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병

도움말: 열린사랑의원 김경수 원장

▲ 열린사랑의원 김경수 원장 

수년 전 한 정형외과 원장님을 만나기 위해 그 병원을 찾아가 로비에 앉아 있었다. 로비에는 환자와 환자의 보호자들이 드문드문 앉아 있었는데, 그 중 70대로 보이는 어느 할머니께서 혼잣말로 이렇게 말했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병이 뭔지 알아?”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질문에 대해 많은 만성 난치성 질환들을 떠올릴 것이다. 동시에 현재 가장 치료하기 힘들다는 암, 치매, 파킨슨병이라고 대답할 수도 있다. 암이나 치매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질병임에 틀림없기 때문이다. 그 로비에 앉아 있는 이들 중 대답을 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지만, 저마다 마음속으로는 떠오르는 대답이 있었을 것이다.

할머니께서는 스스로 묻고 또 스스로 대답하셨다. “비염이야 비염! 내가 비염을 40년을 앓았는데 어떤 치료를 해도 낫지를 않고 그 고통은 이루 말로 다 표현을 못 해!” 전혀 예상치 못한 할머니의 자문자답이었다.

필자는 그 순간 깨달았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병은 '자기가 앓고 있는 병'이라는 것을.

필자는 비염을 앓고 있는 환자들을 만나며 알러지 비염에 대해 연구했다. 그 연구를 바탕으로 수년 전 MD저널에 알러지 비염의 발병 원인과 치료 원리를 기능의학적으로 밝혔다.

비염은 외래에서 가장 흔하게 보는 질환 중의 하나이며, 환자들 대부분은 치료가 안되는 병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알러지 비염에 대한 자연통합의학적 원리를 밝혀 드리고자 한다.

필자를 찾아온 60대 환자는 알러지 비염을 11년째 앓고 있었다. 비염을 치료하기 위해 이비인후과 11군데를 다녀봤으나 호전되지 않았다. 이 환자는 필자의 병원 앞을 우연히 지나가다가 ‘이 병원에는 본인의 비염을 치료할 수 있는 특효약이 있을까’하고 필자에게 진료를 받게 됐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환자는 치료 시작 한 달 만에 비염 증상이 완전히 개선됐다.

건설업을 하는 이 환자는 첫째, 구조적인 문제로 우측 상부의 대구치 2번이 상실된 채로 있었고, 이로 인해 턱관절 불균형과 안면 비대칭이 심한 상태였다.

둘째, 기능의학적 문제로 1주일에 7회의 술을 저녁마다 먹었으며, 혈액검사 상 장누수증 소견을 보였다. 이러한 문제들을 제거해 주기 위한 도수치료와 수액치료가 행해졌고, 당영양소를 근간으로 하는 해독요법을 보조요법으로 하여 치료 시작한 지 한 달 반 만에 증상이 깨끗하게 개선된 것이다.


필자가 세상에서 가장 치료하기 쉬운 질병이 알러지 비염이라고 한다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자만과 과장에 가깝다고 비난을 받을 수도 있겠다’라는 조심스러운 마음이 들면서도, 이 질병의 원리와 치료법에 대해 소개를 하고자 한다. 필자의 자연통합의료의 삼원론에 입각하면 알러지 비염에는 구조적인 원인, 기능적인 원인, 의식의 원인 이렇게 세 가지 영역에서 설명된다.

첫 번째, 구조적인 원인으로 턱관절의 불균형을 들 수 있다. 턱관절은 인체 내에서 매우 예민한 구조물이다. 턱관절에서 소리가 난다거나 턱관절에 통증이 있다면 이것은 명백하게 턱관절 장애의 증상이다.

직접적인 턱관절 증상으로 턱관절의 장애를 알 수 있는 경우도 있지만, 특별히 턱관절에 증상이 없어도 이 관절의 균형이 미세하게 깨지게 되면 이로 인해 중추신경계와 척수신경계, 그리고 자율신경계에 영향을 미친다.

턱관절의 균형을 깨뜨리는 주요 원인은 치아의 부정교합, 치아를 상실한 채로 오래 방치한 경우, 물리적인 외부 충격 등이다. 교통사고로 경추와 어깨 부위를 다쳤는지 여부, 과거에 넘어져서 안면을 다쳤거나 높은 곳에서 떨어져 엉덩방아를 찧었다던가 미끄러져서 어깨를 다친 경우 등 다양한 외상으로 턱관절의 균형이 깨진다.

