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맥 치료법, 약만 먹으면 되는 걸까요?

검진센터에서 심전도 결과를 설명하다 보면 “부정맥이라고 적혀 있는데 큰일인가요?” 하고 묻는 분들이 참 많았습니다. 내과 병동에서는 반대로 가슴 두근거림을 몇 달씩 참다가 어지럼, 실신, 호흡곤란까지 와서 입원하는 분도 봤고요. 부정맥은 이름 하나로 묶이지만 실제 치료는 꽤 다릅니다. 맥이 너무 빠른지, 너무 느린지, 불규칙한지, 심장 구조에 문제가 있는지에 따라 길이 달라집니다.
저는 진단하지 않습니다. 치료 결정은 심장내과, 특히 부정맥을 보는 전기생리 전문의가 심전도와 검사 결과를 보고 판단합니다. 다만 병동에서 오래 본 입장에서는 “어느 정도면 지켜보고, 어느 정도면 병원에 가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알고 계셨으면 합니다.
부정맥 치료법은 왜 사람마다 다를까요?
부정맥은 심장의 전기 신호가 규칙적으로 흐르지 않을 때 생깁니다. 맥박이 분당 100회 이상으로 빠르게 뛰는 빈맥, 60회 미만으로 느린 서맥, 박자가 들쑥날쑥한 심방세동이나 조기수축처럼 양상이 다릅니다. 같은 “두근거림”이라도 커피를 많이 마신 뒤 생긴 일시적 조기수축과, 뇌졸중 위험을 올릴 수 있는 심방세동은 접근이 완전히 다릅니다.
진료실에서는 보통 12유도 심전도, 24시간 또는 48시간 홀터검사, 증상이 드문 경우 사건기록 심전도, 혈액검사, 갑상선 기능검사, 전해질 검사, 심장초음파 등을 함께 봅니다. “두근거린다”는 말만으로 약을 정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갑상선항진증, 빈혈, 탈수, 고열, 과음, 수면 부족, 감기약 성분 때문에 맥이 빨라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때는 부정맥 자체보다 원인을 교정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약물치료는 맥을 누르고 위험을 낮추는 역할입니다
부정맥 치료에서 약은 크게 세 방향으로 쓰입니다. 첫째, 심장이 너무 빠르게 뛰지 않도록 속도를 낮추는 약입니다. 베타차단제, 칼슘통로차단제 같은 약이 여기에 들어갑니다. 둘째, 불규칙한 리듬 자체를 줄이기 위한 항부정맥제입니다. 셋째, 심방세동처럼 혈전이 생길 위험이 있는 경우 뇌졸중을 줄이기 위한 항응고제를 씁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이 있습니다. 항응고제는 “피를 묽게 하는 약”이라고만 알고 임의로 끊으면 위험합니다. 치과치료, 내시경, 수술을 앞두고 중단이 필요한 경우도 있지만, 반드시 처방한 의료진과 상의해야 합니다. 반대로 멍이 갑자기 많이 들거나, 코피가 오래 멈추지 않거나, 검은 변이나 혈뇨가 있으면 약 부작용 평가가 필요합니다.
항부정맥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약은 심전도 간격을 늘리거나 다른 리듬 문제를 만들 수 있어 정기 심전도와 혈액검사가 필요합니다. “먹으니 괜찮아져서 끊었다”가 가장 곤란한 경우입니다. 증상이 줄어든 것과 부정맥 위험이 사라진 것은 같은 말이 아닙니다.
전극도자절제술은 어떤 경우에 생각하나요?
질병관리청과 주요 심장 전문기관 안내에서도 전극도자절제술은 특정 부정맥에서 중요한 치료로 설명됩니다. 다리 쪽 혈관 등을 통해 가느다란 관을 심장 안으로 넣고, 비정상 전기 신호가 나오는 부위를 고주파 열이나 냉각 에너지로 처리해 신호 길을 차단하는 방식입니다.
발작성 상심실성빈맥처럼 갑자기 맥이 150회, 180회까지 뛰었다가 멈추는 부정맥은 절제술 효과가 좋은 편입니다. 심방세동도 약물로 조절이 어렵거나 증상이 반복되는 경우 절제술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다만 한 번으로 끝난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부정맥 종류, 심방 크기, 동반 질환, 지속 기간에 따라 재발 가능성이 있고, 시술 후에도 한동안 약을 이어가는 분이 많습니다.
