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두 감염경로는 물집을 만져야만 생기나요?

병동에서 수두 환자와 접촉한 가족을 만날 때면 이런 말을 자주 듣습니다. “물집은 안 만졌는데, 같이 있던 것만으로 옮을 수 있나요?” 수두는 물집 속 액체가 피부에 닿을 때도 전파되지만, 같은 공간에서 바이러스가 섞인 공기를 들이마셔 감염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수두 감염경로를 물집 접촉 하나로만 생각하면 노출 시점을 놓치기 쉽습니다.
수두는 어떻게 사람 사이를 옮겨 갈까요?
수두는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에 처음 감염됐을 때 생기는 병입니다. 환자의 물집에 직접 닿거나, 물집에서 나온 바이러스 입자를 공기 중에서 들이마시면 전파될 수 있습니다. 환자의 호흡기 분비물을 통한 전파도 가능합니다. 질병관리청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는 이런 접촉과 공기 중 전파를 주요 감염경로로 설명합니다.
가족이 같은 방에서 생활하거나 아이들이 가까이 지내는 상황에서는 감염 위험이 커집니다. 면역이 없는 가족이 수두 환자와 밀접하게 지낸 경우, 감염되는 비율이 약 90%에 이를 수 있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다만 이 숫자는 예방접종을 했거나 과거에 수두를 앓아 면역이 있는 사람에게 그대로 적용되는 수치는 아닙니다.
대상포진도 알아둘 부분이 있습니다. 수두를 앓은 뒤 몸에 남아 있던 같은 바이러스가 다시 활성화되면 대상포진이 생깁니다. 수두에 면역이 없는 사람이 대상포진 환자의 활동성 물집에 노출되면 대상포진이 아니라 수두에 걸릴 수 있습니다. 대상포진의 발진 부위를 가리고 직접 접촉을 피하는 이유입니다.
발진이 보이기 전에도 전염될까요?
네. 수두는 발진이 나타나기 1~2일 전부터 전염력이 있습니다. 겉으로 물집이 보이지 않아 평소처럼 등교하거나 출근한 사이에 접촉이 생길 수 있지요. 전염 기간은 보통 모든 물집이 마르고 딱지가 생길 때까지 이어집니다. 발진이 시작된 뒤 며칠이 지났다는 사실만으로 전염이 끝났다고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예방접종을 받은 뒤에도 수두에 걸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는 전형적인 물집 대신 붉은 반점만 조금 나타나고 딱지가 생기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래도 다른 사람에게 옮길 수 있으므로, 이런 경우에는 새로운 발진이 24시간 동안 생기지 않았는지를 기준으로 전염 기간을 판단합니다. 등원이나 출근 시점은 진료한 의료진과 확인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노출된 바로 다음 날 발진이 없다고 안심하기도 이릅니다. 잠복기는 10~21일, 평균 14~16일입니다. 예를 들어 월요일에 수두 환자와 가까이 있었다면 그다음 주와 그다음다음 주까지 발열이나 발진이 나타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접촉한 모든 사람이 감염됐다는 뜻은 아닙니다. 접촉 정도와 면역 상태에 따라 위험이 달라집니다.
접촉했다면 먼저 무엇을 확인할까요?
가장 먼저 접촉한 날짜와 시간을 적어두세요. 수두를 앓은 적이 있는지, 예방접종 기록이 있는지도 확인합니다. 기억이 흐릿하다면 “어릴 때 걸렸던 것 같다”는 말만으로 면역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의료진은 접촉 상황과 기록을 보고 필요한 조치를 판단합니다.
수두 면역이 없고 예방접종이 가능한 사람은 노출 후 가능한 한 빨리 의료진과 상담하는 것이 좋습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는 적합한 대상자에게 노출 후 3~5일 이내 예방접종을 권고합니다. 접종이 감염을 막거나 증상을 가볍게 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미 5일이 지났더라도 이후 노출에 대비한 접종 필요성은 상담할 수 있습니다.
임신 중이거나 면역을 억제하는 치료를 받는 사람, 일부 신생아는 대응이 다릅니다. 이들에게 수두 백신을 임의로 맞히거나 증상이 생길 때까지 기다려서는 안 됩니다. 노출 사실을 알게 된 당일 산부인과나 담당 의료진에 연락해 면역 여부와 예방 조치가 필요한지 확인해야 합니다. 필요하면 의료진이 면역글로불린 투여 등을 검토합니다.
이럴 땐 진료를 받으세요
가려운 발진이 붉은 반점에서 물집으로 변하고, 몸통·얼굴 등에 새 발진이 계속 생긴다면 수두 가능성을 진료로 확인해야 합니다. 예방접종을 한 사람은 물집 없이 가벼운 발진만 보일 수도 있습니다. 발진만 보고 집에서 확진하려 하지 마세요. 진료 전에는 수두 환자와 접촉했거나 수두가 의심된다고 의료기관에 미리 알려주면 다른 환자와의 접촉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숨쉬기 힘들거나 기침이 심해지고, 의식이 흐려지거나 걷기 어려울 때는 지체하지 말고 즉시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열이 4일 넘게 지속되거나 물집 주위가 심하게 붉어지고 뜨겁고 아프다면 합병증을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임신부, 면역저하자, 영아, 성인은 증상이 가볍게 시작해도 일찍 의료진과 상의하는 편이 좋습니다.
수두는 물집을 만지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노출 가능성을 지울 수 없는 병입니다. 접촉한 날과 면역 상태를 확인하고, 발진이 생기면 주변 사람과의 접촉을 줄인 뒤 진료를 받으세요. 제가 병동에서 거듭 느낀 것은 막연히 걱정하는 것보다 진료가 필요한 때를 놓치지 않는 일이 사람을 더 안심시킨다는 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