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정지 전조증상은 쓰러지기 전에 알 수 있나요?

병동에서 일할 때, 며칠 전부터 가슴이 답답했지만 소화가 안 되는 줄 알았다고 말하는 분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반대로 별다른 불편을 느끼지 못하다가 갑자기 쓰러지는 분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심정지 전조증상을 묻는 분께는 증상 목록보다 먼저 이 말씀을 드립니다. 심정지는 예고 없이 올 수 있고, 앞서 나타난 증상만으로 누가 심정지를 겪을지 판단할 수 없습니다.
심정지는 심장이 혈액을 제대로 내보내지 못하는 응급상황입니다. 심장 혈관이 막히는 심근경색과는 다른 상태지만, 심근경색이 심정지로 이어질 수는 있습니다. 몸이 보내는 신호를 살피되, 신호가 없었다고 안심해서도 안 되는 이유입니다.
쓰러지기 전에는 어떤 증상이 나타날 수 있을까요?
미국 국립심장폐혈액연구소는 심정지 전에 가슴 통증, 숨참, 두근거림, 어지럼이나 실신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유난히 심한 피로, 메스꺼움, 등이나 배의 불편감도 관련 질환의 신호일 수 있습니다. 다만 이런 증상은 심장 외의 여러 원인으로도 생깁니다. 하나가 있다고 곧 심정지의 전조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 가슴 한가운데가 눌리거나 조이는 듯하고, 불편감이 몇 분 이상 이어지거나 사라졌다 다시 나타납니다.
- 평소와 달리 숨이 차며 식은땀, 메스꺼움, 심한 어지럼이 함께 옵니다.
- 심장이 빠르거나 불규칙하게 뛰는 느낌과 함께 눈앞이 캄캄해지거나 실제로 쓰러집니다.
- 운동 중, 앉아 있을 때, 누워 있을 때 이유 없이 실신합니다.
특히 실신은 ‘잠깐 쉬면 괜찮겠지’ 하고 넘기기 쉽습니다. 하지만 갑자기 의식을 잃었다가 회복했다면 당시 상황과 동반 증상을 의료진에게 알려야 합니다. 언제 시작했고 얼마나 지속됐는지, 운동 중이었는지, 가슴 통증이나 두근거림이 있었는지가 진료에 도움이 됩니다.
가슴이 아프지 않아도 심장 문제일 수 있습니다
심근경색은 흔히 가슴을 움켜쥐는 장면으로 떠올리지만, 실제 불편감은 턱·등·팔·윗배로 퍼질 수 있습니다. 숨참이나 식은땀, 메스꺼움이 두드러질 때도 있습니다. 미국심장협회도 가슴 불편감 외에 이런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안내합니다.
검진센터에서는 ‘심전도가 괜찮았으니 지금의 흉통도 괜찮겠죠’라는 말을 종종 들었습니다. 지난 검사 결과는 그때의 상태를 보여줄 뿐, 새로 생긴 증상의 원인을 대신 판단해 주지는 않습니다. 특히 평소와 다른 가슴 불편감이 반복되거나 증상이 점점 심해진다면 검진일까지 기다리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가족 중 젊은 나이에 갑자기 숨진 사람이 있거나, 본인에게 심장질환·부정맥 진단을 받은 적이 있다면 두근거림과 실신을 더 세심하게 살펴야 합니다. 그렇다고 위험 요인이 없는 사람에게 심정지가 생기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증상의 양상과 지금 상태를 기준으로 움직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눈앞에서 쓰러졌다면 전조증상을 찾을 때가 아닙니다
사람이 갑자기 쓰러져 불러도 반응이 없고 정상적으로 숨을 쉬지 않는다면 심정지를 의심해야 합니다. 간헐적으로 헐떡이는 숨은 정상 호흡으로 보지 않습니다. 맥박을 찾느라 시간을 보내지 말고 바로 119에 신고하세요. 주변 사람이 있다면 자동심장충격기를 가져오도록 요청합니다.
119의 안내를 들으며 가슴 중앙을 강하고 빠르게 압박합니다. 질병관리청의 심폐소생술 안내는 성인의 경우 약 5cm 깊이, 분당 100~120회 속도를 제시합니다. 가슴이 다시 올라오도록 압박을 풀고, 구급대가 도착하거나 환자가 움직이고 정상적으로 숨 쉴 때까지 이어갑니다. 자동심장충격기가 도착하면 전원을 켜고 음성 안내를 따르면 됩니다. 인공호흡을 배운 적이 없거나 하기 어렵다면 가슴압박만이라도 시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단계에서는 물을 먹이거나 몸을 주무르며 반응을 기다릴 시간이 없습니다. 혼자 있다면 휴대전화로 119에 신고해 스피커폰을 켜고 안내를 받으세요. 곁에 있는 사람이 할 수 있는 행동이 분명히 있습니다.
이럴 땐 진료를 받으세요
가슴의 압박감이나 통증이 몇 분 이상 지속되거나 되풀이되고, 숨참·식은땀·메스꺼움이 동반된다면 즉시 119에 연락해야 합니다. 의식은 있지만 증상이 심한 경우에도 직접 운전하지 마세요. 갑자기 쓰러졌거나 반응과 정상 호흡이 없다면 119 신고와 심폐소생술이 먼저입니다.
증상이 지금은 사라졌더라도 원인 모를 실신, 운동 중 어지럼, 반복되는 두근거림이 있었다면 빠른 시일 안에 진료를 받으세요. 저는 병동에서 ‘그때 잠깐 그랬다’는 이야기를 뒤늦게 듣곤 했습니다. 심정지 전조증상에 딱 맞는 모양은 없습니다. 평소와 다른 신호가 생겼을 때 혼자 병명을 정하기보다, 언제 진료가 필요한지 판단받는 쪽이 안전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