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혈증 수치 160이면 약을 먹어야 할까요?

건강검진센터에서 결과지를 건네면 ‘고지혈증 수치가 160이라는데, 약부터 먹어야 하나요?’ 하고 묻는 분이 많았습니다. 같은 160이라도 검사 항목과 평소 앓는 병에 따라 답이 달라집니다. 숫자 하나만 보고 겁먹을 필요는 없지만, 결과지를 덮어두기에도 아까운 수치입니다.
먼저 어떤 항목이 160인지 확인하세요
결과지에는 총콜레스테롤, LDL 콜레스테롤, HDL 콜레스테롤, 중성지방이 따로 적혀 있습니다. 흔히 말하는 ‘고지혈증 수치 160’이 LDL 콜레스테롤이라면 단위는 보통 mg/dL입니다.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는 LDL 160~189mg/dL을 ‘높음’, 190mg/dL 이상을 ‘매우 높음’으로 분류합니다. LDL은 혈관 건강과 관련해 치료 목표를 정할 때 특히 중요하게 보는 수치입니다.
반면 총콜레스테롤 160mg/dL은 일반적인 분류에서 높은 수치가 아닙니다. 중성지방 160mg/dL은 경계 범위에 해당하고요. 그러니 결과지에 160이라는 숫자만 기억하지 말고, 그 숫자 왼쪽에 적힌 항목 이름부터 확인해 주세요. HDL까지 포함한 전체 결과를 함께 봐야 합니다.
검진 때는 ‘정상’ 또는 ‘이상’ 표시가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그런데 검사실의 표시와 내 치료 목표가 언제나 같은 뜻은 아닙니다. LDL이 150인 분도 이미 심혈관질환이 있다면 목표보다 높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총콜레스테롤 160만 보고 고지혈증 약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수도 없습니다.
LDL 160인데 증상이 없으면 괜찮을까요?
병동에서 만난 분들 가운데는 검진 때 높은 LDL을 듣고도 몸이 멀쩡해서 몇 년씩 재검을 미룬 경우가 있었습니다. 물론 그 사이 혈관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는 검사와 진료 없이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LDL이 높아도 대개 바로 느껴지는 증상이 없다는 점은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안 아프다’는 이유만으로 수치가 괜찮아졌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치료 목표는 심혈관 위험에 따라 달라집니다.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 진료지침은 주요 위험인자가 1개 이하인 저위험군의 LDL 목표를 160mg/dL 미만, 2개 이상인 중등도 위험군의 목표를 130mg/dL 미만으로 제시합니다. 이미 관상동맥질환이 있다면 목표는 55mg/dL 미만으로 훨씬 낮습니다. 당뇨병이나 뇌혈관질환이 있어도 별도의 기준으로 평가합니다. 그래서 두 사람이 나란히 LDL 160을 받았더라도 같은 안내를 받지 않을 수 있습니다.
진료실에서는 흡연 여부, 혈압, 나이, 이른 나이에 심혈관질환을 겪은 가족이 있는지, 당뇨병과 기존 심혈관질환이 있는지 등을 함께 확인합니다. 검진 결과지와 복용 중인 약 목록을 가져가면 판단에 도움이 됩니다. 약을 먹어야 하는지는 이 정보까지 본 의사가 결정합니다.
생활습관부터 바꾸면 약은 안 먹어도 될까요?
저위험군에서 LDL 160이 한 번 나왔다고 모두 같은 날 약을 시작하는 것은 아닙니다. 국내 진료지침은 저위험군과 중등도 위험군에서 수주에서 수개월 동안 생활습관을 관리한 뒤에도 LDL이 높게 유지되면 스타틴 치료를 고려하도록 안내합니다. 다만 심혈관질환이나 당뇨병이 있거나 위험인자가 많다면 기다리는 동안의 위험도 함께 따져야 합니다. 식사만 바꾸면 충분하다고 스스로 기한을 정하지는 마세요.
식사는 ‘콜레스테롤에 좋다는 음식’ 하나를 추가하는 것보다 자주 먹는 음식을 바꾸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기름진 고기와 가공육, 버터나 크림이 많은 간식을 줄이고 채소, 콩류, 생선, 통곡물을 식사에 넣는 식입니다. 걷기처럼 꾸준히 할 수 있는 운동과 금연도 함께 중요합니다. 특정 건강식품이나 민간요법으로 처방약을 대신할 만한 근거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한 번의 결과가 평소 상태를 그대로 보여주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는 치료 방침을 정할 때 서로 다른 시점의 지질검사 결과를 확인하도록 안내합니다. 갑상선 기능 저하나 다른 질환, 복용 약이 수치에 영향을 줄 수도 있어요. 재검 시점과 추가로 살펴볼 항목은 진료에서 정하면 됩니다. 이미 약을 먹는 중이라면 수치가 내려갔다고 임의로 끊지 마세요. 그 수치가 약의 효과일 수 있습니다.
이럴 땐 진료를 받으세요
LDL 160mg/dL을 처음 확인했다면 검진 결과지를 들고 내과나 가정의학과에서 심혈관 위험과 재검 계획을 상의하세요. 특히 당뇨병, 고혈압, 흡연, 심장병·뇌졸중 병력 또는 이른 나이에 심장병을 겪은 가족이 있다면 미루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LDL이 190mg/dL 이상이거나 반복 검사에서도 높다면 원인과 약물치료 필요성을 더 적극적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가슴을 짓누르는 통증, 갑작스러운 호흡곤란, 한쪽 팔·다리의 힘 빠짐이나 말이 어눌해지는 증상은 검진 예약일까지 기다릴 일이 아닙니다. 즉시 119에 연락해야 합니다. 이런 증상이 LDL 160 때문에 생겼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응급 평가가 필요한 신호일 수 있습니다.
제가 결과지에서 먼저 보는 것은 160이라는 숫자 옆의 항목 이름이고, 그다음은 그분의 병력입니다. 그 두 가지를 함께 들고 진료실에 가는 것이 불안을 줄이고 필요한 치료를 제때 결정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