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가 있는데 눈이 괜찮으면 안저검사를 미뤄도 될까요?

건강검진센터에서 일하다 보면 혈당 수치는 꾸준히 보시는데, 눈 검사는 몇 년씩 빠뜨리는 분들이 꽤 많았습니다. “시력은 아직 괜찮아요”라고 말씀하시는데, 당뇨 눈 합병증은 바로 그 지점이 무섭습니다. 초반에는 잘 보이는 경우가 많거든요.
당뇨병성 망막병증은 당뇨로 인해 눈 안쪽 망막의 작은 혈관이 손상되는 상태를 말합니다. 망막은 카메라 필름처럼 빛을 받아들이는 부위라서, 여기에 출혈이나 부종이 생기면 시야가 흐려지고 심하면 시력 손실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겁을 드리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다만 증상이 생긴 뒤보다, 증상이 없을 때 찾아내는 쪽이 훨씬 유리합니다.
시력이 괜찮아도 당뇨 눈 합병증이 있을 수 있습니다
병동에서 오래 일하다 보면 “눈이 갑자기 안 보여요” 하고 오시는 분들을 봅니다. 그런데 이야기를 들어보면 갑자기 생긴 병이라기보다, 이미 몇 년 전부터 혈당이 높았고 안저검사를 오래 안 하신 경우가 많았습니다. 본인은 불편함이 없으니 눈은 괜찮다고 생각하셨던 거죠.
당뇨병성 망막병증은 초기에 통증이 거의 없습니다. 눈이 뻑뻑하거나 피곤한 증상만으로는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당뇨가 있다면 “잘 보이니까 괜찮다”보다 “검사에서 괜찮다고 확인됐다”가 더 정확합니다.
특히 제2형 당뇨는 진단되기 전부터 혈당이 높았던 시간이 숨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미국당뇨병학회 진료 기준에서도 제2형 당뇨는 진단 시점에 눈 검사를 받도록 권합니다. 제1형 당뇨는 대개 진단 후 5년이 지나면 정밀 안과 검사를 시작하는 기준을 씁니다. 이후에는 상태에 따라 보통 매년, 안정적이면 1~2년 간격으로 조정될 수 있습니다. 이 간격은 담당 의사가 눈 상태와 혈당 조절 정도를 보고 정합니다.
이런 증상이 있으면 기다리지 않는 게 좋습니다
당뇨 눈 합병증이 진행되면 시야가 조금씩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람은 양쪽 눈으로 보기 때문에 한쪽 눈 변화는 늦게 알아차리기도 합니다. 실제로 한쪽 눈을 가리고 봤을 때야 “어, 이쪽이 이상하네” 하시는 분도 있었습니다.
- 글씨나 사물이 흐릿하게 보임
- 눈앞에 먼지나 벌레 같은 점이 떠다니는 느낌
- 시야 한쪽이 가려지거나 검게 보임
- 직선이 휘어 보임
- 색이 예전보다 흐리게 느껴짐
- 갑자기 시력이 떨어짐
이 중에서 갑자기 시야가 가려지거나 검은 점이 많이 생기고, 번쩍이는 빛이 보이거나 시력이 급격히 떨어지면 당일 진료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특히 당뇨가 오래됐고 혈압까지 높다면 더 미루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근데 증상이 없다고 안심해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당뇨병성 망막병증은 증상 없는 단계에서 발견되는 일이 흔합니다. 그래서 안저검사, 산동검사, 안저촬영 같은 검사가 중요합니다. 검진센터에서 찍는 안저사진에서 이상 소견이 나오면 안과에서 산동 후 망막을 더 자세히 봐야 합니다.
혈당만 보는 것보다 혈압, 콜레스테롤도 같이 봐야 합니다
많은 분들이 당뇨 눈 합병증을 혈당 문제로만 생각합니다. 물론 혈당이 가장 중요합니다. 당화혈색소가 높게 오래 유지될수록 망막 혈관 손상 위험이 올라갑니다. 일반적으로 당화혈색소 7% 안팎을 목표로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지만, 나이와 저혈당 위험, 동반질환에 따라 목표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눈 혈관은 혈압에도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혈압이 높으면 이미 약해진 망막 혈관에 부담이 더 갑니다.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이 높을 때도 망막 부종이나 혈관 문제와 같이 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신장 기능이 나빠져 단백뇨가 나오거나 크레아티닌 수치가 올라간 분들도 눈 합병증을 같이 확인하는 게 좋습니다. 당뇨 합병증은 눈, 콩팥, 신경이 따로따로만 움직이지 않습니다.
솔직히 병원에서 “혈당, 혈압, 콜레스테롤 관리하세요”라는 말을 너무 자주 들어서 익숙하게 흘려듣는 분도 계십니다. 하지만 눈 합병증 입장에서는 이 세 가지가 정말 기본입니다. 약을 잘 먹는 것, 식사와 운동을 조절하는 것, 금연하는 것 모두 망막 혈관을 지키는 쪽으로 연결됩니다.
안과 검사는 얼마나 자주 받아야 할까요?
처음 당뇨 진단을 받았거나, 최근 몇 년 동안 안과 검사를 받은 기억이 없다면 먼저 안과에서 당뇨 눈 검사를 잡는 것이 좋습니다. “검진 안저사진에서 괜찮았다”는 말만으로 충분한지, 산동검사까지 필요한지는 상황에 따라 다릅니다. 사진 품질이 좋지 않거나 백내장 때문에 잘 안 보이면 직접 망막 진찰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검사 결과 망막병증이 없고 혈당 조절도 안정적이면 의사가 1~2년 간격을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망막병증이 조금이라도 있거나, 당화혈색소가 높거나, 임신을 계획 중이거나 임신 중이라면 더 자주 봐야 할 수 있습니다. 기존 당뇨가 있는 임신부는 임신 전 또는 임신 초기부터 눈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치료가 필요한 단계에서는 레이저 치료, 안구 주사 치료, 수술적 치료가 논의될 수 있습니다. 이름만 들으면 겁이 나지만, 요즘은 시력을 지키기 위한 치료 선택지가 예전보다 많습니다. 다만 치료 시점을 놓치면 회복이 제한될 수 있어 조기 발견이 중요합니다.
이럴 땐 진료를 받으세요
당뇨가 있는데 1년 이상 안과 검사를 받지 않았다면 증상이 없어도 안과 예약을 잡는 편이 좋습니다. 제2형 당뇨를 처음 진단받았다면 가능한 한 초기에 안저검사나 산동 안과 검사를 받으세요. 이미 망막병증이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면 임의로 검사 간격을 늘리지 않는 것이 안전합니다.
- 갑자기 시야가 흐려지거나 시력이 떨어질 때
- 검은 점, 실오라기 같은 부유물이 갑자기 늘어날 때
- 시야 일부가 커튼 친 것처럼 가려질 때
- 직선이 휘어 보이거나 중심부가 찌그러져 보일 때
- 당화혈색소가 계속 높거나 혈압 조절이 잘 안 될 때
- 임신을 계획 중이거나 임신 중인 당뇨 환자일 때
저는 진단을 하지 않습니다. 진단은 안과 의사가 검사로 판단합니다. 다만 18년 동안 환자분들을 보며 분명히 느낀 건 있습니다. 당뇨 눈 합병증은 “보이면 가야지”보다 “보기 전에 확인하자”가 맞는 병입니다. 지금 잘 보이는 눈을 오래 쓰려면, 불편해진 뒤가 아니라 괜찮을 때 한 번 확인해두는 게 가장 현실적인 선택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