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암 위험 높이는 '간경변증', 치료 골든타임은?

간암의 주요 원인 질환인 '간경변증'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대한간학회가 정한 ‘간의 날’을 맞아,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 소화기내과 유정주 교수와 함께 간경변증의 위험성과 예방 및 관리법에 대해 알아본다.

Q. 간경변증은 정확히 어떤 질환이며, 왜 위험한가?
A. 간경변증은 간이 오랜 기간 손상을 입으면서 정상적인 간 조직이 딱딱한 섬유 조직으로 변하고, 울퉁불퉁한 재생 결절이 생기면서 결국 간 기능이 저하되는 질환이다.

간은 재생력이 뛰어나지만, 손상과 회복이 반복되다 섬유화가 광범위하게 진행되면 정상으로 돌아오기가 어렵다. 특히 간 전체에 걸쳐 변화가 생기기 때문에 한 번 진행되면 회복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간경변증이 위험한 가장 큰 이유는 간암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간경변증 환자의 3분의 1은 간암이 발생할 수 있으며, 간암 환자의 80% 이상이 간경변증을 기저질환으로 가지고 있다는 보고도 있다. 또한 복수, 위·식도 정맥류 출혈, 간성 뇌증 같은 치명적인 합병증이 동반되면 환자의 예후가 급격히 나빠진다.

Q. 우리나라 간경변증 환자의 주된 원인은 무엇이며, 최근 추세는?
A. 과거에는 우리나라 간경변증 환자의 48~70%가 B형 간염, 10~15%가 C형 간염 때문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상황이 조금씩 변하고 있다. 바이러스 간염 치료제 개발과 예방접종 사업 덕분에 바이러스 간염 유병률이 감소하고 있다.

반면, 대사이상 지방간질환(비알코올성 지방간 포함) 환자가 크게 늘고 있다. 앞으로는 음주, 비만, 당뇨 등 잘못된 생활 습관에서 비롯되는 질환이 간경변증의 주요 원인으로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Q. 간경변증은 초기 증상이 불분명하다고 하는데, 어떤 증상이 나타날 때 병원을 찾아야 할까?
A. 안타깝게도 간경변증은 증상만으로 조기 발견이 어렵다. 초기에는 피로감, 식욕부진, 소화불량 등 흔한 소화기 증상만 나타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병이 진행되면 간 기능 저하를 시사하는 특징적인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예를 들어 황달이 오거나, 손바닥이 붉어지는 손바닥 발적, 피부에 거미 다리 모양의 혈관이 나타나는 증상 등이 있다. 남성은 여성형 유방이 생기거나, 여성은 생리 불순이 나타나기도 한다.

만약 복부 팽만(복수), 토혈, 의식 변화(간성 뇌증) 같은 증상이 나타났다면 간경변증의 합병증이 심각한 상태일 수 있으므로 즉시 입원 치료가 필요하다.

Q. 간경변증은 어떻게 진단하며, 치료의 핵심은 무엇인가?
A. 진단은 초음파, CT, MRI 같은 영상 검사와 간 섬유화 스캔, 혈액검사 등을 통해 이뤄진다.

치료의 핵심은 원인 질환 관리이다. B형 또는 C형 간염 환자는 반드시 항바이러스제를 꾸준히 복용하여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해야 하며, 알코올성 환자는 반드시 금주해야 한다. 대사질환 관련 환자는 체중 조절, 식습관 개선, 꾸준한 운동 등을 통해 비만, 당뇨와 같은 대사질환을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특히 합병증이 심각하게 진행되어 더 이상 기능 유지가 어렵다면 간이식을 고려하게 된다.

Q. 간경변증과 간암을 예방하기 위해 실천해야 할 가장 중요한 습관은?
A. 가장 확실한 예방법은 정기적인 검진과 생활 습관 관리이다. B형·C형 간염 환자를 비롯해 간경변증의 고위험군(음주, 비만, 당뇨 환자)은 증상이 없더라도 정기적인 영상 검사(예: 초음파)와 혈액 검사를 받아야 한다. 간은 손상되어도 침묵하는 장기이므로, 정기 검진만이 병의 진행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또한, 건강한 간을 유지하기 위해 과음을 피하고, 적절한 체중을 유지하며, 균형 잡힌 식단과 규칙적인 운동을 생활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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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