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병의 원인 ‘비만’, 치료할 수 있을까?

▲ 녹색병원 가정의학과 인형욱 과장
먹을 음식은 넘쳐나고 과학 기술의 발전으로 신체 활동량은 현저히 줄어들면서 비만은 풍요의 상징이 아닌,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는 심각한 질환으로 다가왔다. 녹색병원 가정의학과 인형욱 과장과 함께 비만의 위험성과 치료 방법에 대해 알아본다.

Q. 세계보건기구(WHO)가 정의하는 비만의 기준은 무엇이며, 진단 시 고려해야 할 다른 요소가 있나?
A. 세계보건기구(WHO)는 일반적으로 체질량지수(BMI)가 30kg/㎡ 이상일 경우를 비만으로 정의한다. 하지만 비만 진단 기준은 개인마다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기저 질환, 근육량, 나이, 성별, 그리고 민족에 따라서도 기준에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단순한 BMI 수치 외에 이러한 요소들을 복합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Q. 비만이 왜 심각한 문제로 여겨지나?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은 무엇인가?
A. 비만은 단순히 살이 찐 상태를 넘어 다양한 질병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심각한 질환이다. 가장 크게는 고혈압, 당뇨, 이상지질혈증과 같은 대사 질환의 주요 원인이 되며, 심뇌혈관계 질환과 같은 중대 질환의 발생 위험을 높인다. 또한, 과도한 체중은 관절 질환을 유발해 삶의 질을 현저히 저하시킨다. 신체적 건강 문제뿐 아니라, 외모 변화로 인한 사회적 자존감 저하와 정신 건강 문제까지 초래할 수 있다. 개인을 넘어 사회·경제적으로도 막대한 비용을 발생시키는 문제이다.

Q. 효과적이고 지속 가능한 다이어트를 위한 핵심 원칙은 무엇인가?
A. 가장 중요한 다이어트 방향은 음식 섭취량을 줄이고 운동을 통해 활동량을 늘리는 것이다. 특히 다이어트의 성공은 ‘지속 가능성’에 달려 있다. 극심한 공복감과 무리한 운동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다이어트를 방해하는 가장 큰 요소이다.

공복감 관리: 배고픔을 억지로 참으면 음식 욕구가 강해지고 스트레스로 이어져 오래 지속하기 어렵다. 공복 시 분비되는 식욕 자극 호르몬인 ‘그렐린’을 관리하기 위해 위를 완전히 비우지 않는 것이 도움 된다. 이때 양배추, 토마토 등 칼로리가 낮고 소화에 에너지를 많이 쓰는 ‘마이너스 푸드’를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주로 섬유질과 수분이 풍부한 채소들이다.

운동 계획: 처음부터 너무 과한 운동 계획을 세우면 쉽게 지치기 마련이다. 효과적인 다이어트를 위해서는 장기간 꾸준히 시도할 수 있는 본인에게 맞는 운동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숨이 차고 땀이 많이 나는 힘든 운동보다, 옆 사람과 대화하기 약간 힘들 정도의 심박수(분당 100~120회)로 빠르게 걷기처럼 가볍게 운동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효과적이다.

Q. 비만 치료제에는 어떤 종류가 있으며, 각각의 특징과 장단점은 무엇인가요?
A. 비만 치료제는 크게 세 가지 종류가 있다.

첫 번째, 식욕 억제제 계열이다. 가장 오랫동안 사용돼 왔으며 주로 뇌에 작용해 식욕을 떨어뜨리고 신진대사를 촉진한다. 효과는 좋지만, 두통, 불면, 심박수 증가 등의 부작용이 큰 편이므로 3개월 이상 사용은 금지하고 있다. 반드시 의사의 처방에 따라 복용해야 하며 오남용 시 심각한 신체적, 정신적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지방 흡수 억제제 계열이다. 섭취한 지방의 분해를 막고 대변으로 배출되게 한다. 식욕 억제제 계열의 약물보다 안전하고 장기 복용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체중 감량 효과가 크지 않으며 지방이 많이 포함된 변으로 인해 불편감이 있다.

마지막으로 최근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주사형 비만 치료제이다. 위고비 및 마운자로라는 상품명으로 출시되었으며, 부작용이 낮고 장기 사용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체중 감량 효과가 커서 다이어트 치료 약물로 주목받고 있다.

Q. 최근 주목받는 ‘주사형 비만 치료제’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작용하며, 장단점은 무엇인가?
A. 주사형 비만 치료제는 당뇨병의 치료를 위해 시작되었다. 약 20여 년 전 이미 개발되었던 당뇨병 치료제에서 식욕 저하와 체중 감소라는 부작용이 발견됐고, 이것이 현재의 비만 치료제로 발전하게 된 것이다.

주사형 치료제의 주성분은 인크레틴 호르몬이다. 이 호르몬은 식후 소장에서 분비되어 정교한 혈당 조절, 지방 대사 활성화, 포만감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포만감을 유지하며 식욕을 억제하는 것이 비만 치료의 가장 큰 핵심인데, 인체에서 분비되는 인크레틴 호르몬은 작용 시간이 매우 짧다. 때문에 외부에서 인크레틴 호르몬을 주입해 장시간 작용하도록 만들었다.

단점도 있다. 인크레틴 호르몬은 포만감 유지를 위해 위장관계의 운동을 지연시키기 때문에 주사형 치료제의 가장 큰 단점인 소화 불량 증상이 나타난다. 식사 후 속이 더부룩하거나 메스껍고 변비가 생길 수 있다. 하지만 1~2개월 후 대부분 증상은 완화되며 약 6새월 사용 시 평균 10% 정도의 체중 감량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한 인크레틴 호르몬이 다양한 심혈관계 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속속 발표되고 있어 향후 비만 치료제뿐 아니라 대사성 질환 치료제로서도 주목받고 있다.

Q. 마지막으로, 비만 관리에 있어 가장 강조하고 싶은 점은?
A. 비만은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다. 하지만 건강한 체중임에도 불구하고 무조건 날씬해지려는 생각에 무분별하게 약물을 사용하는 것은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 오늘날은 과식과 잘못된 식습관을 유도하는 사회적, 문화적 요인이 많다. 이럴 때일수록 자신의 건강 상태를 잘 알고 올바른 방법으로 체중을 조절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다이어트의 핵심은 지속 가능성과 개인 맞춤형 접근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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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윤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