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갑상선 증상, 피곤함과 목 이물감만으로도 병원에 가야 할까요?

건강검진센터에서 일하다 보면 남성분들이 갑상선 이야기를 들었을 때 꽤 놀라십니다. “갑상선은 여자들이 많이 걸리는 병 아닌가요?” 하고 묻는 분도 많고요. 맞습니다. 갑상선 질환은 여성에게 더 흔합니다. 그런데 남성에게 생겼을 때는 증상을 오래 참거나, 단순 피로와 스트레스로 넘기다가 늦게 발견되는 경우를 병동에서도 여러 번 봤습니다.
저는 진단을 하지 않습니다. 진단은 의사가 혈액검사, 초음파, 필요하면 세침흡인검사까지 보고 판단합니다. 다만 18년간 내과 병동과 검진센터에서 보니, 남성 갑상선 증상은 “목에 혹이 만져진다”보다 “몸이 예전 같지 않다”로 시작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남성에게도 갑상선 문제가 생깁니다
갑상선은 목 앞쪽, 목젖 아래에 있는 나비 모양의 기관입니다. 여기서 나오는 갑상선호르몬은 심장 박동, 체온, 장운동, 체중, 근육 힘, 기분까지 넓게 관여합니다. 그래서 갑상선이 너무 빨리 일하면 몸 전체가 과속하는 느낌이 나고, 너무 느리게 일하면 몸이 꺼지는 느낌이 납니다.
질병관리청 안내에서도 갑상선기능항진증은 더위, 땀, 두근거림, 손떨림, 체중감소 같은 증상으로 설명합니다. 반대로 갑상선기능저하증은 피로, 체중증가, 추위, 피부 건조, 변비, 느린 맥박 쪽으로 나타납니다. 그런데 실제 환자분들은 교과서처럼 딱 나뉘지 않습니다. “잠을 못 잔다”, “계단 오르면 숨이 찬다”, “운동을 안 해서 살찐 줄 알았다”처럼 말문을 여는 경우가 많습니다.
갑상선기능항진증은 몸이 과속하는 느낌입니다
남성 갑상선 증상 중 항진증 쪽은 비교적 티가 나는 편입니다. 가만히 있어도 심장이 빨리 뛰고, 손끝이 떨리고, 더위를 못 견디고, 땀이 늘 수 있습니다. 밥은 평소처럼 먹거나 더 먹는데 체중이 1~2개월 사이 3~5kg 이상 빠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설사까지는 아니어도 대변 횟수가 늘고, 잠이 얕아지고, 예민해졌다는 말을 듣기도 합니다.
병동에서 기억나는 40대 남성 환자분이 있었습니다. 처음엔 심장 문제인 줄 알고 오셨습니다. 맥박이 120회 가까이 뛰고, 숨이 차고, 밤마다 잠을 못 잤다고 했습니다. 술을 줄여도, 커피를 끊어도 그대로라 검사를 했고 갑상선기능항진증이 확인됐습니다. 이런 경우 심장내과 문제처럼 보일 수 있어도 갑상선 혈액검사가 같이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 가만히 있는데 맥박이 계속 100회 이상으로 빠르다
- 손이 떨려 글씨 쓰기나 젓가락질이 불편하다
- 더위를 심하게 타고 땀이 갑자기 늘었다
- 식사량은 줄지 않았는데 체중이 빠진다
- 불안, 불면, 짜증이 예전보다 뚜렷하다
- 눈이 튀어나와 보이거나 눈 뒤가 아프다
특히 두근거림이 흉통, 실신감, 심한 호흡곤란과 같이 오면 기다릴 일이 아닙니다. 갑상선호르몬이 많으면 부정맥이 같이 나타날 수 있고, 나이가 있거나 고혈압, 심장질환이 있는 분은 더 조심해야 합니다.
갑상선기능저하증은 나이 탓처럼 숨어옵니다
저하증은 더 애매합니다. 피곤하고, 추위를 많이 타고, 살이 찌고, 얼굴이 붓고, 변비가 생깁니다. 피부가 거칠어지고 머리카락이 푸석해지기도 합니다. 남성분들은 이걸 “야근해서 그렇다”, “운동 부족이다”, “나이 먹어서 그렇다”로 넘기는 일이 많습니다.
검진센터에서 TSH가 높게 나온 분들 중에는 증상이 거의 없는 분도 있었습니다. TSH는 갑상선자극호르몬입니다. 쉽게 말하면 뇌하수체가 갑상선에게 “일 좀 더 해라” 하고 신호를 보내는 수치입니다. 일반적으로 갑상선 기능을 볼 때 TSH, Free T4를 함께 봅니다. 서울아산병원 안내처럼 검사실마다 참고범위가 다를 수 있어서, 종이에 적힌 정상범위와 담당 의사의 판단이 중요합니다.
