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병원이 무릎 인공관절 수술 시 말초신경차단술, 수술 전 탄수화물 섭취 등의 조기 회복 프로그램을 도입해 환자 통증을 줄이는 동시에 회복 기간을 단축하는 등 치료 효과를 높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브란스병원 정형외과 박관규·권혁민, 마취통증의학과 최용선·이보라 교수팀은 무릎 인공관절 수술에서 조기 회복 프로그램을 도입해 환자가 느끼는 통증을 최대 절반 가까이 감소시키고 수술 회복기간을 앞당겼다고 15일 밝혔다.
퇴행성 무릎 관절염은 관절의 연골과 주변 뼈가 마모되는 병으로 중증 환자에서는 인공관절 수술을 고려한다. 인공관절 수술은 오랜 시간에 거쳐 관절 기능 회복 등 효과와 안정성을 검증받았다. 하지만 수술 직후 환자가 느끼는 극심한 통증으로 재활을 빠르게 시행하지 못한다는 문제가 있다.
세브란스병원 정형외과, 마취통증의학과 팀은 인공관절 수술 영역에서 조기 회복 프로그램 ERAS(Enhanced recovery after surgery)을 적극적으로 도입해 환자의 통증 감소와 빠른 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조기 회복 프로그램은 ▲수술 당일 아침 탄수화물 음료 섭취와 금식 시간 단축 ▲기존 마취에 더해 수술 중 관절 주위 약물 투여와 수술 직후 수술 부위 신경을 차단하는 부위 마취인 말초신경차단술 실시 ▲수술 전 빈혈 관리로 질병 전파 우려가 있는 수혈량 감소 ▲운동 능력을 향상시키는 조기 재활 실시 등으로 구성된다. 이외에도 의료진은 수술 전 상담과 교육, 금연·금주 유도, 수술 후 항구토제·철분제·지혈제 처방 등을 통해 빠른 회복과 합병증 최소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 여러 임상과에서 개별적으로 시행해오던 진료를 통합한 만큼 정형외과, 마취통증의학과, 재활의학과, 간호사, 영양사 등 많은 임상과와 부서들의 치료 노하우를 모은 프로그램이다.
박관규·권혁민·최용선·이보라 교수팀은 프로그램에 관한 연구 발표를 이어오며 실제 치료 효과를 인정받고 있다.
먼저 연구팀은 말초신경차단술을 진통제를 정맥에 지속적으로 주입하는 전통적인 통증 조절 방법인 정맥 통증자가조절장치와 비교해 신경차단술의 우수한 효과를 국제학술지인 ‘임상의학저널’(Journal of Clinical Medicine, IF 4.96)에 발표했다. 수술 환자가 느끼는 통증 지수(0~10점, 최고 통증 10점)를 신경차단술 환자와 정맥 통증자가조절장치 환자를 대상으로 각각 조사했다. 신경차단술 환자의 경우 수술 당일 평균 3점, 이틀째 2점으로 정맥 통증자가조절장 환자의 각 6점, 3점에 비해 절반에 가까운 통증 감소 효과를 보였다.
또 말초신경차단술의 방법과 적용할 최적의 부위를 찾는 연구 결과를 마취통증의학과 국제학술지인 ‘부위마취 및 통증의학’(Regional Anesthesia and Pain Medicine, IF 6.29)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대퇴사두근을 구성하는 부위인 대퇴삼각, 내전근관 근위부, 내전근관 원위부에 각각 차단술을 적용한 결과, 내전근관 원위부를 차단하는 것이 근력 약화를 최소화하며 통증 감소 효과가 가장 컸다.
이러한 통증 감소는 빠른 회복으로 이어진다. 수술 직후 극심한 통증은 환자가 통증에 예민해지는 ‘감작’ 현상을 보이게 한다. 그만큼 재활 시기와 효과를 낮추는데 신경차단술은 이러한 부작용을 감소시켜 재활 시작은 물론 회복을 앞당긴다.
이와 함께, 연구팀은 수술을 앞두고 수술 당일에 탄수화물 음료를 섭취해 금식 시간을 최소화하는 방법에 관한 다양한 연구를 진행했다. 수술 중 음식물이 폐에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수술 전날 저녁 이후 금식이 보통이었다. 하지만 장기간 금식은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이 역할을 못하게 하는 부작용이 있다. 수술날 탄수화물 음료 섭취가 이러한 부작용을 예방해 전신 마취 후 회복이 빠르다는 결과를 확인했다. 연구 성과는 미국정형외과학회의 공식저널인 ‘미국정형외과학회 저널’(The Journal of American Academy of Orthropaedic Surgeon, IF 4.0) 등에 게재됐다.
박관규 교수는 “인공관절 수술 분야에서 조기 회복 프로그램은 다양한 임상과의 다학제 진료를 기반으로 지금까지 쌓아온 세브란스병원의 임상 역량을 종합한 결과”라고 말했으며, 최용선 교수는 “환자 통증을 최대한으로 줄이며 일상 회복을 앞당길 수 있도록 프로그램의 업그레이드에 최선을 다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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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