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포진 초기증상, 약은 언제 먹어야 덜 아플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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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포진 초기증상, 약은 언제 먹어야 덜 아플까요?

검진센터에서 일하다 보면 “며칠 전부터 한쪽 등이 콕콕 쑤셨는데 담인 줄 알았다”는 말을 꽤 자주 듣습니다. 그런데 옷깃만 스쳐도 아프고, 하루 이틀 뒤 같은 부위에 붉은 발진이나 물집이 올라왔다면 대상포진을 의심해야 합니다. 겁먹으라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대상포진은 초기에 약을 시작하는 시간이 꽤 중요합니다.

처음엔 감기나 근육통처럼 시작할 수 있습니다

대상포진은 어릴 때 수두를 앓았거나 수두 바이러스에 노출된 뒤 몸속 신경절에 숨어 있던 바이러스가 다시 활동하면서 생깁니다. 피곤하거나 면역이 떨어졌을 때 잘 나타나고, 나이가 들수록 위험이 올라갑니다.

초기에는 피부에 아무것도 안 보여서 헷갈립니다. 한쪽 가슴, 등, 옆구리, 목, 얼굴, 허벅지 쪽이 화끈거리거나 찌릿하고, 벌레가 기어가는 느낌, 감전되는 느낌, 바늘로 콕콕 찌르는 느낌으로 시작할 수 있습니다. 어떤 분은 속이 더부룩하거나 몸살처럼 으슬으슬해서 내과 약만 먼저 드시기도 합니다.

대상포진에서 중요한 특징은 대개 몸의 한쪽에 치우쳐 나타난다는 점입니다. 가운데 선을 기준으로 오른쪽이나 왼쪽 한쪽에 띠처럼 통증과 발진이 생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모든 사람이 교과서처럼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한쪽만 이상하게 아프다”는 말은 병동에서도 자주 들었던 표현입니다.

발진이 보이면 72시간을 기억하세요

대상포진 약이라고 하면 보통 항바이러스제를 말합니다. 대표적으로 아시클로버, 발라시클로버, 팜시클로버 같은 약이 쓰입니다. 이 약들은 바이러스를 바로 없애는 약이라기보다 바이러스 증식을 줄여서 병의 기간과 통증, 새 물집 발생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줍니다.

미국 CDC 같은 감염병 안내에서도 치료는 증상 초기에 시작할수록 효과가 좋다고 설명합니다. 특히 발진이 생긴 뒤 72시간 안에 항바이러스제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대상포진이 의심되면 “좀 더 지켜보다가 심해지면 가야지”보다 당일이나 다음 날 바로 진료를 보는 쪽이 낫습니다.

그런데 72시간이 지났다고 해서 무조건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새 물집이 계속 생기고 있거나 통증이 심하거나, 얼굴과 눈 주변에 생겼거나, 면역저하가 있는 분은 시간이 조금 지나도 진료가 필요합니다. 실제로 병동에서도 늦게 오신 분들 중 통증 조절과 합병증 확인 때문에 치료가 길어진 경우를 봤습니다.

진통제만 먹고 버티면 안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대상포진 통증은 단순 피부 통증이 아니라 신경통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일반 진통제로 조금 가라앉는 분도 있지만, 밤에 잠을 못 잘 정도로 타는 듯한 통증이 계속되는 분도 있습니다. 의사는 상태에 따라 소염진통제, 아세트아미노펜, 신경통 약, 국소 마취 성분 연고나 패치 등을 조합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조심할 점은 집에 남아 있던 항생제나 스테로이드, 다른 사람의 대상포진 약을 임의로 먹는 것입니다. 항바이러스제는 신장 기능, 나이, 복용 중인 약에 따라 용량 조절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특히 고령, 만성콩팥병, 여러 약을 함께 드시는 분은 처방 전 확인이 중요합니다.

