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다이빙, 숨 오래 참는 운동이라 괜찮다고 생각하고 계신가요?
건강검진센터에서 일하다 보면 운동을 꾸준히 하는 분들이 오히려 본인 몸을 과신하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프리다이빙을 하시는 분들도 비슷합니다. 폐활량이 좋고 수영을 잘하니까 괜찮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물속에서 숨을 참는 운동은 평소 체력과 별개로 위험 신호를 놓치기 쉽습니다. 겁을 드리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다만 어떤 증상은 쉬면 괜찮은 피로가 아니라 진료가 필요한 신호일 수 있습니다.
프리다이빙에서 가장 조심해야 할 건 숨이 차기 전의 위험입니다
프리다이빙은 산소통 없이 한 번 들이마신 공기로 물속에 들어갑니다. 문제는 우리 몸이 산소 부족을 항상 친절하게 알려주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숨이 막힐 것 같은 느낌은 산소가 떨어져서라기보다 이산화탄소가 쌓일 때 더 강하게 옵니다. 그래서 들어가기 전 과호흡을 하면 이산화탄소가 낮아져 숨참기 시간이 늘어난 것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산소는 계속 줄어듭니다. 숨이 급하지 않다고 느끼는 사이 뇌로 가는 산소가 부족해지면 의식이 흐려지거나 갑자기 실신할 수 있습니다. 이것을 저산소성 블랙아웃, 흔히 얕은 물 블랙아웃이라고 부릅니다. Divers Alert Network와 프리다이빙 안전교육 기관들이 반복해서 말하는 내용도 같습니다. 혼자 들어가지 말 것, 과호흡하지 말 것, 수면 위에 올라온 뒤에도 바로 괜찮다고 단정하지 말 것. 이 세 가지는 초보자에게만 해당되는 말이 아닙니다.
이런 증상이 있으면 그날 다이빙은 멈추는 게 안전합니다
물속에서는 작은 이상감도 크게 봐야 합니다. 특히 컨디션이 나쁜 날, 감기 기운이 있는 날, 잠을 못 잔 날에는 평소보다 훨씬 짧은 시간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병동에서 환자분들을 보다 보면 큰 사고 전에는 대개 사소한 신호가 먼저 있었던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냥 어지러웠다, 귀가 먹먹했다, 가슴이 조금 답답했다는 식입니다.
- 물에 들어가기 전부터 어지럽거나 머리가 무겁다
- 가슴 답답함, 두근거림, 흉통이 있다
- 숨을 충분히 쉬어도 공기가 부족한 느낌이 난다
- 감기, 축농증, 중이염 증상이 있어 귀나 얼굴 압박감이 심하다
- 전날 음주, 수면 부족, 설사나 구토로 탈수 가능성이 있다
- 최근 기절, 경련, 원인 모를 의식 저하가 있었다
특히 가슴 통증과 실신 경험은 가볍게 넘기면 안 됩니다. 젊고 운동을 잘하는 분에게도 부정맥, 천식, 심장 구조 이상, 빈혈, 갑상샘 문제 같은 변수가 숨어 있을 수 있습니다. 저는 진단하지 않습니다. 판단은 의사가 해야 합니다. 다만 이런 신호가 있다면 프리다이빙 계획보다 진료 예약이 먼저입니다.
귀 통증과 코막힘은 단순 불편이 아닐 수 있습니다
프리다이빙을 하다 보면 귀 압력 맞추기, 이퀄라이징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귀가 살짝 먹먹한 정도는 누구나 겪을 수 있지만, 통증이 있는데 억지로 내려가면 고막 손상이나 중이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코가 막혀 있거나 비염이 심한 날에는 압력 조절이 더 어렵습니다.
다이빙 후 귀에서 피가 나거나, 심한 통증이 지속되거나, 한쪽 청력이 떨어진 느낌이 있으면 이비인후과 진료가 필요합니다. 어지럼이 같이 오면 더 서둘러야 합니다. 단순히 귀에 물이 들어간 느낌이라고 넘기다가 며칠 뒤까지 균형감이 이상하다고 오는 분들도 있습니다. 귀는 작아 보여도 균형과 청력에 직접 연결된 기관이라 무리해서 버틸 곳이 아닙니다.
검진 결과에서 특히 봐야 할 수치가 있습니다
프리다이빙을 시작하기 전 건강검진표를 한 번 보는 것도 좋습니다. 운동을 한다고 해서 모든 수치가 안전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혈압이 반복해서 140/90mmHg 이상이라면 조절 상태를 확인해야 합니다. 안정 시 맥박이 너무 빠르거나 불규칙하다는 말을 들었다면 심전도 결과를 확인하는 게 좋습니다.
헤모글로빈 수치가 낮은 빈혈도 중요합니다. 산소를 실어 나르는 능력이 떨어져 있으면 숨참기 운동에서 피로감과 어지럼이 더 쉽게 올 수 있습니다. 당뇨가 있거나 저혈당을 겪은 적이 있는 분은 공복 상태로 무리하면 위험합니다. 천식이나 만성기침이 있는 분은 찬 공기, 찬물, 긴장으로 기관지가 예민해질 수 있어 담당 의사와 운동 범위를 상의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복용 중인 약도 확인이 필요합니다
혈압약, 안정제, 수면제, 항히스타민제, 일부 감기약은 졸림이나 어지럼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뇨제를 복용 중이라면 탈수에 더 취약할 수 있고, 항응고제나 항혈소판제를 복용하는 분은 외상이나 귀 손상 뒤 출혈을 더 주의해야 합니다. 약을 임의로 끊고 다이빙하는 것은 더 위험합니다. 담당 의사에게 프리다이빙을 한다고 말하고 본인에게 맞는 주의점을 듣는 게 낫습니다.
프리다이빙 후 이럴 땐 진료를 받으세요
물에서 나온 뒤 잠깐 어지럽다가 괜찮아졌다고 해도 증상이 반복되면 체크가 필요합니다. 특히 기침이 계속되거나 거품 섞인 가래, 피 섞인 가래가 나오면 바로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숨참기와 압력 변화 뒤에는 드물지만 폐 압력 손상이나 흡인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가슴 통증, 호흡곤란, 입술이 파래짐, 혼란감, 기억이 끊긴 느낌도 응급 신호입니다.
- 물속이나 수면 위에서 잠깐이라도 의식을 잃었다
- 다이빙 후 심한 두통, 구토, 말이 어눌함이 생겼다
- 가슴 통증이나 호흡곤란이 10분 이상 지속된다
- 기침, 피 섞인 가래, 쌕쌕거림이 새로 생겼다
- 귀 통증, 청력 저하, 심한 어지럼이 이어진다
- 심한 피로감과 멍한 느낌이 평소와 다르게 오래 간다
프리다이빙은 잘 배우면 몸의 감각을 섬세하게 느끼게 해주는 운동입니다. 그래서 더더욱 기록 경쟁이나 참는 습관으로 가면 안 됩니다. 안전한 버디, 교육받은 구조 절차, 무리하지 않는 깊이, 충분한 회복 시간이 기본입니다. 몸이 보내는 신호를 예민하게 보는 사람일수록 오래 즐길 수 있습니다. 별일 아니겠지 싶은 증상이 반복된다면, 그때는 물속으로 한 번 더 들어가기보다 진료실에서 확인받는 쪽이 훨씬 현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