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가 있는데 눈은 괜찮다고 느끼고 계신가요?

병동에서 당뇨 환자분들을 오래 보다 보면, 발 상처나 콩팥 수치보다 더 늦게 챙기게 되는 곳이 눈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잘 보이는데요?”라고 말씀하시다가 건강검진 안저촬영에서 당뇨망막병증 의심 소견이 나와 안과로 가는 분들도 꽤 있었습니다. 사실 당뇨 합병증 눈 문제는 초기에 티가 안 나는 일이 많습니다.
제가 진단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18년간 내과 병동과 검진센터에서 본 흐름으로 말씀드리면, 당뇨는 혈당만 보는 병이 아닙니다. 혈관이 있는 곳은 다 영향을 받을 수 있고, 눈 안쪽 망막도 아주 가는 혈관이 촘촘한 곳입니다.
왜 당뇨가 눈까지 영향을 줄까요?
혈당이 오래 높으면 작은 혈관 벽이 약해지고, 혈액 순환이 매끄럽지 않아집니다. 망막 혈관도 예외가 아닙니다. 처음에는 작은 출혈, 삼출물, 미세혈관 변화처럼 본인이 느끼기 어려운 변화로 시작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시력이 떨어진 뒤에야 병원을 찾는 경우입니다. 그때는 황반부종이나 증식성 당뇨망막병증처럼 치료가 더 적극적으로 필요한 단계일 수 있습니다. 눈앞에 실 같은 것이 떠다니거나, 갑자기 뿌옇게 보이거나, 한쪽 눈 시야가 가려지는 느낌이 있으면 “피곤해서 그런가” 하고 넘기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증상이 없어도 안과 검사가 필요한 이유
미국당뇨병학회 기준에서는 제2형 당뇨병은 진단받은 시점에 안과 검사를 권합니다. 제1형 당뇨병은 보통 진단 후 5년이 지나면 산동 안저검사를 포함한 눈 검사를 받도록 안내합니다. 이미 당뇨가 시작되기 전부터 혈당이 높았던 기간이 숨어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검진센터에서 자주 보던 상황이 있습니다. 공복혈당은 150mg/dL 안팎, 당화혈색소는 7.8% 정도인데 본인은 불편한 곳이 없다고 하십니다. 그런데 안저촬영에서 망막 변화가 보입니다. 당화혈색소가 7%를 넘는 기간이 길수록 합병증 위험은 올라갑니다. 혈당 수치 하나로 모든 것을 판단할 수는 없지만, 눈 검사를 미루면 변화를 놓치기 쉽습니다.
- 제2형 당뇨병을 처음 진단받았다면 안과 검사를 잡는 것이 좋습니다.
- 망막 이상이 없고 혈당 조절이 안정적이면 1~2년 간격을 의사와 상의할 수 있습니다.
- 당뇨망막병증이 있다면 보통 최소 1년에 한 번은 추적 검사가 필요합니다.
- 임신을 계획 중이거나 임신 중인 기존 당뇨 환자는 더 촘촘한 확인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이런 눈 증상은 늦추지 마세요
당뇨 환자분들이 눈 증상을 말할 때 “침침하다”, “초점이 왔다 갔다 한다”, “눈앞에 벌레 같은 게 떠다닌다”고 표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혈당이 높을 때 일시적으로 수정체 변화가 생겨 흐리게 보일 수도 있지만, 그 말만 믿고 기다리면 안 됩니다.
특히 갑자기 시야 일부가 커튼 친 것처럼 가려지거나, 번쩍임이 반복되거나, 검은 점이 확 늘거나, 한쪽 눈 시력이 급격히 떨어지면 당일 진료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통증이 없다고 가벼운 증상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망막 쪽 문제는 통증 없이 진행되는 일이 흔합니다.
병원에서 자주 확인하는 검사
안과에서는 시력검사만 보는 것이 아닙니다. 산동 후 안저검사, 안저촬영, 빛간섭단층촬영 같은 검사로 망막과 황반 상태를 봅니다. 황반은 글자 읽기와 얼굴 알아보기처럼 중심 시력에 중요한 부위입니다. 여기에 부종이 생기면 시력 저하가 크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검사 전 산동제를 넣으면 몇 시간 동안 눈부심과 흐림이 생길 수 있어 운전은 피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검진 당일에는 선글라스나 보호자를 준비하면 편합니다. 이런 작은 준비가 검사를 미루지 않게 해줍니다.
혈당만큼 혈압과 콜레스테롤도 봐야 합니다
당뇨 합병증 눈 관리는 혈당만 낮추면 끝나는 문제가 아닙니다. 혈압이 높거나, LDL 콜레스테롤이 높거나, 신장 기능이 떨어져 단백뇨가 있는 경우에는 망막 혈관에도 부담이 커질 수 있습니다.
검진 결과에서 당화혈색소, 공복혈당, 혈압, LDL 콜레스테롤, 소변 알부민 또는 단백뇨 항목을 같이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당화혈색소가 8~9%대로 오래 유지되고 혈압도 140/90mmHg 이상으로 자주 나온다면, 눈 검사를 “나중에”로 미루기보다 내과와 안과 일정을 같이 잡는 쪽이 현실적입니다.
솔직히 환자분 입장에서는 약도 많고 검사도 많아 피곤합니다. 그런데 눈은 한번 손상이 진행되면 예전 상태로 완전히 돌아가기 어려운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증상이 생긴 뒤보다 증상 없을 때 확인하는 쪽이 훨씬 낫습니다.
이럴 땐 진료를 받으세요
당뇨 진단을 받았는데 최근 1년 안에 안과 검사를 받은 적이 없다면 예약을 잡아두는 것이 좋습니다. 시력이 괜찮아도 해당됩니다. 특히 당화혈색소가 7% 이상으로 자주 나오거나, 당뇨 유병 기간이 5년을 넘었거나, 혈압과 콜레스테롤 조절이 잘 안 된다면 더 신경 써야 합니다.
- 갑자기 시야가 흐려지거나 한쪽 눈 시력이 떨어질 때
- 검은 점, 실오라기, 번쩍임이 새로 생기거나 늘어날 때
- 글자가 휘어 보이거나 중심부가 비어 보일 때
- 임신 중이거나 임신을 계획 중인 당뇨 환자일 때
- 검진에서 안저 이상, 망막병증 의심, 황반부종 의심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당뇨 합병증 눈 문제는 겁먹고 지켜볼 병이 아니라, 조용할 때 먼저 확인해야 하는 병에 가깝습니다. 병원에서 제가 많이 봐온 좋은 경과는 대단한 비법에서 시작되지 않았습니다. 정기적으로 검사하고, 이상 소견이 있을 때 미루지 않고, 내과와 안과 치료를 이어간 분들에게서 훨씬 자주 보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