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질환관리제, 고혈압·당뇨가 있으면 꼭 신청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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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질환관리제, 고혈압·당뇨가 있으면 꼭 신청해야 할까요?

건강검진센터에 있다 보면 혈압이 150을 넘거나 공복혈당이 130 이상인데도 “약 먹을 정도는 아니죠?” 하고 묻는 분들을 자주 만납니다. 병동에서는 반대로 몇 년간 수치가 조금씩 올라가던 분이 어느 날 신장 기능 저하, 협심증, 뇌졸중 전조 증상으로 입원하는 경우를 봤고요. 그래서 저는 만성질환관리제를 단순한 지원 제도라기보다, 고혈압과 당뇨를 혼자 끌고 가지 않게 해주는 장치로 봅니다.

만성질환관리제는 어떤 제도인가요?

현재 많이 말하는 만성질환관리제는 보건복지부의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사업을 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고혈압이나 당뇨병이 있는 사람이 가까운 의원에 등록해서 의사에게 진료만 받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1년 단위 관리계획을 세우고 교육·상담·검사 점검을 이어가는 방식입니다.

대상은 주로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외래 진료를 받는 고혈압·당뇨병 환자입니다. 고혈압은 보통 진료실 혈압이 140/90mmHg 이상으로 반복 확인될 때, 당뇨병은 공복혈당 126mg/dL 이상이나 당화혈색소 6.5% 이상 같은 기준을 참고합니다. 다만 수치 하나만으로 본인이 단정하면 안 됩니다. 진단은 반복 측정, 복용 약, 동반 질환, 검사 결과를 의사가 같이 봐야 합니다.

2024년부터 본사업으로 전환되면서 참여 의원에서는 만성질환 관리 관련 일부 진료와 관리료의 본인부담이 낮아지고, 건강생활실천지원금 같은 인센티브가 연결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흔히 본인부담률 20%, 연 최대 8만 원 포인트라는 설명을 보실 수 있는데, 실제 적용은 참여 여부와 지역, 건강보험 기준, 등록 상태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냥 약만 타는 것과 뭐가 다를까요?

내과 병동에서 오래 보면 고혈압과 당뇨는 “아픈 느낌”이 적을 때가 더 어렵습니다. 혈압 160이 나와도 머리가 안 아프면 괜찮다고 느끼고, 식후혈당 250이 나와도 피곤한 정도로 넘기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혈관, 신장, 눈, 심장은 조용히 영향을 받습니다.

만성질환관리제의 차이는 기록과 피드백입니다. 예를 들어 혈압약을 먹는데도 아침 혈압이 계속 145/92 근처라면 약 조정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당화혈색소가 7.8%인데 식사 조절만 더 하겠다고 6개월을 보내면 합병증 위험을 낮출 시간을 놓칠 수 있고요. 반대로 어지러움이 잦은데 혈압이 100/60 정도로 떨어진다면 약이 과한지 확인해야 합니다.

관리계획에는 혈압·혈당 목표, 약 복용 시간, 체중, 식사, 운동, 흡연, 음주, 필요한 검사 일정이 들어갑니다. 당뇨가 있으면 소변 알부민, 신장 기능, 지질검사, 눈 검사 같은 항목을 주기적으로 챙겨야 하고, 고혈압이 있으면 심전도나 콩팥 기능, 이상지질혈증 확인이 중요합니다. 이걸 환자 혼자 달력에 적어가며 챙기기는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신청 전에 확인할 점이 있습니다

가장 먼저 내가 다니는 동네의원이 이 사업에 참여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모든 병원이 자동으로 되는 것은 아닙니다. 보통 참여 의원에 직접 문의하거나 국민건강보험공단, 지역 보건소 안내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 고혈압이나 당뇨병으로 정기 진료 중인지
  • 참여 의원인지, 등록 절차가 있는지
  • 내가 받을 수 있는 교육·상담 횟수와 검사 항목이 무엇인지
  • 본인부담 경감이나 건강생활실천지원금 적용 조건이 맞는지
  • 기존에 다니던 병원 약과 중복 처방이 생기지 않는지

특히 여러 병원을 다니는 분은 약 봉투나 처방전을 꼭 가져가야 합니다. 혈압약, 당뇨약, 고지혈증약, 아스피린, 진통소염제, 한약이나 건강기능식품까지 같이 봐야 합니다. 신장 기능이 떨어진 분은 흔한 진통제도 부담이 될 수 있고, 당뇨약 중에는 검사나 수술 전 잠시 조절이 필요한 약도 있습니다.

