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 합병증은 어떤 신호부터 의심해야 할까요?

병동에서 독감 환자를 볼 때 가장 신경 쓰였던 순간은 열이 높을 때만은 아니었습니다. 며칠 쉬고 나아지는 듯하다가 기침이 심해지고 숨이 차서 다시 오신 분들이 있었거든요. 독감 합병증을 집에서 진단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회복 방향이 바뀌는 신호를 알아두면 진료를 미루지 않는 데 도움이 됩니다.
열이 내렸는데 다시 나빠진다면
독감은 갑작스러운 발열, 근육통, 기침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에 따르면 특별한 합병증이 없는 독감 증상은 대개 3~7일 사이 가라앉지만, 기침과 피로감은 2주 넘게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기침이 남아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폐렴을 판단하지는 않습니다.
제가 더 주의 깊게 보는 건 변화의 방향입니다. 열이 떨어지고 식사도 조금 하던 사람이 다시 열이 나면서 기침이 거칠어지거나, 전보다 숨쉬기 힘들다고 말한다면 진료가 필요합니다. 독감 바이러스 자체가 폐렴을 일으킬 수도 있고, 회복 중 세균 감염이 겹칠 수도 있습니다. 가래 색깔만 보고 둘을 구별하거나 항생제가 필요한지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반대로 열이 없다고 안심할 수도 없습니다. 특히 고령자나 면역력이 약한 분은 독감에 걸려도 뚜렷한 발열 없이 기운이 급격히 떨어지거나 평소와 달리 멍해 보일 수 있습니다. 평소 상태를 아는 가족의 관찰이 이럴 때 중요합니다.
폐렴만 독감 합병증은 아닙니다
폐렴은 잘 알려진 합병증이지만, 독감은 원래 앓던 병을 악화시키기도 합니다. 천식이나 만성폐쇄성폐질환이 있다면 숨이 더 차거나 평소 쓰던 약으로 증상이 잘 가라앉지 않을 수 있습니다. 심장질환이 있는 분에게는 가슴 통증이나 호흡곤란이 생길 수 있고, 당뇨병이 있다면 아픈 동안 혈당 관리가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드물게 심장이나 뇌에 염증이 생기거나 심한 근육 손상이 동반되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독감에 걸릴 때마다 이런 병을 걱정하며 지낼 필요는 없습니다. 평소와 다른 심한 가슴 통증, 의식 변화, 경련, 걷기 어려울 만큼 심한 근육통이 나타났다면 원인을 집에서 가려내려 하지 말고 곧바로 진료받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아이들은 어른과 신호가 조금 다릅니다. 숨을 쉴 때 갈비뼈 사이가 움푹 들어가거나, 깨어 있어도 반응이 둔하거나, 심한 근육통 때문에 걷지 않으려 한다면 서둘러 살펴야 합니다. 입이 마르고 눈물 없이 울거나 8시간가량 소변을 보지 않는 것도 탈수 경고 신호입니다.
누가 더 일찍 진료받아야 할까요?
65세 이상, 5세 미만의 어린이 중 특히 2세 미만, 임신부, 천식·심장질환·당뇨병 등 만성질환이 있는 분, 면역력이 약한 분은 합병증 위험이 높습니다. 이런 분에게 독감이 의심되는 증상이 생기면 심해질 때까지 기다리기보다 일찍 의료진과 상의하는 편이 좋습니다. 독감 검사 결과만 기다리느라 진료가 늦어질 필요도 없습니다.
항바이러스제는 증상이 시작된 뒤 가능하면 48시간 이내에 쓰는 것이 효과가 큽니다. 그런데 48시간이 지났다고 치료 기회가 모두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증상이 악화되거나 합병증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그 이후에도 의사가 치료를 검토할 수 있습니다. 약이 필요한지, 어떤 약을 쓸지는 나이와 기저질환, 현재 상태를 보고 결정합니다.
집에서 경과를 볼 때는 체온 숫자만 적기보다 숨쉬기, 물 마시는 양, 소변, 의식 상태, 기침의 변화를 함께 확인하는 편이 낫습니다. 진료를 받을 때도 ‘언제부터 아팠는지’, ‘나아졌다가 다시 나빠졌는지’를 알려주면 상태를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이럴 땐 진료를 받으세요
숨이 차거나 숨쉬기 힘들 때, 가슴이나 배의 통증·압박감이 계속될 때, 의식이 흐려지거나 깨우기 어려울 때, 경련이 있을 때는 즉시 응급 진료를 받으세요. 소변이 나오지 않거나 심하게 쇠약해진 경우도 급히 평가받아야 합니다. 아이의 입술이나 얼굴이 푸르게 보이거나 호흡이 빠르고 힘겨워 보인다면 지체하지 말아야 합니다.
열이나 기침이 좋아졌다가 다시 심해지는 경우, 기존 천식·심장질환·당뇨병 증상이 나빠지는 경우에도 당일 진료를 권합니다. 고위험군이라면 증상이 가벼워 보여도 초기에 상담받는 것이 좋습니다. 병동에서 오래 일하며 느낀 건 독감의 열이 몇 도였는지보다 어제와 오늘의 상태가 어떻게 달라졌는지가 더 중요할 때가 많다는 점입니다. 좋아지는 흐름이 꺾였다면, 그때는 진료를 받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