니다.
총콜레스테롤만 보는 것도 아쉽습니다. 예를 들어 총콜레스테롤이 비슷한 두 사람이라도 한 사람은 HDL이 높고 다른 사람은 LDL이 높을 수 있습니다. 검사표에서 총콜레스테롤 옆의 세 숫자를 꼭 같이 읽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중성지방이 높다면 검사 조건부터 확인하세요
중성지방은 전날 식사와 음주, 금식 여부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질병관리청과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는 지질검사 전 최소 9시간, 가능하면 12시간 금식을 안내합니다. 저녁 늦게 식사를 하고 아침에 채혈했다면 그 사실을 진료 때 말해주세요. 검사 조건을 확인한 뒤 다시 측정할 필요가 있을 수 있습니다.
중성지방 200 이상이면 식사와 음주 습관, 체중, 혈당 등을 함께 살펴야 합니다. 500 이상이라면 급성 췌장염 위험도 높아지므로 검진 결과를 들고 신속히 진료를 받으세요. 이때는 ‘며칠 굶으면 내려가겠지’ 하고 혼자 해결하려 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배 윗부분에 심한 통증이 계속되거나 구토가 동반된다면 응급 평가가 필요합니다.
한 번의 수치가 치료 계획을 모두 결정하지는 않습니다.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는 치료 방침을 정할 때 서로 다른 시점의 지질검사를 최소 두 번 확인하도록 안내합니다. 다만 중성지방이 500 이상이거나 LDL이 190 이상처럼 많이 높다면 재검사만 기다리지 말고 먼저 진료 일정을 잡으세요.
이럴 땐 진료를 받으세요
검진표에 LDL 160 이상, 중성지방 200 이상, HDL 40 미만 또는 총콜레스테롤 240 이상이 표시됐다면 결과지를 가지고 내과나 가정의학과에서 상담받으세요. 수치가 그보다 낮더라도 당뇨병이 있거나 심근경색·뇌졸중을 겪었다면 현재 목표치가 맞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이미 약을 복용 중이라면 수치가 좋아졌다는 이유만으로 스스로 끊지 마세요. 좋은 수치가 약의 효과일 수 있습니다.
갑자기 심한 가슴 통증이나 호흡곤란이 생기거나, 한쪽 팔다리에 힘이 빠지고 말이 어눌해지면 지질검사 수치와 관계없이 즉시 119에 연락해야 합니다. 고지혈증 자체는 대개 아무 증상도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몸의 느낌보다 검진표와 이전 결과를 함께 챙겨 진료실에서 확인하는 일이 더 믿을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