병동에서 보면 시술 자체보다 이후 관리가 더 중요할 때가 있습니다. 시술 부위 출혈, 멍, 통증, 발열, 흉통, 심한 호흡곤란이 있으면 바로 확인해야 합니다. 퇴원할 때 “괜찮아 보인다”는 말만 믿고 무리하게 운동하거나 사우나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의료진이 정한 활동 제한 기간은 지키는 편이 낫습니다.
느린 부정맥에는 심박동기, 위험한 빈맥에는 제세동기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맥이 느린 서맥은 약으로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특히 완전방실차단처럼 심장의 전기 신호가 아래로 잘 전달되지 않거나, 긴 정지가 생기면서 실신하는 경우에는 심박동기를 삽입합니다. 심박동기는 심장이 너무 느리게 뛰지 않도록 전기 자극을 보내는 장치입니다. 피곤함, 어지럼, 숨참, 실신이 줄어 삶의 질이 확 좋아지는 분들도 봤습니다.
반대로 심실빈맥, 심실세동처럼 갑작스러운 심정지와 연결될 수 있는 위험한 부정맥에서는 삽입형 제세동기를 고려합니다. 이 장치는 심장 리듬을 계속 감시하다가 위험한 리듬이 잡히면 전기충격으로 정상 리듬 회복을 돕습니다. 심박동기와 제세동기는 목적이 다릅니다. 하나는 너무 느린 맥을 받쳐주는 장치에 가깝고, 다른 하나는 생명을 위협하는 빠른 부정맥을 감시하고 대응하는 장치입니다.
기기를 넣었다면 자석, 일부 의료장비, 강한 전기장 환경에 대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휴대전화나 생활가전 대부분은 큰 문제가 없지만, 기기 종류마다 권고가 다를 수 있어 퇴원 교육을 꼼꼼히 듣는 것이 좋습니다. MRI 가능 여부도 기기 모델에 따라 달라 병원에 미리 알려야 합니다.
생활관리는 치료를 대신하지 않지만 재발을 줄이는 데 중요합니다
부정맥은 생활습관만으로 다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유발 요인을 줄이면 응급실 방문 횟수가 줄어드는 분들이 있습니다. 카페인, 과음, 수면 부족, 탈수, 과로, 감기약 중 일부 성분, 에너지음료가 대표적입니다. 특히 술을 마신 다음 날 심방세동이 반복되는 분들이 꽤 있습니다.
- 평소 안정 시 맥박을 가끔 재어 자신의 기준을 알아두기
- 두근거림이 생긴 시간, 지속 시간, 맥박수, 동반 증상을 기록하기
- 처방약은 임의로 줄이거나 끊지 않기
- 새 영양제나 감기약을 먹기 전 복용 중인 심장약과 충돌 가능성 확인하기
- 고혈압, 당뇨, 수면무호흡, 갑상선 질환을 같이 관리하기
스마트워치에서 불규칙 맥박 알림이 떴다고 바로 큰 병이라고 볼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알림이 반복되거나 실제로 두근거림, 어지럼, 흉부 불편감이 같이 있으면 심전도로 확인해야 합니다. 기계 알림은 진단이 아니라 “확인해보라”는 신호에 가깝습니다.
이럴 땐 진료를 받으세요
가슴 두근거림이 몇 초 지나 사라지고 컨디션이 괜찮다면 외래 예약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다음 증상이 있으면 미루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흉통, 식은땀, 호흡곤란, 실신 또는 실신할 것 같은 느낌, 한쪽 팔다리 힘 빠짐이나 말 어눌함, 안정해도 맥박이 120회 이상으로 계속 지속되는 경우, 맥박이 40회 이하이면서 어지럽거나 숨찬 경우입니다.
특히 심장병 병력, 심근경색 과거력, 심부전, 뇌졸중, 고혈압, 당뇨가 있는 분은 기준을 더 낮게 잡아야 합니다. “조금 쉬면 낫겠지” 하다가 혈전 문제나 심부전 악화로 이어지는 경우를 병동에서 여러 번 봤습니다. 부정맥 치료법은 약, 시술, 기기, 생활관리 중 하나만 고르는 문제가 아니라 내 심장 상태에 맞춰 조합하는 과정입니다. 두근거림을 겁낼 필요는 없지만, 반복되는 신호를 너무 오래 혼자 판단하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