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혈증 수치 높으면 바로 약을 먹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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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혈증 수치 높으면 바로 약을 먹어야 할까요?

검진센터에서 일하다 보면 혈압은 그 자리에서 놀라시는 분이 많은데, 콜레스테롤 수치는 종이에 숫자로만 찍혀 나오니 조금 가볍게 넘기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병동에서는 그 숫자를 몇 년 미뤄두다가 협심증, 뇌경색, 췌장염으로 오신 분들도 봤습니다. 겁을 드리려는 말은 아닙니다. 고지혈증 수치 높으면 무엇을 먼저 봐야 하는지, 어느 정도면 진료를 미루지 않는 게 좋은지 차분히 짚어드리고 싶습니다.

고지혈증은 증상이 없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고지혈증, 정확히는 이상지질혈증은 피 속의 지방 성분이 높거나 균형이 깨진 상태입니다. 문제는 대부분 아프지 않다는 점입니다. 머리가 어지럽거나 목이 뻐근해서 검사를 했더니 발견되는 경우도 있지만, 사실 그 증상이 콜레스테롤 때문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제가 병동에서 자주 본 흐름은 이렇습니다. 건강검진에서 LDL 콜레스테롤이 높다고 들었지만 특별한 증상이 없어서 몇 년을 지나칩니다. 그러다 가슴이 조이는 느낌, 계단 오를 때 숨참, 한쪽 팔다리 힘 빠짐 같은 증상이 생겨 뒤늦게 병원에 오십니다. 콜레스테롤 자체가 바로 아프게 하는 병이라기보다, 혈관 벽에 오래 쌓이면서 나중에 큰 문제로 나타나는 쪽에 가깝습니다.

검사지에서 먼저 볼 숫자는 LDL, 중성지방, HDL입니다

검진표에는 보통 총콜레스테롤, LDL 콜레스테롤, HDL 콜레스테롤, 중성지방이 함께 나옵니다. 질병관리청과 대한지질·동맥경화학회 기준을 바탕으로 보면 성인에서 대략 이렇게 읽습니다.

  • 총콜레스테롤: 200 미만이면 적정, 200~239는 경계, 240 이상은 높음
  • LDL 콜레스테롤: 100 미만이 이상적, 130~159는 경계, 160~189는 높음, 190 이상은 매우 높음
  • 중성지방: 150 미만이 적정, 150~199는 경계, 200~499는 높음, 500 이상은 매우 높음
  • HDL 콜레스테롤: 40 미만이면 낮은 편, 60 이상이면 보호 인자로 봅니다

여기서 많은 분들이 총콜레스테롤만 보고 판단합니다. 그런데 실제 진료에서는 LDL을 더 중요하게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LDL은 흔히 나쁜 콜레스테롤이라고 부르는데, 혈관 벽에 쌓여 동맥경화와 관련이 깊습니다. 반대로 HDL은 너무 낮으면 문제가 됩니다. 숫자가 높고 낮음이 모두 같은 의미는 아닙니다.

중성지방도 따로 봐야 합니다. 특히 500 이상이면 심혈관 문제뿐 아니라 급성 췌장염 위험까지 같이 생각해야 합니다. 복통이 심하고 등으로 뻗치거나 구토가 동반되면 단순 소화불량으로 넘기지 않는 게 좋습니다.

같은 LDL 160이어도 사람마다 기준선이 다릅니다

고지혈증 수치 높으면 바로 약을 먹어야 하느냐고 많이 물으십니다. 솔직히 숫자 하나만 보고 결정하지 않습니다. 의사는 나이, 흡연, 혈압, 당뇨, 만성콩팥병, 가족력, 이전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여부를 같이 봅니다.

