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풍 진단기준, 요산 수치만 높으면 통풍일까요?

얼마 전 검진센터에서 요산 수치가 8.2 mg/dL로 나온 분이 오셨습니다. 발가락은 전혀 아프지 않았는데 이미 통풍이라고 생각하고 많이 걱정하시더군요. 반대로 병동에서는 엄지발가락이 빨갛게 부어 걷지도 못하는데 혈액검사 요산이 정상 범위로 나와서 더 헷갈려하던 분도 있었습니다. 통풍 진단기준은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습니다.
먼저 말씀드리면, 저는 여기서 진단을 내리지 않습니다. 진단은 의사가 진찰, 검사, 경과를 보고 판단합니다. 다만 어떤 기준으로 통풍을 의심하고, 어떤 경우에는 바로 병원에 가야 하는지 정도는 알고 계시면 불필요하게 참는 시간을 줄일 수 있습니다.
요산 수치 하나로 통풍이 확정되지는 않습니다
혈중 요산이 7.0 mg/dL 이상이면 보통 고요산혈증으로 봅니다. 요산은 우리 몸에서 퓨린이 분해되며 생기는 물질이고, 너무 많아지면 관절이나 주변 조직에 결정 형태로 쌓일 수 있습니다. 이 결정이 염증을 일으키면 우리가 말하는 통풍 발작이 생깁니다.
그런데 요산이 높다고 모두 통풍은 아닙니다. 증상이 전혀 없는 고요산혈증도 많습니다. 검진에서 요산 7.5 mg/dL, 8.0 mg/dL가 나와도 관절 통증이 한 번도 없었다면 의사는 체중, 음주, 신장 기능, 복용약, 가족력 등을 함께 봅니다.
반대로 급성 통풍 발작 중에는 요산 수치가 정상처럼 보일 때도 있습니다. 통증이 너무 전형적인데 요산이 6.0 mg/dL 전후로 나왔다고 해서 통풍이 아니라고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통풍 진단기준에서 혈액검사는 중요한 단서이지만, 혼자서 판정을 끝내는 검사는 아닙니다.
가장 확실한 기준은 관절액에서 요산결정을 보는 것입니다
통풍을 가장 확실하게 확인하는 방법은 아픈 관절이나 통풍결절에서 관절액 또는 조직을 채취해 요산염결정을 확인하는 것입니다. 편광현미경으로 바늘 모양 결정이 보이면 통풍 진단에 매우 강한 근거가 됩니다.
물론 모든 환자에게 관절액 검사를 하지는 않습니다. 엄지발가락 첫 마디가 갑자기 붓고, 몇 시간 안에 통증이 최고조로 올라가고, 피부가 빨갛고 뜨겁고, 이전에도 비슷한 발작이 있었다면 임상적으로 통풍을 꽤 강하게 의심합니다. 하지만 첫 발작이거나 열이 나거나 무릎처럼 큰 관절이 심하게 붓는 경우에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병동에서 정말 조심하는 것은 세균성 관절염입니다. 통풍처럼 빨갛고 뜨겁고 아플 수 있지만, 세균성 관절염은 치료가 늦으면 관절 손상과 패혈증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의사가 관절액 검사를 권하면 겁먹을 일이라기보다, 위험한 병을 놓치지 않기 위한 과정으로 보시면 됩니다.
진료실에서 보는 통풍 진단기준의 단서들
국제적으로 쓰이는 분류 기준에서는 말초 관절이나 점액낭에 통증, 부기, 압통이 있었는지를 먼저 봅니다. 그다음 요산결정이 확인되면 매우 강한 근거가 되고, 결정 확인이 어렵다면 증상 양상, 혈청 요산, 영상검사 소견을 함께 점수화합니다. 연구 기준에서는 일정 점수 이상이면 통풍으로 분류하지만, 실제 진료에서는 환자 상태와 감별질환을 같이 봅니다.
- 엄지발가락 첫 마디, 발등, 발목, 무릎처럼 하지 관절에 갑자기 생긴 심한 통증
- 통증이 24시간 안에 빠르게 심해지고, 피부가 붉고 뜨거워지는 양상
- 이불만 스쳐도 아프다고 표현할 정도의 압통
- 며칠에서 1~2주 사이에 가라앉았다가 비슷하게 반복되는 경과
- 혈중 요산 상승, 특히 8.0 mg/dL 이상 또는 반복적으로 높은 수치
- 초음파에서 이중 윤곽 징후, 이중에너지 CT에서 요산 침착이 보이는 경우
- 오래된 통풍에서 X선상 골미란이나 통풍결절이 확인되는 경우
이 중 몇 가지가 맞는다고 집에서 통풍이라고 확정하면 곤란합니다. 봉와직염, 가성통풍, 외상, 류마티스질환, 건염도 비슷하게 보일 수 있습니다. 특히 무릎이나 손목이 갑자기 붓고 열감이 심한 경우는 꼭 진료실에서 확인해야 합니다.
검진 결과에서 요산이 높게 나왔다면 이렇게 보시면 됩니다
검진표에 요산 7.2 mg/dL가 찍히면 덜컥 놀라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증상이 없다면 당장 통풍약을 시작하는 경우는 흔하지 않습니다. 의사는 신장 기능, 혈압, 당뇨, 중성지방, 비만, 음주량, 이뇨제 복용 여부를 같이 봅니다. 요산 수치만 떼어 놓고 보면 판단이 흔들립니다.
이미 통풍 진단을 받은 분은 목표가 달라집니다. 보통 혈중 요산을 6.0 mg/dL 이하로 유지하는 것을 치료 목표로 삼고, 통풍결절이 있거나 병이 심하면 더 낮은 목표를 잡기도 합니다. 통증이 사라졌다고 약을 끊었다가 몇 달 뒤 더 크게 재발하는 분들을 병동에서도 많이 봤습니다.
통풍약도 각자 조심할 점이 있습니다. 소염진통제는 신장 기능이 나쁘거나 위장 출혈 위험이 있는 분에게 문제가 될 수 있고, 콜히친은 신장 기능과 함께 복용 중인 약을 봐야 합니다. 스테로이드는 혈당을 올릴 수 있어 당뇨가 있는 분은 특히 확인이 필요합니다. 남은 약을 임의로 먹는 방식은 생각보다 위험합니다.
이럴 땐 진료를 받으세요
처음 겪는 관절 통증이라면 통풍처럼 보여도 진료를 받는 편이 안전합니다. 특히 관절이 빨갛고 뜨겁고 붓고, 걷기 어렵거나 손을 쓰기 힘들 정도라면 같은 날 진료가 필요합니다.
- 열, 오한이 함께 있거나 몸살처럼 전신 증상이 있는 경우
- 무릎, 발목, 손목 같은 큰 관절이 갑자기 심하게 붓는 경우
- 당뇨, 만성콩팥병, 항암치료, 면역억제제 복용 중인 경우
- 통증이 48~72시간이 지나도 전혀 가라앉지 않는 경우
- 1년에 2번 이상 비슷한 발작이 반복되는 경우
- 귀, 팔꿈치, 손가락, 발가락 주변에 딱딱한 결절이 만져지는 경우
- 요로결석 병력이 있거나 소변 볼 때 옆구리 통증이 동반되는 경우
통풍은 무서운 병이라고 겁낼 필요는 없지만, 대충 넘기기에도 아까운 병입니다. 기준을 알고 보면 괜한 불안은 줄고, 진짜 진료가 필요한 순간은 더 잘 보입니다. 통풍 진단기준은 결국 숫자 하나가 아니라 내 관절에서 실제로 무슨 일이 반복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에 가깝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