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가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병원을 찾는 노인 환자 중 쉰 목소리를 호소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성대도 우리 몸의 다른 기관처럼 나이가 들면서 노화 현상을 겪는다. 성대를 움직이는 근육이 위축되고, 진동을 일으키는 성대 점막이 얇아지면서 발성 시 성대가 완전히 닫히지 않아 공기가 새고 쉰 목소리가 나는 것이다.
의학적으로 노인성 발성장애는 성대 근육 위축과 성대 고유층의 퇴행으로 성대 진동이 약해지고 발성이 힘들어지는 현상을 의미한다. 쉰 목소리 외에도 말할 때 피로감, 큰 소리 내기 어려움, 음성의 힘이 떠러짐 등의 증상을 동반한다. 이러한 변화는 60세 이전에 나타날 수도 있어 활발한 사회 활동을 하는 중장년층에게도 의사소통에 큰 불편을 줄 수 있다.
성대의 노화는 남녀 모두에게 발생하지만, 그 양상은 다소 다르다. 남성은 성대 근육 위축으로 목소리가 쉬고 고음 발성이 어려워지는 반면, 여성은 폐경 후 남성 호르몬의 상대적 증가로 인해 중저음의 목소리로 바뀌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노인성 발성장애로 인한 쉰 목소리가 성대결절, 성대폴립, 성대마비, 초기 성대암 등 다른 질환으로 인한 쉰 목소리와 단순히 음성만으로는 구별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따라서 2주 이상 쉰 목소리가 지속된다면 단순환 노화 현상으로 여기지 말고, 반드시 전문가의 진찰을 통해 원인을 확인해야 한다.

노인성 발성장애를 방치하면 의사소통에 큰 어려움을 주고, 심한 경우 우울감이나 사회적 고립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다행히도 적절한 치료를 통해 충분히 회복이 가능하다. 치료는 위축된 성대 근육과 얇아진 점막의 기능을 회복시키는 데 초점을 둔다.
주요 치료법으로는 음성 재활치료, 성대 주입술, 성대 성장인자 주입술 등이 있다. 음성 재활치료는 발성 및 호흡 훈련을 통해 남아있는 성대 기능을 최적화하는 방법이다. 성대 주입술은 위축된 성대가 잘 닫히도록 돕는 주사 치료이며, 성대 성장인자 주입술은 성대 점막과 근육의 재생을 돕는 주사 치료이다. 환자의 성대 상태와 위축 정도에 따라 가장 적합한 맞춤형 치료법을 결정하게 된다.
일상생활에서도 쉰 목소리를 예방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장시간 큰 목소리로 말하지 않고, 하루 1.5~2리터 이상 수분을 섭취해 성대 점막이 건조해지는 것을 예방해야 한다. 카페인과 알코올 섭취를 줄이고, ‘캑캑’하는 헛기침 습관을 피하는 것도 쉰 목소리를 예방하는 습관 중 하나다. 특히 흡연, 건조하고 먼지가 많은 환경, 큰 소리로 노래 부르기 등은 성대에 무리를 줄 수 있으므로 피해야 한다.
쉰 목소리는 단순한 노화 현상일 수도 있지만, 심각한 질환의 신호일 수도 있다. 목소리 변화가 오래 지속된다면 전문가와 상담해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도움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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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