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물음표] 소리 없이 찾아오는 '고혈압', 방치하면 뇌·심장·신장·안구 건강 악화

▲ 출처=게티이미지뱅크

고혈압은 우리나라 성인 4명 중 1명이 앓을 정도로 흔한 만성질환에 해당한다. 하지만 뚜렷한 증상이 없는 고혈압은 건강검진을 통해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상생활에 불편함이 없어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도 하지만, 고혈압은 소리 없이 찾아와 장기를 손상시키는 무서운 질환이다.

혈압은 혈액이 혈관 벽에 가하는 힘으로, 심장이 수축하면서 혈액을 내보낼 때 혈관에 가해지는 압력을 최고혈압(수축기 혈압)이라 하고, 심장이 확장하면서 혈액을 받아들일 때 혈관이 받는 압력을 최저혈압(이완기 혈압)이라 한다. 고혈압은 혈압이 높은 상태로, 최고혈압이 140mmHg 이상, 최저혈압이 90mmHg 이상인 경우다.

고혈압은 한 번의 혈압 측정으로 확진할 수 없으며, 혈압이 높게 나온 경우에는 하루 간격을 두고 최소 2회 이상 측정해야 한다. 혈압을 정확하게 측정하기 위해서는 앉은 자세에서 5분 이상 안정을 취한 후 팔의 위치를 심장 위치와 비슷하게 놓은 상태에서 측정해야 한다. 여러 번 측정해도 최고혈압이 140mmHg 이상이거나 최저혈압이 90mmHg 이상일 때 고혈압으로 진단한다.

고혈압은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지만 ▲유전 ▲비만 ▲스트레스 ▲과도한 나트륨 섭취 ▲과음 ▲흡연 등이 대표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보통 남성은 55세 이상, 여성은 65세 이상인 경우 고혈압 위험이 높아지지만, 최근에는 20~30대 젊은 고혈압 환자도 증가하는 추세다. 서구화된 식습관과 신체활동의 부족으로 인해 비만율이 증가하면서 고혈압 발생률도 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고혈압이 무서운 이유는 합병증 때문이다. 고혈압을 방치하면 뇌, 심장, 신장, 안구 등 신체 주요 기관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고혈압 합병증으로는 ▲뇌졸중 ▲심장병 ▲신장병 ▲망막증 등이 있다.

뇌졸중은 뇌혈관이 막히거나 터져 뇌에 손상을 입히는 질환으로, 고협압은 뇌졸중의 위험인자다. 실제로 고혈압이 있는 사람의 뇌졸중 발병률은 4~5배 가량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뇌졸중이 발생하면 신체 장애를 남기거나, 사망에 이를 수 있다.

고혈압 상태가 장기간 지속되면 심장과 혈관에 심각한 손상을 유발하고, 결국 심장질환으로 이어지게 된다. 고혈압성 심장질환에는 ▲심근경색 ▲심부전 ▲협심증 등이 있다. 심근경색은 심장 근육에 혈액이 충분히 공급되지 않아 심장 근육이 손상된 상태이며, 심부전은 심장 기능 저하로 신체에 혈액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 상태다. 심장이 몸 전체에 충분한 혈액을 공급하지 못하면 산소와 영양분이 부족해져 다른 장기도 영향을 받게 된다. 협심증은 심장의 혈관이 좁아져 혈액순환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혈액이 흐르지 않으면 심장근육이 산소와 영양분을 받지 못하게 돼 심장근육 손상을 야기한다.


▲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신장병도 고혈압과 관련이 있다. 신장에는 많은 혈관들이 있는데, 고혈압으로 혈관이 손상되면 신장 기능이 떨어지게 된다. 또 신장 기능이 저하되면 염분 배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혈압 상승을 유발할 수 있다. 결국 고혈압이 신장병을 일으키고, 신장병이 고혈압을 악화시키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것이다.

고혈압은 눈 속 혈관에도 영향을 미친다. 망막에는 동맥, 정맥, 모세혈관 등 여러 혈관이 있는데, 장기간 혈압이 높게 유지되면 이 혈관들이 손상될 수 있다. 혈관 손상으로 망막 출혈, 시력 저하 등이 발생하고 심한 경우 실명에 이를 수 있다.

고혈압은 만병의 근원이다. 고혈압 증상은 가볍지만, 합병증은 결코 가볍지 않다. 올바른 생활습관으로 고혈압을 예방하는 것이 우선이다. 규칙적인 운동으로 적정 체중을 유지하고, 과도한 나트륨 섭취를 줄여야 한다. 또 혈압 상승의 요인이 되는 음주와 흡연도 자제하는 것이 좋다. 혈압을 주기적으로 측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고혈압을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면 합병증 위험을 낮출 수 있다.


고혈압으로 진단받은 경우에는 혈압 조절을 위해 약물 치료가 필수적이다. 고혈압 약은 일정한 시간에 규칙적으로 복용해야 하며, 개인의 판단 하에 약물 복용을 중단하면 문제가 될 수 있다. 약물 복용과 관련해서는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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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