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후유증은 언제 병원에 가야 할까요?

병동에서 일하다 보면 사고 당일엔 괜찮았다가 다음 날 목이 뻣뻣해져 찾아오는 분들을 봅니다. 반대로 통증이 심하지 않아도 머리를 부딪힌 뒤 평소와 다르게 멍해지는 분도 있습니다. 사고 직후의 느낌만으로 이후 경과를 판단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18년간 내과 병동과 건강검진센터에서 일하며 제가 먼저 묻게 된 것도 ‘얼마나 아픈가요?’보다 ‘언제부터, 어떻게 달라졌나요?’였습니다.
사고 다음 날 아프면 교통사고 후유증일까요?
교통사고 뒤 생긴 증상을 모두 후유증이라고 부르기는 어렵습니다. 아직 확인되지 않은 급성 손상일 수도 있고, 회복 중 나타나는 통증일 수도 있습니다. 진단은 진찰을 한 의사의 몫입니다. 다만 증상이 늦게 시작됐다는 이유로 사고와 무관하다고 단정해서도 안 됩니다.
차가 갑자기 멈추면 목이 앞뒤로 흔들릴 수 있습니다. 이때 생기는 목 통증과 뻣뻣함은 사고 직후보다 몇 시간 뒤, 때로는 24~48시간 뒤에 느껴지기도 합니다. 영국 국민보건서비스도 목의 급격한 움직임으로 생긴 손상에서 증상이 늦게 나타날 수 있다고 안내합니다. 두통, 어깨 통증, 팔 쪽 불편감이 함께 올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늦게 아프면 다 근육통’이라는 생각은 조심해야 합니다. 어디를 부딪혔는지, 안전벨트가 어느 부위를 눌렀는지, 통증이 새로 생겼는지 계속 심해지는지를 함께 봐야 합니다. 사고 당시를 정확히 기억하지 못한다면 그 사실도 진료할 때 꼭 말씀해 주세요.
처음 24시간에는 무엇을 살펴야 할까요?
머리를 부딪혔거나 충격으로 머리가 크게 흔들렸다면 두통만 보지 마세요. 메스꺼움, 어지럼, 집중하기 어려움, 평소와 다른 말이나 행동이 있는지도 살펴야 합니다. 질병통제예방센터는 가벼운 뇌손상 뒤에도 증상이 바로 드러나지 않거나 본인이 변화를 알아차리기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머리를 다친 뒤 의료진의 평가를 받고 귀가했다면, 가능하면 첫 24시간은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이 곁에서 상태 변화를 함께 보는 편이 좋습니다. 계속 깨어 있어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평소처럼 깨울 수 있는지, 대화가 자연스러운지 확인할 사람이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사고 뒤 어지럽거나 판단이 흐리다면 직접 운전하지 마세요.
목과 허리 통증도 기록해 두면 좋습니다. 예를 들어 ‘어제는 고개를 돌릴 때만 아팠는데 오늘은 가만히 있어도 아프다’처럼 시작 시점과 변화를 적어 두는 겁니다. 팔이나 다리의 저림, 힘이 빠지는 느낌, 걷기 어려움은 단순한 뻐근함과 구분해서 알려야 합니다. 통증 점수 하나보다 변화의 방향이 진료에 더 도움이 될 때가 많습니다.
어떤 증상은 기다리지 말아야 할까요?
사고 뒤 두통이 점점 심해지거나 구토를 반복한다면 즉시 응급 평가가 필요합니다. 의식이 흐려짐, 깨우기 어려움, 발작, 말이 어눌해짐, 한쪽 팔·다리의 힘이 빠짐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증상이 있다면 119에 연락하거나 응급실로 가야 합니다. 혼자 운전해서 이동하지 마세요. 머리 손상 뒤의 위험 신호는 질병통제예방센터와 영국 국민보건서비스의 안내에도 공통으로 들어 있습니다.
목이나 허리를 다친 뒤 손발이 저리거나 약해지고, 걷기 어렵거나 대소변 조절이 달라졌다면 척추와 신경 손상 가능성을 확인해야 합니다. 심한 목 통증과 함께 이런 변화가 있다면 목을 억지로 돌리거나 마사지하며 버티지 말고 바로 진료를 받으세요.
가슴 통증이나 숨참, 점점 심해지는 복통과 배의 팽만, 창백함과 식은땀, 실신할 듯한 어지럼도 응급실에서 확인할 증상입니다. 안전벨트 자국이 남았는데 배가 아프다면 특히 사고 상황을 함께 알려야 합니다. 겉에 큰 상처가 없어도 몸 안의 손상 여부는 진찰과 필요한 검사로 판단합니다.
이럴 땐 진료를 받으세요
응급 신호가 없더라도 사고 뒤 새로 생긴 목·허리 통증, 두통, 어지럼이 있다면 진료를 통해 손상 여부와 치료 방향을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며칠 동안 통증이 더 심해지거나 일상생활을 방해한다면 기다리는 기간을 늘리지 마세요. 목 통증이 1주일가량 지나도 나아지지 않는 경우 역시 다시 평가받을 이유가 됩니다.
머리를 부딪혔고 와파린 같은 항응고제나 다른 혈액 응고에 영향을 주는 약을 복용 중이라면, 증상이 가벼워 보여도 사고 당일 의료진에게 알리세요. 영국 국립보건임상연구원은 이런 경우 영상검사 필요성을 따로 검토하도록 권고합니다. 약을 임의로 끊는 대신 약 이름과 마지막 복용 시간을 가져가는 편이 안전합니다.
진료할 때는 사고 시각, 충돌 방향, 머리를 부딪혔는지, 안전벨트 자국, 증상이 시작된 시각과 악화 여부를 짧게 메모해 전해 주세요. 검사 결과가 괜찮았더라도 이후 새로운 증상이 생기면 다시 상담해야 합니다. 제가 병동에서 배운 건 통증을 겁내기보다 변화를 놓치지 않는 일이 중요하다는 점입니다. 좋아지고 있는지, 새로 생기거나 심해지는 증상은 없는지 살피고, 판단이 어려울 땐 진료를 받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