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은 해독, 대사, 저장, 살균 등 다양한 생명 유지 기능을 수행하는 ‘침묵의 장기’이다. 손상이 상당히 진행되기 전까지는 특별한 증상이 없어, 자칫하면 중요한 치료 시기를 놓치기 쉽다. 간에 염증이 생긴 상태인 간염은 원인과 형태에 따라 급성 또는 만성으로 진행되며, 방치할 경우 간경변증이나 간암으로 발전할 수 있다.
간염은 원인에 따라 여러 유형으로 나뉘며, 대표적으로 A형, B형, C형, D형, E형 등의 바이러스성 간염과 비전형 바이러스에 의한 간염, 알코올성 간염, 자가면역성 간염, 약물 유발 간염 등이 있다.
바이러스성 간염 중 A형 간염은 오염된 음식이나 물을 통해 감염되며 급성 간염을 유발한다. 대부분은 자연 치유되나 성인 감염 시 증상이 심할 수 있으며, 드물게 전격성 간부전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항체가 없는 20~40대 성인은 예방접종을 하는 것이 좋다.
B형 간염은 혈액, 체액, 출산 시 수직감염 등을 통해 전파되며, 국내에서 가장 흔한 만성 간염의 원인이다. 감염된 후 만성화되면 간경변증이나 간암으로 이어질 수 있는데, 현재는 항바이러스제를 통해 질환의 진행을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으며, 예방백신으로 감염 자체를 방지할 수 있다.
C형 간염은 혈액을 통해 감염되며, 감염자의 절반 이상은 만성 간염으로 이행하며, 치료하지 않으면 간경변증이나 간암으로 진행된다. 최근 개발된 경구 항바이러스제는 8~12주 투여만으로 95% 이상 완치를 기대할 수 있어, 조기 발견이 치료 성패를 좌우한다. 현재 국가검진사업을 통해 C형 간염 선별검사가 시행되고 있다.
D형 간염 바이러스는 B형 간염 바이러스가 있어야만 증식할 수 있는 특수한 형태로, 동시 감염되거나 만성 B형 간염 환자에서 중복 감염되는 경우가 있다. 중복 감염 시 간 손상이 심하고 간경변증 진행 속도가 빨라 주의가 필요하다.
E형 간염은 오염된 물이나 음식 등의 수인성 감염을 통해 전염되며, 대부분 급성 간염으로 자연 회복된다. 하지만 임산부나 면역 저하자에게서는 중증 간염이나 만성 간질환으로 발전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돼지고기나 가공육 섭취를 통한 감염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간염의 증상은 매우 다양하며, 초기에는 무증상이거나 피로감, 식욕 저하, 미열, 구역, 상복부 불쾌감 등 비특이적 증상만 나타난다. 일부에서는 황달, 진한 소변, 회색 변, 간통증 등의 증상이 동반될 수 있다. 만성 간염은 수년간 특별한 자각 증상 없이 진행되기 때문에 정기적인 검진이 뭣보다 중요하다. 간염이 간경변증으로 진행하면 복수, 하지 부종, 간성 혼수, 정맥류 출혈, 간암 등 심각한 합병증이 나타날 수 있으며, 생명을 위협하는 상황으로 발전할 수 있다.
치료는 원인에 따라 달라진다. A형과 E형 간염은 대부분 자연 회복되며, 안정과 수액 치료가 필요하다. A형은 예방접종이 가능하며, B형 간염은 항바이러스제로 바이러스 활동을 억제하고 간 손상 및 간암 발생을 예방할 수 있다.
C형 간염은 경구 항바이러스제로 대부분 완치 가능하며, 가능한 한 빨리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D형 간염은 현재 특이 치료제가 제한적이며, B형 간염 치료를 병행해 간 손상을 조절한다.
간염은 조기 진단만으로도 진행을 늦추거나 치료가 가능하며, 특히 A형 및 B형 간염은 예방백신을 통해 감염 자체를 차단할 수 있다. 평소 위생 관리, 안전한 성생활, 금주, 정기 건강검진 등의 실천이 간 건강의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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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숙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