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김혜경 여사가 이석증(耳石症) 진단으로 외교 일정에 불참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갑작스러운 어지럼증을 유발하는 이 질환에 대한 대중의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이석증은 어지럼증의 가장 흔한 원인 중 하나로, 정식 명칭은 양성 발작성 체위성 현훈(BPPV)이다.
이석증은 우리 귀 가장 안쪽에 위치한 내이(속귀)의 평형기관 문제로 발생한다. 내이에는 몸의 수직·수평 움직임을 감지하는 난형낭이라는 주머니가 있고, 이곳에는 미세한 돌 알갱이인 이석이 붙어 있다. 어떤 이유로 이 이석이 제자리를 이탈하여 회전 감각을 담당하는 세반고리관으로 흘러 들어가게 되면 문제가 발생한다. 머리를 움직일 때 세반고리관 속을 떠다니는 이석이 신경을 자극하면서, 실제로는 움직이지 않는데도 마치 주변이 빙글빙글 도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는 것이다.
이석이 떨어져 나오는 정확한 원인은 명확하지 않지만, 외부 충격, 스트레스, 장기간 누워 있는 습관, 그리고 특히 중년 이후 여성에게서 흔한 골다공증이나 비타민 D 부족 등이 주요 유발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이석증 환자들은 머리의 위치나 자세를 바꿀 때마다 매우 특징적인 증상을 호소한다. 자리에 눕거나, 아침에 일어날 때, 혹은 고개를 특정 방향으로 돌릴 때 갑자기 온 세상이 핑 도는 듯한 극심한 현기증을 느낀다. 다행히 이 어지럼증은 머리를 움직일 때 시작되어 보통 1분 이내에 멈추는 특징이 있다. 가만히 있을 때는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
심한 어지럼증으로 인해 구역질이나 구토, 식은땀이 동반되기도 한다. 하지만 청력 저하나 이명(귀울림) 같은 청각 증상은 동반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러한 증상 때문에 이석증 환자들은 갑자기 균형을 잃고 쓰러지는 낙상 사고의 위험이 커지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이석증은 비교적 진단과 치료가 명확한 질환이다. 진단은 자세 변화를 유도하는 두위변환안진검사를 통해 어느 쪽 귀, 어느 반고리관에 이석이 들어갔는지 정확히 확인한다. 치료는 이석을 원래 위치로 되돌려 놓는 일종의 물리치료인 이석 치환술(Epley maneuver 등)을 시행한다.
이 치료는 별도의 수술 없이 진행되며, 대부분의 환자가 한두 번의 시술만으로 극적인 호전을 경험할 만큼 효과가 빠르다. 어지럼증이 심할 경우 일시적으로 증상을 완화시키는 약물치료를 병행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석증은 재발이 잦은 질환이기도 하므로, 치료 후에도 며칠간은 머리의 움직임을 최소화하고 안정을 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석증을 예방하거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평소 생활 습관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 평소 적절한 운동을 통해 우리 몸의 평형 감각을 단련하고 전정기관의 노화를 늦추는 것이 좋다. 또 장시간 한쪽으로만 누워 있거나, 베개를 너무 낮게 베어 머리끝이 떨어지는 자세는 이석증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중년 여성은 정기적인 골밀도 검사를 받고, 비타민 D 부족이 확인될 경우 햇볕을 충분히 쬐거나 보충제를 복용하여 뼈 건강을 관리하는 것이 재발 방지에 도움이 된다.
갑작스러운 어지럼증이 1분 이내로 짧게 반복된다면 이석증을 의심하고,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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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숙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