물집 부위에는 민간요법으로 뭔가를 바르기보다 깨끗하고 건조하게 유지하는 편이 좋습니다. 물집이 터지면 세균 감염이 겹칠 수 있습니다. 옷은 헐렁하게 입고, 차갑게 적신 수건을 짧게 대면 가려움과 화끈거림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얼음을 직접 피부에 오래 대는 방식은 피부 손상을 만들 수 있어 피하는 게 좋습니다.

눈, 귀, 얼굴 쪽이면 더 빨리 보셔야 합니다

대상포진이 얼굴, 특히 눈 주변에 생기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이마, 코끝, 눈꺼풀 쪽에 통증이나 물집이 생기면 각막이나 시신경 쪽 합병증을 확인해야 합니다. 시야가 흐려지거나 눈이 빨갛고 아프면 피부과만이 아니라 안과 진료가 같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귀 주변 통증, 귓바퀴 물집, 어지럼, 한쪽 얼굴 마비가 같이 있으면 람세이헌트증후군 같은 상태도 확인해야 합니다. 이런 경우는 시간이 지날수록 회복이 어려워질 수 있어 빨리 보는 게 좋습니다.

또 50세 이상, 당뇨가 있는 분, 항암치료 중인 분, 장기이식 후 면역억제제를 복용 중인 분, 고용량 스테로이드를 쓰는 분, HIV 감염 등 면역저하가 있는 분은 대상포진이 넓게 퍼지거나 오래 갈 수 있습니다. 몸 여러 부위에 수두처럼 퍼지는 발진, 고열, 심한 두통, 의식이 멍한 느낌이 있으면 응급 평가가 필요합니다.

전염과 생활 관리도 현실적으로 챙겨야 합니다

대상포진 자체가 공기 중으로 쉽게 퍼지는 병이라고 생각해 과하게 겁먹는 분들이 있습니다. 보통은 물집 속 바이러스가 수두 면역이 없는 사람에게 옮아 수두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물집이 모두 딱지로 마르기 전까지는 임산부 중 수두를 앓지 않았거나 예방접종을 하지 않은 분, 신생아, 면역저하자와의 밀접 접촉을 피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수건을 따로 쓰고, 병변을 만진 뒤 손을 씻고, 물집을 긁지 않는 것도 중요합니다. 샤워는 대개 가능하지만 뜨거운 물로 오래 문지르는 것은 통증과 자극을 키울 수 있습니다. 물집을 터뜨리거나 소독약을 과하게 바르는 행동도 피부 회복을 늦출 수 있습니다.

대상포진 후 신경통은 발진이 가라앉은 뒤에도 몇 달 이상 통증이 남는 상태입니다. 나이가 많을수록 위험이 올라가고, 초기에 통증이 심했던 분에게 더 잘 생깁니다. 그래서 “피부만 조금 올라온 것”으로 보지 말고 통증 강도와 위치, 시작 날짜를 적어 진료 때 말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럴 땐 진료를 받으세요

  • 한쪽 몸에 찌릿함, 화끈거림, 콕콕 쑤심이 있고 같은 부위에 붉은 발진이나 물집이 생긴 경우
  • 발진이 생긴 지 72시간 이내인 경우
  • 눈 주변, 코끝, 이마, 귀 주변, 얼굴에 통증이나 물집이 있는 경우
  • 통증 때문에 잠을 못 자거나 옷이 스치기만 해도 심하게 아픈 경우
  • 50세 이상이거나 당뇨, 암 치료, 면역억제제 복용 등으로 면역이 약한 경우
  • 발진이 한 부위가 아니라 여러 곳으로 퍼지거나 고열, 심한 두통, 어지럼, 얼굴 마비가 동반되는 경우

대상포진은 참는다고 의지가 강한 병이 아닙니다. 초기에 약을 쓰면 경과가 달라질 수 있고, 특히 눈과 얼굴 쪽은 하루 차이가 크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담인가, 피부병인가” 애매하더라도 한쪽으로 찌릿한 통증과 발진이 같이 보이면 병원에서 확인받는 쪽이 몸을 덜 고생시키는 선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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