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합병증, 증상이 없는데도 검사해야 할까요?

병동에서 당뇨가 오래된 분들을 만나면 자주 듣는 말이 있습니다. “혈당은 좀 높아도 별 증상은 없었어요.” 그런데 당뇨병 합병증은 바로 그 지점이 어렵습니다. 아프거나 불편해서 알아차리는 병이라기보다, 조용히 진행되다가 눈, 콩팥, 발, 심장 쪽 문제로 드러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18년 동안 내과 병동과 건강검진센터에서 일하면서 같은 당뇨라도 경과가 정말 다르다는 걸 많이 봤습니다. 어떤 분은 혈당 수치가 아주 높지 않아도 신경 증상이 먼저 오고, 어떤 분은 시야가 흐려져서 안과에 갔다가 당뇨 조절이 안 된 걸 확인합니다. 그래서 당뇨병 합병증은 “지금 불편한가”보다 “정기적으로 확인하고 있는가”가 더 중요합니다.
왜 합병증은 늦게 느껴질까요?
당뇨병은 혈액 속 포도당이 높은 상태가 오래 이어지는 병입니다. 혈당이 높으면 작은 혈관과 신경이 서서히 손상될 수 있습니다.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에서도 당뇨병 합병증으로 망막병증, 신경병증, 신장병증 등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손상이 초기에 크게 아프지 않다는 겁니다. 눈의 망막, 콩팥의 미세혈관, 발끝 신경은 어느 정도 손상이 진행되기 전까지 신호가 약합니다. 검진센터에서 “소변에 단백이 조금 나온다”거나 “신장 기능 수치가 전보다 떨어졌다”는 설명을 듣고도 몸은 멀쩡하니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분들이 있습니다. 근데 그 시기가 오히려 관리 방향을 바꿀 수 있는 중요한 때입니다.
눈, 콩팥, 발은 꼭 따로 봐야 합니다
당뇨병 합병증이라고 하면 보통 혈당만 생각하는데, 실제 진료에서는 장기별로 확인합니다. 대한당뇨병학회 안내에 따르면 2형 당뇨병은 진단 당시 이미 당뇨가 숨어 있던 기간이 있었을 수 있어, 진단과 동시에 안과 검진을 받는 것이 권고됩니다. 이후에는 보통 매년 확인하고, 상태가 안정적이면 의사가 간격을 조절합니다.
눈 합병증은 시력이 떨어진 뒤에야 알면 늦을 수 있습니다. 흐릿함, 비문증, 갑작스러운 시야 변화가 있으면 기다리지 않는 게 좋습니다. “노안이겠지” 하고 넘겼다가 망막 출혈이나 부종이 발견되는 경우도 봤습니다.
콩팥은 소변검사와 혈액검사로 봅니다. 요알부민, 단백뇨, 혈청 크레아티닌, 추정 사구체여과율 같은 항목이 여기에 들어갑니다. 콩팥 기능은 한 번 떨어지면 회복이 쉽지 않은 경우가 많아서, 수치가 살짝 흔들릴 때부터 혈압과 혈당을 같이 관리해야 합니다.
발과 신경도 중요합니다. 발끝 저림, 화끈거림, 감각 둔함, 자다가 쥐가 나는 느낌이 반복되면 말초신경병증을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발에 상처가 났는데 통증이 별로 없거나, 물집과 굳은살이 잘 생기거나, 발 색이 달라지면 진료가 필요합니다.
검사 수치에서 봐야 할 기준선
당화혈색소는 최근 약 2~3개월 혈당 흐름을 보여주는 대표 수치입니다. 일반적으로 당뇨 진단 기준은 당화혈색소 6.5% 이상입니다. 이미 당뇨병이 있는 분의 조절 목표는 나이, 저혈당 위험, 동반질환에 따라 달라집니다. 젊고 큰 합병증이 없으면 6.5~7% 전후를 목표로 잡는 경우가 많지만, 고령이거나 심한 저혈당 위험이 있으면 목표를 더 여유 있게 잡기도 합니다.
공복혈당은 126mg/dL 이상이면 당뇨병 범위로 봅니다. 식후 2시간 혈당은 200mg/dL 이상이면 당뇨병 범위입니다. 다만 집에서 잰 혈당 한 번으로 진단하지는 않습니다. 반복 측정, 증상, 혈액검사 결과를 의사가 함께 봅니다.
당뇨병 합병증을 막으려면 혈당만 보지 말고 혈압과 콜레스테롤도 같이 봐야 합니다. 혈압이 높으면 콩팥과 눈 혈관에 부담이 커지고, LDL 콜레스테롤이 높으면 심근경색과 뇌졸중 위험이 올라갑니다. 건강검진 결과지를 볼 때 당화혈색소만 동그라미 치지 말고 혈압, LDL, 중성지방, 소변 단백, 크레아티닌까지 같이 보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이런 증상은 미루지 마세요
제가 병동에서 가장 안타깝게 봤던 경우는 상처였습니다. 발가락에 작은 상처가 생겼는데 “연고 바르면 낫겠지” 하다가 감염이 깊어진 분들이 있었습니다. 당뇨가 있으면 상처 회복이 늦고, 감각이 둔하면 통증으로 심각도를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 갑자기 시야가 흐려지거나 검은 점, 번쩍임, 시야 가림이 생긴 경우
- 발에 상처, 물집, 진물, 붓기, 열감, 색 변화가 있는 경우
- 발끝 저림이나 화끈거림이 계속되거나 감각이 둔해진 경우
- 소변 거품이 많아지거나 몸이 붓고 혈압이 오른 경우
- 가슴 통증, 숨참, 식은땀, 한쪽 팔다리 힘 빠짐, 말 어눌함이 생긴 경우
- 혈당이 300mg/dL 이상으로 반복되거나, 구토·심한 갈증·의식 저하가 동반되는 경우
- 저혈당 증상과 함께 혈당이 70mg/dL 미만으로 떨어지는 일이 반복되는 경우
특히 가슴 통증, 한쪽 마비, 말이 어눌해짐, 의식 변화는 당뇨 합병증 설명 이전에 응급 상황으로 봐야 합니다. 집에서 지켜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손해가 큽니다.
생활관리보다 먼저 필요한 것은 확인입니다
솔직히 식사, 운동, 체중관리 이야기는 당뇨 환자분들이 이미 많이 들으셨을 겁니다. 그런데 “열심히 해야 한다”는 말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지금 내 눈, 콩팥, 발 신경, 혈관이 어느 정도 상태인지 확인해야 생활관리도 방향이 생깁니다.
진단받은 지 오래됐는데 최근 1년 안에 안과 검진을 안 받았다면 예약을 잡는 편이 좋습니다. 소변 미세알부민이나 신장 기능 검사를 한 적이 가물가물하다면 다음 진료 때 검사 여부를 물어보세요. 발 저림이 있는데 혈당약만 조절하고 있었다면 신경병증 평가가 필요한지 상담하는 게 맞습니다.
저는 당뇨병 합병증을 겁내기보다, 검사로 먼저 잡아내는 병이라고 생각합니다. 몸이 조용하다고 안심만 하기에는 당뇨가 지나가는 길이 너무 넓습니다. 눈이 흐려지고, 발 상처가 낫지 않고, 소변검사 이상이 반복되고, 흉통이나 마비 증상이 있다면 그때는 참지 말고 진료를 받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