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물음표] 미세플라스틱, 뇌에 축적돼 치매 위험 높인다?

▲ 출처=게티이미지뱅크

환경오염의 원인으로 꼽히는 미세플라스틱은 건강을 해치는 주범이기도 하다. 하지만 미세플라스틱은 일상에 깊이 스며들어 있다. 지난해 국내에서 판매되는 생수 제품의 93%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되며 심각성이 알려진 바 있다.

미세플라스틱은 5mm 미만의 작은 플라스틱 조각이다. 유엔환경계획 보고서에 따르면 150μm(마이크로미터) 이상의 미세플라스틱은 몸 속에 흡수되지 않고 소화기관을 통해 배출되지만, 크기가 작은 미세플라스틱은 소화관을 통과할 수 있다. 이렇게 흡수된 미세플라스틱은 혈관 속을 떠돌다가 장기 등에 축적된다.

최근 국제 학술지 '네이처 메디신'에 실린 연구 결과에 따르면 미세플라스틱은 여러 장기 가운데 뇌에 가장 많이 축적된다. 미국 뉴멕시코대를 포함한 국제 연구진은 2016년과 2024년 부검을 통해 얻은 인간의 뇌, 간, 신장 조직에서 미세플라스틱을 분석했다. 2016년과 비교해 2024년 조직에서는 더 많은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됐으며, 특히 뇌 조직에서 많은 양의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 2024년 뇌 조직의 미세플라스틱 농도는 2016년 대비 50% 증가했다.

검출된 주요 미세플라스틱 성분은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폴리염화비닐(PVC), 스타이렌-부타디엔 고무(SBR)였으며, 뇌 조직에서는 비닐봉지 등에 사용되는 폴리에틸렌의 비율이 75% 이상으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한편 치매 환자의 뇌 조직에서는 미세플라스틱 농도가 7배 이상 높았다. 연구진은 "미세플라스틱이 주로 뇌혈관 벽과 면역세포에 집중적으로 축적됐다"며 "미세플라스틱이 신경 염증이나 혈액-뇌 장벽(BBB) 손상과 연관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도 존재한다. 중국 환경 과학 연구 아카데미와 싱가포르 국립대, 미국 듀크대의 국제 연구진은 미세플라스틱이 뇌혈관을 막아 신경손상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뇌에는 외부 물질의 침입을 막는 혈류-뇌 장벽(BBB)이 있는데, 미세플라스틱이 이 장벽을 통과한 뒤 뇌 면역세포에 의해 포식되고, 면역세포가 응집해 혈전이 발생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혈전이 생겨 혈류가 감소하면 운동 및 인지기능이 떨어질 수 있다.

여러 연구 결과를 종합하면, 미세플라스틱이 뇌 조직에 축적될 시 알츠하이머, 파킨슨병 등 신경퇴행성 질환의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미세플라스틱은 소리 없이 몸 속에 축적되고 있다. 지난해 국내 연구진은 국내 성인 10명 중 9명의 혈액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미세플라스틱 노출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플라스틱 제품 사용을 줄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생수병 등 플라스틱 용기의 재사용은 삼가야 한다. 일회용 플라스틱을 재사용할수록 미세플라스틱에 더 많이 노출될 수 있다. 플라스틱 대신 유리, 스테인리스, 실리콘 소재의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또 수산물 섭취도 주의해야 한다. 수산물 섭취 시 내장을 제거하고, 내장 제거가 어려운 바지락 등은 소금물에 30분 이상 해감하면 미세플라스틱 대부분을 제거할 수 있다. 일상 속 작은 실천은 미세플라스틱 노출을 줄이고 건강은 물론 환경까지 지킬 수 있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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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