대한갑상선학회 권고안에서는 한국 성인의 무증상 갑상선기능저하증을 볼 때 TSH 6.8~10.0 mIU/L를 경증, 10.0 mIU/L 초과를 더 주의 깊게 보는 범위로 나누어 설명합니다. 다만 수치 하나로 바로 약을 시작하는 것은 아닙니다. 일시적으로 올라갔다가 2~3개월 뒤 다시 내려오는 경우도 있어서, 증상과 나이, 심장질환, 고지혈증, 항체 검사, 초음파 소견을 같이 봅니다.
목 증상은 그냥 넘기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갑상선 결절은 생각보다 흔합니다. 미국갑상선협회 자료에서도 갑상선 결절 대부분은 양성이지만, 일부는 암일 수 있어 평가가 필요하다고 설명합니다. 문제는 결절이 있어도 갑상선 기능검사 수치가 정상일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피검사가 정상이니까 목 혹도 괜찮겠지”라고 단정하면 안 됩니다.
남성에서 특히 신경 써야 하는 목 증상은 만져지는 혹, 삼킴 불편, 숨쉬기 답답함, 목소리 변화입니다. 감기 후 쉰 목소리는 흔하지만 2~3주 이상 이어지거나 점점 심해지면 이비인후과나 내분비내과 진료를 권합니다. 목 앞쪽 혹이 딱딱하게 만져지거나, 한쪽만 커지거나, 목 옆 림프절이 같이 만져지는 경우도 확인이 필요합니다.
- 목 앞쪽 혹이 새로 만져진다
- 음식이나 알약을 삼킬 때 걸리는 느낌이 반복된다
- 누우면 목이 눌리거나 숨이 불편하다
- 쉰 목소리가 2~3주 이상 지속된다
- 갑상선 초음파에서 결절 추적검사를 들었다
- 가족 중 갑상선암 병력이 있거나 어릴 때 목 부위 방사선 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
갑상선 초음파에서 결절 크기만 보는 것은 아닙니다. 모양, 경계, 석회화, 세로로 긴 형태인지, 주변 림프절은 어떤지 등을 같이 봅니다. 크기가 작아도 모양이 의심스러우면 세침흡인검사를 하기도 하고, 크기가 커도 모양이 안정적이면 추적검사로 보는 경우도 있습니다.
검진 결과지에서 어떤 수치를 봐야 할까요?
검진 결과지에 갑상선 항목이 있다면 보통 TSH, Free T4가 먼저 보입니다. TSH가 낮고 Free T4가 높으면 항진증 쪽을 생각합니다. TSH가 높고 Free T4가 낮으면 저하증 쪽입니다. TSH만 살짝 벗어나고 Free T4가 정상인 경우는 무증상 또는 초기 단계일 수 있어 재검이 중요합니다.
여기서 꼭 기억하셨으면 하는 점이 있습니다. 갑상선 약, 심장약, 스테로이드, 일부 건강보조제, 특히 고용량 비오틴은 검사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탈모나 손톱 영양제로 비오틴을 드시는 분들이 있는데, 검사 전 복용 여부를 의료진에게 말해야 합니다. 본인이 먹는 약과 영양제 이름을 사진으로 찍어 가면 진료실에서 훨씬 정확하게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남성 갑상선 증상을 성기능 문제나 근육 문제로 느끼는 분도 있습니다. 항진증에서는 근육이 빠지고 허벅지 힘이 약해질 수 있고, 저하증에서는 무기력, 성욕 저하, 우울감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이런 증상이 있다고 모두 갑상선 때문은 아니지만, 혈액검사로 비교적 쉽게 방향을 잡을 수 있는 영역입니다.
이럴 땐 진료를 받으세요
두근거림, 손떨림, 원인 모를 체중감소가 2주 이상 이어지면 내분비내과 진료를 잡는 것이 좋습니다. 가만히 있어도 맥박이 빠르거나, 흉통과 호흡곤란이 있거나, 어지러워 쓰러질 것 같으면 응급실 판단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피로와 체중증가가 오래가면서 추위, 변비, 부종이 같이 있으면 갑상선기능저하증 검사를 받아보는 편이 안전합니다.
목 앞쪽 혹, 삼킴 불편, 쉰 목소리, 목 옆 림프절이 만져지는 증상은 미루지 않는 쪽을 권합니다. 특히 남성은 갑상선 질환이 여성보다 흔하지 않다는 생각 때문에 늦게 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병원에 가는 것이 겁나는 마음은 이해합니다. 그래도 검사를 해서 괜찮다는 말을 듣는 것과, 모르고 시간을 보내는 것은 완전히 다릅니다. 몸이 보내는 작은 신호가 계속 반복된다면 그때는 진료실에서 확인받는 게 가장 차분한 선택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