이외에도 씹는 것이 불편해서 오랫동안 편측저작을 한 경우, 딱딱한 오징어, 쥐포, 껌 등을 즐겨 먹는 습관, 선천적으로 불균형인 경우 등 다양한 원인들이 있다. 그래서 초진 시에는 꼭 위와 같은 일들이 있었는지 필수적으로 묻는다.


턱관절의 불균형이 비염을 초래하는 원리는 다음과 같다.


턱관절과 접형골이 접형하악인대(sphenoomandibular ligament)로 연결돼 있어서 턱관절의 불균형은 접형골의 불균형을 초래한다. 12개의 뇌신경 중 제 3신경, 제 4신경, 제 5신경의 제 1지인 안신경, 제6 신경이 접형골에 있는 상안와열( supraorbital fissure)이라는 틈새를 통해 안면에 있는 눈과 코를 지배한다. 비중격을 지배하는 신경이 제 5번 신경의 제 1번 분지이다. 그렇기때문에 비중격의 점막층으로 가는 신경지배가 막히게 되면 비중격의 점막층은 자연스레 손상을 입게 된다.


두 번째로 기능적인 문제의 핵심은 바로 식습관이다. 비중격은 당단백이라고 하는 점막으로 덮여있다. 이 점막이 집먼지, 꽃가루, 바이러스, 세균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당단백은 당영양소와 이를 분해하는 유산균, 단백질, 풍부한 수분이 필요하다. 당영양소는 탄수화물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포도당 외에 갈락토즈, 만노즈 등의 다당체인데, 이는 풍부한 통곡류의 현미 잡곡밥과 녹황색 야채류, 버섯류에서 얻을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현대인들의 서구화된 식생활의 변화로 인해, 라면이나 빵, 국수, 피자, 치킨 등의 정제되고 가공된 음식들이 우리 식단의 주를 차지하게 된 점이다. 이런 식단에서는 점막을 형성하는데 필수적인 다당체의 원료인 당영양소를 공급받을 수가 없다. 그러므로 점막의 당화에 결함이 생겨 정상적인 점막이 갖는 방어막이 깨지게 되며, 각종 알러지를 유발하는 독소들로부터 공격을 받기 쉬워진다.

당영양소의 결함에 이어 들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인 중의 하나는 탈수를 유발하는 생활습관이다. 따뜻한 국물요리를 먹는 대신에 차가운 아이스커피를 즐겨 먹거나, 지나친 운동과 사우나 등은 탈수를 유발해 점막층을 건조하게 만들어 점액의 방어기능을 약화시킨다. 점막을 형성하는 다당체는 물을 끌어당기는 성질이 있어서 건강한 점막을 위해 적절한 수분공급이 필수이다.

세 번째로 의식을 빼놓을 수 없다. 필자의 자연통합의료의 핵심은 의식이다. 앞에서 살펴본 대로 구조적인 불균형의 핵심은 턱관절의 불균형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이 턱관절은 의식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수많은 임상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X-선상 턱관절 균형이 아무리 심하게 깨져 있다고 하더라도, 성품이 온화하고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사람들은 질병이 그리 많지 않다.

필자가 구조, 기능, 의식 이렇게 세 영역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이 바로 의식인 이유이다. 질병을 앓는 사람들 중에서 긍정적이고 낙천적이며 항상 웃는 환자들은 질병이 있더라도 치료를 통해서 빠르게 치유된다. 반대로, 부정적인 사고방식, 성격이 조급하고 난폭한 사람들은 똑같은 치료과정을 거쳐도 치유로 이르는 과정이 무척 더디다.

그래서 필자는 완벽주의적 성향이 강해 열심히 사는 분들에게 “100을 하려고 하지 말고, 60만 하고 살라”고 권고한다. 좋은 직장인, 좋은 며느리, 좋은 자녀, 좋은 엄마, 좋은 아빠가 되려고 하다 보면 강박과 집착을 갖게 된다. 그래서 이제는 무엇보다도 좋은 나가 되어보시라고 권고하는 것이다.

누구보다도 자기 자신을 가장 먼저 사랑해 줘야 한다. 그래서 병든 자신의 몸과 화해하고 소통해야 한다. 그 비결은 바로 ‘미안합니다, 용서하세요,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이 네 가지 주문이다.
몸과 영혼이 서로 소통하지 못해 초래된 것이 질병이라면, 사람과 사람 간의 갈등과 분노를 해결하는 방법도 바로 이 미·용·감·사에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미·용·감·사는 스스로 건강해지는 비결이고, 인간관계가 건강해지는 비결이고 더 나아가 우리 사회가 건강해지는 비결이 될 수 있다. 그래서 필자는 오늘도 환자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한다. 미안합니다, 용서하세요,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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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이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