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혈증 수치, 어느 정도면 병원에 가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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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혈증 수치, 어느 정도면 병원에 가야 할까요?

검진센터에서 일하다 보면 “콜레스테롤이 조금 높다는데 약 먹어야 하나요?” 하고 결과지를 들고 오시는 분들이 정말 많습니다. 표에는 빨간 글씨가 찍혀 있고, 인터넷을 찾아보면 겁나는 말이 많아서 더 불안해지지요. 그런데 고지혈증 수치는 숫자 하나만 보고 바로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같은 LDL 160mg/dL이라도 당뇨가 있는 분, 심근경색을 겪은 분, 30대 건강한 분의 의미가 다릅니다.

저는 진단하지 않습니다. 판단은 의사가 합니다. 다만 병동과 검진센터에서 오래 본 입장에서, 어떤 수치를 그냥 넘기면 안 되는지, 결과지를 볼 때 어디부터 봐야 하는지는 차분히 짚어드릴 수 있습니다.

고지혈증 수치에서 먼저 볼 것은 LDL입니다

검진 결과지에는 보통 총콜레스테롤, LDL 콜레스테롤, HDL 콜레스테롤, 중성지방이 같이 나옵니다. 이 중 치료 판단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수치는 LDL 콜레스테롤입니다. 흔히 ‘나쁜 콜레스테롤’이라고 부르는 그 수치입니다.

일반적으로 LDL은 100mg/dL 미만이면 적정, 100~129mg/dL은 정상 범위로 보는 경우가 많고, 130~159mg/dL은 경계, 160~189mg/dL은 높음, 190mg/dL 이상은 매우 높음으로 분류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경계’라고 해서 늘 괜찮다는 뜻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40대 초반에 LDL이 145mg/dL이고 혈압, 혈당, 흡연력이 없다면 생활습관 교정 후 재검을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같은 LDL 145mg/dL이라도 당뇨가 있거나, 이미 협심증·심근경색·뇌경색을 겪은 분이라면 훨씬 엄격하게 관리합니다.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와 질병관리청 안내에서도 심혈관 위험도에 따라 LDL 목표가 달라진다고 설명합니다.

총콜레스테롤보다 조합을 같이 봐야 합니다

총콜레스테롤은 200mg/dL 미만이면 적정, 200~239mg/dL은 경계, 240mg/dL 이상이면 높은 수치로 봅니다. 하지만 총콜레스테롤만 보고 “나는 고지혈증이다”, “나는 괜찮다”라고 단정하면 안 됩니다.

실제로 검진센터에서 총콜레스테롤이 230mg/dL이라 놀라서 오셨는데 HDL이 높고 LDL은 아주 위험한 수준이 아닌 분도 있었습니다. 반대로 총콜레스테롤은 아주 튀지 않는데 LDL이 높고 HDL은 낮고, 중성지방까지 높은 분도 있었지요. 후자가 혈관에는 더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HDL 콜레스테롤은 흔히 ‘좋은 콜레스테롤’이라고 부릅니다. 보통 40mg/dL 미만이면 낮다고 봅니다. HDL이 낮으면 동맥경화 위험이 올라갈 수 있습니다. 다만 HDL만 억지로 높이는 데 매달리기보다는 금연, 체중 조절,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처럼 전체 위험을 낮추는 쪽이 더 현실적입니다.

중성지방은 식사와 술에 크게 흔들립니다

중성지방은 150mg/dL 미만이면 적정, 150~199mg/dL은 경계, 200~499mg/dL은 높음, 500mg/dL 이상은 매우 높음으로 봅니다. 이 수치는 전날 식사, 야식, 음주, 금식 시간에 따라 꽤 크게 변합니다.