수치가 이 정도면 그냥 넘기지 마세요

집에서 잰 혈압이 한두 번 높다고 바로 겁낼 필요는 없습니다. 커피를 마셨거나, 잠을 못 잤거나, 통증이 있어도 올라갑니다. 그런데 안정 후에도 수축기 혈압이 140 이상 또는 이완기 혈압이 90 이상으로 여러 날 반복되면 진료가 필요합니다. 이미 약을 먹는 분이라면 기록지를 가져가서 약 조정 여부를 상담하는 게 좋습니다.

혈압이 180/120mmHg 이상이고 가슴통증, 호흡곤란, 한쪽 마비, 말이 어눌함, 심한 두통, 시야 이상이 같이 있으면 외래 예약을 기다릴 상황이 아닙니다. 이런 증상은 응급 평가가 필요합니다.

혈당도 비슷합니다. 공복혈당이 126mg/dL 이상으로 반복되거나, 식후혈당이 200mg/dL 이상으로 자주 나오거나, 당화혈색소가 6.5% 이상이면 당뇨병 여부를 확인해야 합니다. 이미 당뇨 진단을 받은 분은 당화혈색소 목표를 대개 7% 전후로 잡지만, 나이와 저혈당 위험, 심혈관질환 여부에 따라 달라집니다.

혈당이 300 이상으로 높고 물을 많이 마시며 소변이 잦거나, 구토·심한 무기력·숨이 가쁜 느낌이 있으면 빨리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반대로 식은땀, 손떨림, 심한 허기, 의식이 흐려지는 저혈당 증상도 가볍게 보면 안 됩니다.

이 제도가 특히 필요한 분들이 있습니다

만성질환관리제는 “나는 아직 괜찮다” 싶은 초기에 더 쓸모가 있습니다. 혈압약을 막 시작했거나, 당뇨 전단계와 당뇨 사이에서 흔들리는 분, 약을 먹다 말다 하는 분, 검진 결과지를 받아도 어떤 항목을 봐야 할지 모르는 분에게 도움이 됩니다.

솔직히 병원에서 가장 안타까운 경우는 약이 없어서가 아니라 흐름을 놓쳐서 나빠지는 경우입니다. 혈압은 매일 달라지고 혈당은 식사와 활동량에 따라 흔들립니다. 그래서 한 번의 검사보다 3개월, 6개월, 1년 동안의 패턴이 중요합니다. 만성질환관리제는 그 패턴을 의료진과 같이 보는 방식입니다.

다만 제도에 등록했다고 관리가 자동으로 되는 건 아닙니다. 집 혈압을 같은 시간대에 재고, 혈당 기록을 가져가고, 약을 빠뜨린 날을 솔직히 말해야 조정이 가능합니다. 의료진에게 좋은 점수를 받으려고 기록을 예쁘게 만들 필요는 없습니다. 실제 생활이 보여야 치료가 현실적으로 바뀝니다.

고혈압과 당뇨는 오래 가는 병이지만, 오래 간다고 해서 대충 봐도 되는 병은 아닙니다. 숫자가 조금 높을 때 붙잡으면 입원까지 가는 길을 많이 줄일 수 있습니다. 수치가 반복해서 높거나 약을 먹어도 조절이 흔들리거나, 가슴통증·호흡곤란·마비·심한 두통·시야 이상·저혈당 증상이 있다면 미루지 말고 진료를 받으세요. 저는 그 작은 방문 한 번이 몇 년 뒤의 큰 치료를 막는 장면을 병동에서 여러 번 봤습니다.

만성질환관리제, 고혈압·당뇨가 있으면 꼭 신청해야 할까요?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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