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염색은 자신을 표현하는 일반적인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흰머리를 가리는 기능적인 이유를 넘어, 계절과 유행에 맞춰 헤어 컬러를 바꾸는 일은 더 이상 특별하지 않은 일상이 되었지만, 이러한 잦은 염색이 우리의 두피와 전신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염색약은 강한 화학 성분을 포함하고 있어 모발과 두피에 직접적인 손상을 입힌다. 염색 과정은 기본적으로 모발의 가장 바깥 보호막인 큐티클 층을 강제로 열어 색소를 침투시키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는데, 이 과정에서 모발 내부의 필수 단백질과 수분이 대량으로 유출된다.
그 결과, 머리카락은 쉽게 건조해지고 푸석해지며, 탄력을 잃고 잘 끊어지는 손상된 상태가 된다. 잦은 염색은 이러한 모발 손상을 회복 불가능한 수준으로 가속화시킬 수 있다.
더욱 중요한 문제는 두피에 미치는 영향이다. 염색약의 화학 성분은 두피에 직접 닿아 자극성 접촉 피부염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이 된다. 두피가 따갑거나 화끈거리는 느낌, 심한 가려움증, 그리고 붉은 발진 등은 흔한 부작용이며, 두피에 상처가 있거나 평소 예민한 사람의 경우 염색약 성분이 피부 장벽을 뚫고 깊숙이 침투하여 심각한 알레르기 반응이나 모낭염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러한 두피 염증은 장기적으로 탈모를 유발하거나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대부분의 영구 염모제에는 색을 선명하고 오래 유지시키는 핵심 성분인 파라페닐렌디아민(PPD)이 포함되어 있다. PPD는 독성이 강한 물질로 알려져 있으며,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에서 가장 흔하게 접촉성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물질 중 하나이다.
단순한 두피 가려움이나 부종을 넘어, 심각한 경우에는 얼굴 전체와 목이 붓는 혈관 부종을 일으키거나, 드물게는 호흡 곤란을 동반하는 아나필락시스 쇼크 등 생명을 위협하는 전신 반응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염색약 특유의 자극적인 냄새를 유발하는 암모니아는 휘발성이 강해 눈과 호흡기를 자극할 수 있으며, 색을 밝게 빼는 데 사용되는 과산화수소는 모발의 손상을 가속화시키는 주범으로 꼽힌다. 이러한 화학 성분들에 대한 지속적인 노출은 인체에 미치는 장기적인 영향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어 사용에 신중해야 한다.

염색을 완전히 포기하기 어렵다면, 건강을 지키면서 아름다움을 유지하기 위한 몇 가지 안전 수칙을 철저히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가장 중요한 첫 번째 단계는 염색 48시간 전에 반드시 패치 테스트(Patch Test)를 진행하는 것이다. 소량의 염색약을 귀 뒤나 팔 안쪽에 발라 알레르기 반응 유무를 확인하는 이 과정은 심각한 부작용을 예방하는 필수적인 조치다.
둘째, 염색약을 바를 때는 두피에 직접 닿지 않도록 섬세하게 도포해야 하며, 눈썹이나 속눈썹에 사용하는 것은 절대 피해야 한다.
또한, 모발과 두피가 충분히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을 주기 위해 염색 간격은 최소 4~6주 이상으로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염색 후에는 염색약 잔여물이 두피에 남지 않도록 깨끗이 헹궈내고, 손상된 모발과 두피에 영양과 보습을 충분히 제공하는 사후 관리에도 힘써야 한다. PPD 같은 자극적인 성분이 비교적 적게 함유된 순한 제품을 선택하는 것도 건강한 염색을 위한 현명한 방법이 될 것이다.
염색은 자신을 표현하는 좋은 수단이지만, 그 과정에서 사용되는 화학 성분들이 우리의 건강에 잠재적인 위험을 초래할 수 있음을 인지하고, 안전 수칙을 지켜가며 현명하게 염색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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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기자 다른기사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