검사 전날 회식하고 술을 마신 뒤 다음 날 채혈하면 중성지방이 확 올라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지질검사는 보통 최소 9시간, 가능하면 12시간 정도 금식 후 검사하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중성지방은 금식 여부에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그런데 중성지방이 500mg/dL 이상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이 정도는 단순히 “기름진 걸 먹어서 그런가 보다” 하고 넘기기 어렵습니다. 췌장염 위험과도 관련될 수 있어 의사 상담이 필요합니다. 복통, 구토, 등으로 뻗치는 통증이 같이 있으면 더 빨리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약을 먹을지 말지는 숫자 하나로 정하지 않습니다

고지혈증 약이라고 하면 스타틴을 많이 떠올립니다. 외래에서 약을 시작하면 “평생 먹어야 하나요?” 하고 걱정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 마음 이해합니다. 매일 약을 먹는다는 건 누구에게나 부담입니다.

하지만 약을 쓰는 이유는 단순히 검사표의 빨간 글씨를 없애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목표는 심근경색, 협심증, 뇌경색 같은 심뇌혈관질환을 줄이는 것입니다. 특히 이미 심혈관질환을 겪었거나 당뇨, 만성콩팥병, 고혈압, 흡연, 가족력이 있는 분은 같은 고지혈증 수치라도 더 적극적으로 관리합니다.

생활습관 교정도 분명 중요합니다. 체중을 5~10% 줄이는 것만으로도 중성지방과 혈당이 같이 좋아지는 분들이 있습니다. 포화지방과 트랜스지방을 줄이고, 단 음료와 야식, 잦은 음주를 줄이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운동은 거창하지 않아도 됩니다. 빠르게 걷기처럼 숨이 조금 찰 정도의 활동을 주 3~5회 꾸준히 하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다만 LDL이 190mg/dL 이상이거나, 중성지방이 500mg/dL 이상이거나, 이미 혈관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식사 조절만으로 시간을 오래 끌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몇 달 미루는 동안 혈관 안에서는 조용히 변화가 진행될 수 있습니다. 고지혈증은 아픈 증상이 없어서 더 놓치기 쉽습니다.

이럴 땐 진료를 받으세요

  • LDL 콜레스테롤이 160mg/dL 이상으로 반복 확인될 때
  • LDL 콜레스테롤이 190mg/dL 이상일 때
  • 총콜레스테롤이 240mg/dL 이상일 때
  • 중성지방이 200mg/dL 이상으로 계속 높게 나올 때
  • 중성지방이 500mg/dL 이상일 때
  • HDL 콜레스테롤이 40mg/dL 미만이고 다른 위험요인이 함께 있을 때
  • 당뇨, 고혈압, 만성콩팥병, 흡연, 비만, 가족력이 있을 때
  • 협심증, 심근경색, 뇌졸중, 말초혈관질환을 앓은 적이 있을 때
  • 가슴 통증, 숨참, 한쪽 팔다리 힘 빠짐, 말 어눌함 같은 증상이 있을 때

검진 결과가 한 번 높게 나왔다고 해서 바로 큰일이 난 것은 아닙니다. 감기, 스트레스, 금식 부족, 전날 음주처럼 일시적인 요인도 있습니다. 그래서 서로 다른 시점에 다시 검사해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할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반복해서 높게 나오거나, 위험요인이 같이 있다면 “다음 검진 때 보지 뭐” 하고 1년을 넘기는 건 아깝습니다. 고지혈증 수치는 몸이 보내는 조용한 신호에 가깝습니다. 통증이 없을 때 확인하고 조절하는 쪽이, 병동에서 급하게 치료받는 상황보다 훨씬 낫습니다. 검사표에 빨간 글씨가 찍혔다면 겁부터 먹기보다 내 LDL, HDL, 중성지방이 각각 어디에 해당하는지 보고, 필요한 시점에는 진료실에서 내 위험도를 함께 계산해보는 게 좋겠습니다.

고지혈증 수치, 어느 정도면 병원에 가야 할까요? - 요약
고지혈증 수치, 어느 정도면 병원에 가야 할까요? | 질병노트 : https://healthweek.co.kr/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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