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두통 원인 스트레스만 생각하고 계신가요?

병동에서 두통 이야기를 듣다 보면 “요즘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그래요”라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실제로 바쁜 주간을 보내고 쉬는 날에 두통이 시작됐다는 분도 있었습니다. 스트레스는 편두통 발작을 일으키는 흔한 계기입니다. 하지만 두통이 생길 때마다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단정하면, 달라진 증상을 놓칠 수 있습니다.
스트레스가 편두통의 유일한 원인일까요?
편두통은 반복해서 나타날 수 있는 신경계 질환입니다. 스트레스는 편두통 자체의 유일한 원인이라기보다, 발작을 일으키거나 악화시키는 요인에 가깝습니다. 잠을 적게 자거나 평소보다 오래 자는 날, 식사를 거른 날, 카페인 섭취량이 달라진 날에도 두통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런 요인은 사람마다 다르게 작용합니다.
그런데 스트레스가 한창 심할 때는 괜찮다가 일이 끝난 주말에 아픈 분도 있습니다. 미국편두통재단은 긴장이 풀리면서 나타나는 편두통도 설명합니다. 그러니 “쉬었는데 왜 아프지?” 하고 이상하게 여길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두통이 생긴 날의 수면, 식사, 생리 주기, 약 복용까지 함께 봐야 자신의 양상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긴장성 두통과는 어떤 점이 다를까요?
머리 전체가 조이는 듯 아프면 흔히 긴장성 두통을 떠올립니다. 편두통은 한쪽 머리가 욱신거리는 경우가 많고, 움직이면 더 아프거나 메스꺼움, 빛과 소리에 대한 예민함이 동반되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한쪽만 아파야 편두통인 것은 아닙니다. 같은 사람도 발작마다 느끼는 통증이 조금씩 다를 수 있습니다.
국제두통학회 분류에서 성인의 편두통 발작은 치료하지 않았거나 치료가 듣지 않았을 때 보통 4~72시간 지속됩니다. 통증의 위치와 강도, 움직일 때의 변화, 동반 증상, 반복 횟수를 함께 확인합니다. 숫자 하나만 맞는다고 스스로 편두통이라고 진단할 수는 없습니다. 특히 처음 겪는 두통이라면 다른 원인이 없는지 의사의 판단이 필요합니다.
진료실에서는 “머리가 아파요”보다 “지난달에 5일 아팠고, 그중 2일은 빛이 불편해 누워 있었어요”라는 설명이 훨씬 구체적입니다. 달력이나 휴대전화에 두통이 시작한 시각, 지속 시간, 통증 정도, 구역질이나 시야 변화, 먹은 약과 효과를 적어두면 좋습니다. 스트레스가 있었는지도 기록하되, 매번 원인을 하나로 정하려 애쓰지는 않아도 됩니다.
진통제로 버티고 있다면 복용한 날을 세어보세요
두통이 시작될 때마다 진통제를 찾는 분도 많습니다. 약이 필요한 날에는 제품의 용법과 용량을 지켜야 합니다. 감기약이나 복합 진통제에 같은 성분이 들어 있을 수 있으니 함께 복용하기 전 성분도 확인해야 합니다. 평소 복용하는 약이나 질환이 있다면 약사 또는 의사에게 알려주세요.
특히 한 주에 이틀 넘게 두통약이 필요한 상황이 반복된다면 진료를 권합니다. 진통제를 자주 쓰면 오히려 두통이 잦아지는 약물과용두통이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국제두통학회는 약 종류에 따라 한 달에 10일 또는 15일 이상, 3개월 넘게 사용한 경우 등을 진단 기준에 포함합니다. 이 숫자는 집에서 진단하는 기준이 아닙니다. 약 이름과 한 달간 복용한 날짜를 의료진에게 보여주는 것이 먼저입니다.
두통이 한 달에 4일 이상 있거나 통증 때문에 일상에 지장이 크다면 예방 치료가 필요한지도 상담할 만합니다. 스트레스를 줄이려는 노력만으로 계속 버텨야 하는 상황은 아닙니다. 일정한 수면과 식사, 무리하지 않는 운동은 발작 요인을 파악하고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치료 계획은 증상과 건강 상태에 맞춰 정해야 합니다.
이럴 땐 진료를 받으세요
평소와 다른 두통이 처음 생겼거나, 두통의 횟수와 강도가 늘거나, 약을 먹어도 나아지지 않는다면 외래에서 확인받으세요. 익숙한 편두통이라도 72시간 넘게 지속되거나 구토 때문에 물을 마시기 어렵다면 신속히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임신 중이거나 출산 직후 새로 생긴 심한 두통도 미루지 않는 편이 안전합니다.
갑자기 시작해 순식간에 매우 심해진 두통, 한쪽 팔다리의 힘 빠짐이나 말이 어눌해짐, 의식 저하, 경련이 동반된 두통은 응급 상황일 수 있습니다. 고열과 목 뻣뻣함이 함께 나타나거나 머리를 다친 뒤 심한 두통이 생겼을 때도 바로 응급 진료를 받으세요. 평소 편두통이 있더라도 이런 증상을 스트레스로 넘겨서는 안 됩니다.
스트레스가 심했던 날의 두통은 설명이 되는 듯해 마음이 놓일 수 있습니다. 그래도 중요한 것은 이번 두통이 평소와 같은지, 생활과 약 복용에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입니다. 그 차이가 보이면 혼자 원인을 확정하지 말고 진료를 받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