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혈증 수치 150, 약 먹어야 하는 단계일까요?

검진센터에서 결과지를 들고 오신 분들이 가장 많이 묻는 말 중 하나가 “선생님, 고지혈증 수치 150이면 심한 건가요?”였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먼저 확인해야 할 게 있습니다. 150이라는 숫자가 LDL 콜레스테롤인지, 중성지방인지에 따라 의미가 꽤 달라집니다.
같은 150이라도 어떤 분에게는 생활습관을 손보며 지켜볼 수 있는 수치이고, 어떤 분에게는 진료실에서 약물치료를 논의해야 하는 수치가 됩니다. 특히 당뇨병, 고혈압, 흡연, 협심증이나 뇌졸중 병력이 있으면 기준선이 훨씬 엄격해집니다.
150이 LDL 콜레스테롤이라면 경계수준입니다
LDL 콜레스테롤은 흔히 ‘나쁜 콜레스테롤’이라고 부르는 수치입니다. 혈관 벽에 쌓여 동맥경화를 진행시키는 데 관여하기 때문에 고지혈증 결과를 볼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항목 중 하나입니다.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 기준으로 LDL 콜레스테롤은 대략 130mg/dL 미만이면 비교적 바람직한 범위, 130~159mg/dL이면 경계수준, 160mg/dL 이상이면 높은 수준으로 봅니다. 그러니까 LDL이 150mg/dL이라면 “아주 위험하니 당장 큰일 난다”는 뜻은 아니지만, 그냥 넘기기에는 높은 편입니다.
제가 병동에서 본 분들 중에는 LDL이 150 전후로 몇 년씩 유지됐는데도 별 증상이 없어 방치한 경우가 있었습니다. 문제는 고지혈증이 보통 아프지 않다는 겁니다. 혈관은 조용히 좁아지다가 어느 날 흉통, 뇌경색, 말초혈관 문제처럼 큰 사건으로 드러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150이 중성지방이라면 기준선에 걸친 수치입니다
중성지방 150mg/dL은 의미가 조금 다릅니다. 중성지방은 150mg/dL 미만을 적정으로 보고, 150~199mg/dL은 경계수준으로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중성지방이 딱 150이라면 정상과 경계의 문턱에 걸쳐 있는 셈입니다.
중성지방은 전날 식사, 술, 야식, 검사 전 금식 여부에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회식 다음 날 검사했거나, 검사 전날 늦게 라면과 술을 먹었다면 평소보다 높게 나올 수 있습니다. 반대로 LDL 콜레스테롤은 중성지방만큼 하루 식사에 크게 출렁이지는 않는 편입니다.
그래서 결과지에 150이라는 숫자가 보이면 먼저 항목명을 봐야 합니다. LDL-C 150인지, TG 또는 Triglyceride 150인지 확인하는 게 출발점입니다.
약을 먹을지는 숫자 하나로 결정하지 않습니다
솔직히 환자분들은 “몇부터 약 먹나요?”를 제일 궁금해하십니다. 그런데 실제 진료에서는 LDL 150 하나만 보고 약을 정하지 않습니다. 나이, 혈압, 당뇨병 여부, 흡연, 가족력, HDL 콜레스테롤, 이미 심장질환이나 뇌혈관질환이 있었는지를 같이 봅니다.
예를 들어 30대이고 혈압과 혈당이 괜찮고 담배를 피우지 않는 분의 LDL 150과, 60대 당뇨병 환자의 LDL 150은 무게가 다릅니다. 후자는 혈관 위험도가 높기 때문에 목표 LDL 수치가 더 낮게 잡힙니다. 심근경색이나 협심증, 뇌졸중 병력이 있는 분은 LDL 70mg/dL 미만까지 목표로 삼는 경우도 있습니다.
- LDL 150mg/dL: 대체로 경계수준, 위험인자에 따라 진료 필요성이 달라짐
- 중성지방 150mg/dL: 정상 상한선을 넘기 시작하는 경계수준
- HDL 40mg/dL 이하: 낮은 HDL로 혈관 위험 평가에 함께 반영
- 총콜레스테롤 200mg/dL 이상: 다른 지질 수치와 함께 확인 필요
근데 여기서 중요한 건 “약을 먹느냐, 안 먹느냐”만이 아닙니다. 이미 약을 먹고 있는데 LDL이 150이라면 목표에 도달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약을 빠뜨려 먹었는지, 용량이 맞는지, 다른 약과 상호작용은 없는지 진료 때 확인해야 합니다.
생활습관으로 내려갈 수 있는 부분도 분명히 있습니다
검진센터에서 상담하다 보면 “전 고기를 많이 안 먹는데 왜 높죠?”라고 묻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사실 고지혈증은 기름진 음식 하나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체중 증가, 운동 부족, 술, 단 음료, 빵과 면 위주의 식사, 수면 부족, 갑상선 기능 저하, 유전적 요인까지 섞입니다.
중성지방 150 전후라면 술과 단 음식, 야식만 줄여도 꽤 좋아지는 분들이 있습니다. 특히 맥주, 소주, 막걸리처럼 술을 자주 마시는 분은 중성지방이 쉽게 올라갑니다. “기름진 안주만 피하면 되겠지”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술 자체가 중성지방을 올리는 쪽으로 작용합니다.
LDL 150이라면 포화지방을 줄이는 쪽이 중요합니다. 삼겹살, 갈비, 버터, 생크림, 가공육, 튀김류를 자주 먹는지 봐야 합니다. 대신 생선, 콩류, 채소, 통곡물, 견과류를 적당히 넣고, 걷기 같은 유산소 운동을 꾸준히 하는 쪽이 도움이 됩니다. 다만 건강식품 하나로 LDL 150이 안정적으로 해결된다고 기대하는 건 조심해야 합니다.
이럴 땐 진료를 미루지 않는 게 좋습니다
LDL이나 중성지방이 조금 높다고 해서 오늘 당장 응급실에 가야 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몇 가지 상황에서는 “나중에 보자”로 넘기지 않는 게 좋습니다.
- LDL 콜레스테롤이 160mg/dL 이상으로 반복해서 나올 때
- LDL 150 전후인데 당뇨병, 고혈압, 흡연, 만성콩팥병이 있을 때
- 부모나 형제 중 젊은 나이에 심근경색, 협심증, 뇌졸중을 겪은 사람이 있을 때
- 이미 협심증, 심근경색, 뇌졸중, 말초혈관질환 병력이 있을 때
- 중성지방이 200mg/dL 이상으로 반복되거나 500mg/dL 이상으로 높게 나올 때
- 가슴을 조이는 통증, 갑작스러운 한쪽 마비, 말이 어눌해짐, 심한 어지럼이 있을 때
특히 가슴통증이나 한쪽 팔다리 힘 빠짐, 말이 꼬이는 증상은 고지혈증 수치를 따질 단계가 아닙니다. 그런 증상은 바로 응급 평가가 필요합니다.
고지혈증 수치 150은 겁부터 낼 숫자는 아닙니다. 하지만 “정상은 아니어도 괜찮겠지” 하고 몇 년씩 미루기 쉬운 숫자이기도 합니다. 결과지에서 150을 봤다면 항목명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 혈압·혈당·흡연·가족력까지 같이 놓고 봐야 합니다. 저는 이런 수치를 볼 때마다 숫자 하나보다 그 사람의 혈관 위험을 같이 보는 게 더 중요하다고 느낍니다. 이럴 땐 진료를 받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