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함, 무기력증 느낄 시 정신과 방문 필요"

아직 우리나라는 정신과에 대한 선입견이 존재한다. 취업 시 불이익이 발생하진 않는지, 비용이 많이 들지는 않는지, 다른 사람들이 이상하게 보진 않을지 정신과에 대한 선입견으로 내원하기 꺼리는 경우가 많다. 약 부작용, 자기 관리법 등 정신과에 대한 오해와 진실에 대해 서울맑은 정신건강의학과 김윤석 원장과 함께 알아보자.


▲ 서울 맑은 정신과 김윤석 원장

Q. 정신과는 어떨 때 가야 하나요?

A. 아직 우리나라는 정신과에 대한 선입견이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매스컴에서도 그렇고 드라마나 영화 등에서 정신질환자에 대한 이미지가 굉장히 극대화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대체로 저희 외래에 오신 분들을 보시면 ‘무기력하다’, ‘하고 있던 일들을 자꾸 미루게 된다.’ ‘집중이 잘 안 된다’, ‘기억력이 떨어진다.’ 등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증상으로 내원하십니다.

내가 삶을 살다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모를 때, 불안하거나 우울하거나 무기력할 때는 언제든 정신건강의학과 문을 두드리시면 될 것 같습니다.

Q. 내 정신과 기록, 다른 사람이 볼 수 있나요?

A. 환자분과 해당 의사 선생님 둘이서 했던 이야기나 진료 기록들은 밖으로 절대 새어 나갈 수 없다고 알고 계시면 됩니다. 모든 병원은 개별적인 사업장이기 때문에 사업장끼리 진료기록을 공유할 수 없습니다. A 병원에 갔던 진료 기록이 B 병원으로 절대 넘어갈 수 없습니다. 안심하시고 진료받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Q. 취업에 불이익이 생기면 어떡하죠?

A. 관공서나 일반 회사에서 채용할 때 간혹 ‘정신질환자는 제외한다’는 문구가 포함돼 있을 때도 있습니다.

‘정신질환자’라고 하면 어떤 것을 떠올리나요?
보통은 정신과에 다니는 모든 사람을 일컫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정신건강복지법에 따르면 정신질환자란 환각, 망상, 사고, 기분의 장애 등으로 일상생활을 영위하는데 중대한 제약이 있는 사람을 일컫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단순히 불안하거나 불면증이 있거나 공황장애가 나타난다고 해서 절대로 정신질환자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채용 신체검사 등에서 만약 ‘당신은 정신질환이 있습니까?' 라고 물어본다면 앞서 말씀드린 정신건강보호복지법에 따른 정의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당당하게 ’아니요‘라고 체크하시면 됩니다.

실제로 저희 외래에 오시는 다양한 직군의 환자분들을 면면이 살펴보면 의사나 변호사, 간호사, 선생님, 소방관, 경찰관 등 다양한 직종들이 오십니다. 그분들 모두 외래 치료를 하면서도 직업 생활을 열심히 영위하고 계십니다.

Q. 정신과 진료비는 비싼가요?

A. 2018년에 정신건강의학과의 보험 체계가 굉장히 많이 개편되면서 환자 본인 부담금이 대폭 감소했습니다. 지역에 따라, 병원 규모에 따라 지원이 다르겠지만 보통 초진 비용은 2만 원에서 5만 원 사이로 책정돼 있습니다. 재진 비용은 약값 포함, 최소 6천 원부터 만 원대 정도가 발생합니다.

정신과 진료 비용이 부담되실 경우 각종 지방자치단에서 정신질환에 대해 지원하는 진료비용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동네병원 근처에 있는 정신건강 복지센터에 문의 하시면 치료비 지원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Q. 치료를 위해 꼭 약을 먹어야 하나요?

A. 모든 환자분들이 약물치료를 하지 않습니다. 저희가 상담을 통해서 진단을 내리고 약물치료보다 상담 치료가 필요하신 분들에게는 상담 치료를 권유합니다.

하지만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정신과에 대한 선입견이 비교적 높다 보니 병원을 찾으시는 분들은 비약물적 치료를 경험하다 약을 처방받고 싶어서 오시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이런 분들은 상담을 통해 약물치료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상담 치료 시 정신 분석적 치료를 하시는 분들에게 저희가 의뢰를 드리기도 하고 임상심리센터를 연계해 드리기도 합니다. 이런 다양한 옵션들이 있으니 너무 주저하지 마시고 언제든 병원을 방문하시길 바랍니다.

Q. 약은 평생 먹어야 하나요? 부작용이 걱정됩니다.

A. 약물은 식품이 아니기 때문에 부작용이 아예 없다고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 약물을 드시면서 느끼는 가장 흔한 부작용은 졸리거나 멍하거나 그리고 집중이 잘 안 되거나 성욕이 살짝 떨어진 듯한 느낌 그리고 소화가 잘 안 되는 경우도 간혹 있습니다.

이것은 주량으로 비유할 수 있습니다. 소주를 3병을 마셔도 괜찮은 사람이 있고 소주를 1잔만 마셔도 얼굴이 빨개지고 취하는 사람들이 있듯이 사람의 대사성과 체질에 따라서 술 또는 약을 잘 못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 분들은 바로 병원에 연락을 주셔서 주치의 선생님에게 ‘이런 부작용이 생겼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라고 여쭤보시면 약물의 감량 또는 변경에 대해서 보다 안전하게 설명을 들으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약을 평생 먹어야 하는 건 아닙니다. 중증 우울증을 예로 든다면 3개월 안에 많은 증상이 호전됩니다. 약 1년 정도 약으로 유지치료를 하면서 서서히 줄여나가다 보면 약물 없이도 일상생활을 건강하게 보낼 수 있는 날이 옵니다.

Q. 약을 먹으면 멍해지고 살이 찐다고 하는데 사실인가요?

A. 모든 약이 그렇지는 않고요. 약의 종류별, 특성별로 다른데 살이 찌거나 입맛이 돋고 많이 졸린 약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정신과 질환의 대표적인 병 중 하나인 우울증은 입맛이 떨어져서 체중 감소로 이어지고 잠을 잘 못 자는 불면증 증상이 나타납니다. 이런 분들에게 살이 찌거나 입맛이 돋우는 특성을 가진 약을 사용하면 오히려 환자분들이 더 빨리 나아진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체중 증가에 예민하거나 직장인, 수험생, 공무원 준비생들과 같이 다음날 집중이 필요한 분들에게는 앞서 말한 약물 말고 다른 약물로도 충분히 치료가 가능합니다. 의사 선생님과 충분한 상의 후 약물을 복용하신다면 부작용 없이 치료를 마칠 수 있습니다.

Q. 정신질환 자기 관리법이 있다면?

A. 정신과 병원의 문턱이 높아 그 전에 해보실 수 있는 여러 방법이 있습니다. 우선 햇볕을 많이 쬐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멍 때리는 시간을 충분히 가져주는 것이 자기 관리에 도움이 됩니다. 멍 때릴 때 머릿속이 정리되고 차분해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Q. 코로나로 인해 정신적으로 힘든 분들에게 한마디 해주신다면?

A. 안 그래도 요즘 코로나 시대에 정신과 환자분들이 많이 늘었다는 소식이 들려 저도 너무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이 시기를 어떻게 버텨나갈지 힘든 점에 대해서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과 공유를 해나가고 서로 공감을 받다 보면 ‘그래도 나만 힘든 게 아니구나’ 라고 힘을 얻고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당장 이 시기를 끝낼 수 없다면 서로 힘들고 불안한 것들을 공유하면서 공감하는 것이 좋은 방법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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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