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성 난청의 위험성

▲ 잠실아산이비인후과 임현우 원장

나이가 들면 신체 기능이 떨어지는데, 청각도 예외는 아니다. 청각은 단순한 의사소통은 물론 주변인과의 교류, 정서적인 문제와도 연관된다. 특히 인지 기능의 퇴화와 치매의 발생을 가속화하는 것으로 알려져 주의가 필요하다. 잠실아산이비인후과 임현우 원장과 함께 노화성 난청의 위험성에 대해 알아본다.

Q. 노화성 난청이란?
A. 난청은 청각 기능의 저하로 소리를 잘 듣지 못하는 것인데, 노화성 난청은 나이가 들면서 발생하는 청각 기능의 감퇴로 소리를 잘 듣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청각을 담당하는 달팽이관의 유모세포와 신경절 세포, 뇌의 청신경과 청각피질세포가 노화로 인해 일정 시기가 되면 기능이 모두 조금씩 떨어지게 된다. 청각 기능의 감퇴는 노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일정 크기 이상의 소리를 듣지 못하면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

Q. 노화성 난청의 증상은?
A. 40dB보다 작은 소리를 들을 수 있으면 경도 난청이라고 하는데, 이 경우에는 소리가 작게 들리기는 하지만 생활하는데 전반적으로 큰 지장이 있지는 않다. 그러나 40dB 크기의 소리를 듣지 못하게 되는 중등도 난청인 경우에는 생활 전반에 문제가 생긴다. 주변 사람들이 작게 얘기하거나 웅얼거리는 느낌이 강해지고, 잘못 알아듣는 경우가 자주 생겨서 되묻는 일이 많아진다.

Q. 노화성 난청이 가져오는 문제는?
A.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생기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느끼는 좌절감이 큰 문제가 되는데, 대화하는 것을 꺼리게 돼 사람들과의 만남을 멀리하고 사회적으로 점점 고립되는 상황을 만들 수 있다. 의사소통의 어려움과 사회적인 고립은 우울감과 같은 정서적인 문제를 만들어 내고, 더더욱 사회적으로 위축되고 대화가 적어지는 악순환을 만들어 낸다.

Q. 노화성 난청과 치매의 연관성은?
A. 노화성 난청이 있으면 치매가 생길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은 2011년 미국의 연구에서 밝혀진 바 있다. 치매가 없는 639명의 사람들을 10년 이상 지켜봤을 때, 40dB의 소리를 듣지 못하는 중증도 난청이 있는 사람의 경우, 청각이 정상인 사람보다 치매가 발생할 가능성이 3배 높았다. 70dB의 소리를 듣지 못하는 고도 난청의 경우는 치매 발성 가능성이 5배까지 높아졌다. 이 연구를 통해 난청이 있으면 치매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과 난청이 심할수록 그 가능성이 더 커진다는 사실이 밝혀졌으며, 이후 여러 연구에서도 난청과 치매의 연관이 꾸준히 확인됐다.

Q. 보청기를 사용하면 치매를 막을 수 있나?
A. 치매의 발병 원인 중 60%는 유전적 요인과 같이 바뀔 수 없는 부분이고, 40%는 생활 방식의 변화 등을 통해 교정할 수 있는 부분이다. 청각 저하는 40% 중 가장 큰 부분인 10% 정도를 차지하기 때문에, 이 부분을 치료해 치매의 발생 가능성을 크게 낮출 수 있다.

보청기 사용이 치매 발생을 억제할 수 있다는 것은 2023년 미국의 다기관 연구에서도 확인됐다. 난청이 있는 인구 집단에서 보청기 등을 이용한 청각 재활을 받는 집단과 받지 않는 집단을 임의로 배정하고 3년 후 평가했을 때, 3년간 청각 재활을 시행한 집단의 인지기능 저하가 절반으로 줄어드는 것을 확인했다. 만약 5년에서 10년 정도 더 장기간에 걸친 평가라면 두 집단의 차이는 훨씬 커질 것이다.

Q. 보청기의 어떤 원리로 치매 가능성을 낮추는 것인가?
A. 보청기를 사용하면 귀로 충분한 소리를 넣어줘서 난청이 있을 때 소리 청취를 위해 추가적으로 소모되는 인지기능을 줄여준다. 이를 통해 판단력과 기억력 등 다른 인지기능을 위한 예비 능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되고, 인지기능의 퇴화와 치매의 진행을 억제할 수 있다. 또한 늘어난 소리와 대화를 통해 뇌의 청각 피질을 더 많이 사용하면 대뇌의 기능을 최대한 유지시킬 수 있다.

Q. 마지막 조언
A. 노화성 난청과 치매는 노화와 밀접한 질환이다. 보청기를 이용한 청각 재활을 통해 청각 기능을 보충해 주는 것만으로도 치매 발병 원인의 10% 이상을 해결해 줘, 치매 발병 가능성을 크게 낮출 수 있다. 그러나, 치매에 대한 두려움만으로 무작정 보청기를 시작할 수는 없다. 현재 청각 상태와 전반적인 인지 기능에 대한 평가를 바탕으로 적시에 청각 재활을 시작한다면, 가족 및 친구들과의 원활한 사회적 교류의 유지는 물론 치매의 발생도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길 바란다. 

<저작권자 ⓒ 헬스위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현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