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포진 예방접종 치매 위험도 낮출까요?

검진센터에서 일하다 보면 대상포진 예방접종을 문의하던 분이 치매 이야기를 꺼내는 경우가 있습니다. “주사를 맞으면 치매도 예방되나요?”라는 질문이지요. 가족 중 치매 환자가 있다면 더 궁금하실 겁니다. 연구 결과는 관심을 가질 만하지만, 접종만으로 치매를 막을 수 있다고 말할 단계는 아닙니다.
연구에서 확인된 숫자는 무엇일까요?
2025년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된 연구는 영국 웨일스의 대상포진 백신 접종 정책을 활용했습니다. 생일이 기준일의 앞인지 뒤인지에 따라 백신을 맞을 자격이 달랐던 사람들을 비교해, 7년 동안 새로 치매 진단을 받은 비율을 살폈습니다. 백신 접종군에서 치매 진단 가능성이 3.5%포인트 낮았고, 이를 상대적인 차이로 표현하면 약 20% 낮았습니다.
여기서 20%라는 숫자를 읽는 방식이 중요합니다. ‘맞은 사람 100명 중 20명이 치매를 피했다’는 뜻이 아닙니다. 연구에서 계산한 두 집단의 진단 비율 차이는 3.5%포인트였습니다. 상대위험 감소와 실제 진단 비율의 차이를 섞어 읽으면 백신에 기대하는 효과가 커질 수 있습니다.
또 하나 기억할 점이 있습니다. 웨일스 연구에 사용된 백신은 당시의 생백신입니다. 지금 접종을 상담할 때 많이 거론되는 재조합 백신과 같지 않습니다. 2024년 네이처 메디신에는 재조합 백신을 주로 맞은 집단이 생백신을 주로 맞은 집단보다 치매 진단 없이 지낸 기간이 길었다는 연구도 발표됐습니다. 다만 두 연구만으로 현재의 재조합 백신이 개인의 치매를 얼마나 예방하는지 숫자로 확정할 수는 없습니다.
대상포진과 치매가 왜 함께 연구될까요?
대상포진은 수두를 앓은 뒤 몸속에 남아 있던 바이러스가 다시 활성화되면서 생깁니다. 나이가 들수록 발생 위험이 커지고, 발진이 가라앉은 뒤에도 신경통이 오래 남을 수 있습니다. 연구자들은 바이러스의 재활성화를 줄이는 일이나 백신 접종 뒤의 면역 반응이 뇌 건강과 관련이 있는지 살피고 있습니다.
그런데 작용하는 경로는 아직 분명하지 않습니다. 평소 건강관리에 적극적인 사람이 예방접종도 더 잘 받고 치매 진단 양상도 다를 수 있습니다. 웨일스 연구는 이런 차이의 영향을 줄일 수 있도록 설계됐지만, 치매 예방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무작위로 백신을 배정한 시험은 아닙니다. 그래서 현재 확실하게 기대할 수 있는 접종 목적은 대상포진과 그 합병증을 줄이는 것입니다. 치매 위험 감소는 추가 연구를 기다려야 할 가능성으로 받아들이는 편이 정확합니다.
접종을 고민한다면 무엇부터 확인할까요?
질병관리청 예방접종도우미의 실시 기준에서 대상포진 백신 접종 대상은 50세 이상 성인입니다. 재조합 백신은 질병이나 치료로 면역이 저하돼 대상포진 위험이 높은 18세 이상 성인도 대상에 포함됩니다. 재조합 백신은 보통 2~6개월 간격으로 두 번 접종합니다. 면역저하 상태라면 접종 시기와 간격을 담당 의사와 따로 상의해야 합니다.
병동에서는 “예전에 대상포진을 앓았으니 주사는 필요 없겠지요”라는 말을 종종 들었습니다. 앓은 적이 있어도 접종을 상담할 수 있습니다. 다만 현재 대상포진이 진행 중이거나 열이 나는 급성 질환을 앓고 있다면 접종 시점을 조정해야 할 수 있습니다. 이전 접종 뒤 심한 알레르기 반응이 있었는지, 암 치료나 면역억제 치료를 받고 있는지도 의료진에게 알려주세요. 생백신과 재조합 백신 중 무엇을 맞았는지 기억나지 않는다면 접종 기록을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재조합 백신을 맞은 뒤에는 팔 통증, 피로, 근육통, 발열이 생길 수 있습니다. 질병관리청은 이런 반응이 대체로 일시적이며 2~3일 안에 나아진다고 안내합니다. 접종 뒤 얼굴이나 목이 붓고 숨쉬기 어렵다면 심한 알레르기 반응일 수 있으므로 즉시 119에 연락해야 합니다. 접종 가능 여부와 개인에게 적절한 백신은 진료실에서 결정할 문제입니다.
이럴 땐 진료를 받으세요
접종 여부와 별개로 기억력 변화가 일상에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면 진료를 미루지 않았으면 합니다. 약속을 한 번 잊는 일과 달리, 같은 질문을 반복하거나 익숙한 길에서 길을 잃고 약 복용·금전 관리가 어려워지는 변화는 확인이 필요합니다. 미국 국립노화연구소도 이런 변화가 있을 때 의사와 상담하도록 안내합니다. 수면 문제, 우울, 약물 부작용, 갑상선 이상 등 다른 원인이 있는지도 함께 살펴야 합니다. 제가 증상만으로 치매를 판단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혼란이 갑자기 시작되고 말이 어눌해지거나 한쪽 얼굴·팔에 힘이 빠진다면 치매 검사를 기다릴 상황이 아닙니다. 뇌졸중 신호일 수 있으니 즉시 119에 연락해야 합니다. 또 몸 한쪽에 통증과 물집이 생겨 대상포진이 의심된다면, 특히 눈 주변이라면 빨리 진료를 받으세요. 항바이러스 치료는 증상이 시작된 뒤 가능한 한 이르게 시작할수록 효과적입니다.
대상포진 예방접종과 치매의 관계는 앞으로도 연구가 이어질 주제입니다. 지금은 백신의 확인된 목적을 기준으로 접종을 상담하고, 기억력이나 몸 상태에 생긴 변화는 별도로 진료받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