예를 들어 LDL 160은 건강한 젊은 성인에게도 높은 수치입니다. 그런데 당뇨가 있거나 이미 협심증, 심근경색, 뇌경색을 겪은 분이라면 LDL 100도 안심할 숫자가 아닐 수 있습니다. 심혈관질환을 이미 겪은 분들은 LDL을 70 미만으로 낮추거나 기존보다 50% 이상 낮추는 목표를 잡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옆 사람이 160인데 생활습관만 했다더라, 나는 120인데 약을 권했다더라 하는 비교는 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특히 LDL 190 이상은 유전적 요인까지 생각해야 하는 수치입니다. 부모님이나 형제 중 젊은 나이에 심근경색, 협심증, 뇌졸중이 있었던 분이 있다면 더 빨리 진료를 받는 편이 좋습니다. 겉으로 마른 분도 LDL이 높을 수 있고, 운동을 하는 분도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이 있으면 수치가 잘 내려가지 않습니다.

생활습관으로 볼 수 있는 기간과 병원에 갈 시점은 다릅니다

수치가 경계 범위라면 식사, 체중, 운동, 음주 조절을 하면서 재검을 잡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통 2~3개월 정도 변화를 보고 다시 검사합니다. 중성지방은 특히 전날 술, 과식, 단 음식, 야식의 영향을 꽤 받습니다. 검사를 정확히 보려면 의료진 안내에 따라 9~12시간 금식 후 채혈하는 경우가 많고, 중성지방이 400을 넘으면 LDL 계산값이 부정확할 수 있어 직접 측정이 필요할 때도 있습니다.

생활습관에서 가장 현실적인 부분은 술과 단순당입니다. 삼겹살만 줄이면 된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중성지방은 술, 달달한 음료, 빵, 떡, 과자, 야식에 크게 흔들립니다. 체중이 5% 정도만 줄어도 중성지방과 혈당이 같이 좋아지는 분들이 있었습니다. 근데 이미 위험군이 높은 분은 생활습관만으로 기다리다가 시간을 놓칠 수 있습니다.

약을 처방받았다면 임의로 끊지 않는 것도 중요합니다. 스타틴 계열 약은 심혈관질환 예방 목적으로 오래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근육통이 심해지거나, 소변 색이 콜라처럼 진해지거나, 원인 모를 심한 피로가 생기면 처방한 병원에 연락해야 합니다. 건강기능식품이나 홍국, 오메가3를 약 대신 선택하는 분도 있는데, 수치와 위험도에 따라 역할이 다릅니다. 특히 처방약을 끊고 대체하는 방식은 권하지 않습니다.

이럴 땐 진료를 받으세요

검진 결과에서 LDL 190 이상, 중성지방 500 이상, 총콜레스테롤 240 이상이 나왔다면 증상이 없어도 진료를 예약하는 게 좋습니다. 당뇨, 고혈압, 만성콩팥병, 흡연, 비만, 조기 심혈관질환 가족력이 있으면 LDL이 130 전후라도 상담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이미 협심증, 심근경색, 뇌졸중, 말초동맥질환을 겪은 분이라면 더 낮은 목표가 필요하니 수치가 정상 범위처럼 보여도 주치의 기준을 따라야 합니다.

가슴을 누르는 통증이 5분 이상 지속되거나 식은땀, 호흡곤란, 왼팔이나 턱으로 뻗치는 통증이 있으면 응급실로 가야 합니다. 한쪽 팔다리 힘 빠짐, 말 어눌함, 얼굴 비뚤어짐, 갑작스러운 시야 이상도 기다릴 증상이 아닙니다. 중성지방이 매우 높은 분이 윗배 통증과 구토를 같이 느낀다면 췌장 문제도 확인해야 합니다.

고지혈증은 오늘 수치 하나로 겁먹을 병은 아니지만, 오래 방치해도 되는 병은 더 아닙니다. 숫자를 보고 내 몸의 혈관 위험도를 확인한 뒤, 필요한 시점에 진료를 받는 것이 결국 가장 덜 불안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고지혈증 수치 높으면 바로 약을 먹어야 할까요? - 요약
고지혈증 수치 높으면 바로 약을 먹어야 할까요? | 질병노트 : https://healthweek.co.kr/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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