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면역의 주체인 당사슬에서 자가면역질환의 치료 가능성을 보다

도움말: 김경수 열린사랑의원 원장

▲ 김경수 열린사랑의원 원장
의과대학 다니던 시절, 혈액형 ABO 타입에 따라 항원 항체 반응을 하는 실험을 할 때였다. A형의 피에 B형 피를 넣으면 항원 항체 반응을 일으켜 응집을 일으키는 실험을 하면서 ‘서로 다른 피가 만나 응집을 일으키는 주체가 과연 무엇일까’라고 궁금했었다.

학교를 졸업한지 22년이 지난 뒤 당생물학이라는 학문을 접하면서 그것의 주체가 바로 ‘당’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ABO혈액형 시스템은 1900년도 란드스타이너에 의해 발견되었는데, 이 시스템은 수혈을 하는데 있어서 적합성과 부적합성을 결정짓는 매우 중요한 혈액형 분류 시스템이다.

적혈구 표면의 항원 항체 반응을 일으키는 주체는 바로 ‘당’이다. 적혈구 표면의 지질에 O형의 세포막에는 ‘글루코즈-갈락토즈-N아세틸갈락토사민-갈락토즈-퓨코즈’로 연결되어 있다.O형의 세포막 표면의 당사슬 말단에 N아세틸갈락토사민이 부착되면 A형이 되고 갈락토즈가 부착되면 B형이 된다. N아세틸갈락토사민과 갈락토즈, 두 가지 당사슬이 부착되면 AB형이 된다. 당 하나의 차이로 혈액혈이 결정되고 이는 수혈반응의 적합성으로 이어져 생사를 오가는 매우 중요한 정보가 이 당 하나에 담겨 있는 것이다.

당질체는 유전체와 단백질체, 지질에 이어 제4의 생명정보를 담고 있는 생명분자이다. 이 당이 생명정보체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에 대해서 처음 교과서에 실린 것은 로버트 머레이 박사가 저자로 되어 있는 1996년 하퍼의 생화학 교과서 당단백질 편에서이다. ‘자연계에 200여개의 단당류가 존재하는데 인체에는 8가지의 단당류가 당단백의 형태로 존재한다’라고 기술하고 있다.

머레이 박사는 자가면역질환의 대표격인 류마티스 관절염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이 질환은 면역글로블린 G에서 갈락토즈라는 당화의 결함이 있고 그 말단이 N아세틸글루코사민으로 끝이 난다. 간에서 생성된 만노즈결합단백질과 갈락토즈가 결여된 면역글로블린이 결합되어 보체 시스템을 활성화하고 이는 관절의 활막에 염증을 유발한다고 류마티스 관절염의 발병기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들의 면역글로블린에 당화의 결함이 있다는 것을 발견한 이후로 자가면역질환의 병리생리학에 있어서 당사슬의 역할이 조명되고 그 증거들이 증가하고 있다. 자가면역질환의 가장 기본적인 개념은 자기 세포를 적으로 인식하여 공격한다는 이론인데 이 인식의 주체가 바로 당인 것이다. 당은 자기냐 비자기냐를 구별하는 가장 기초적인 것을 결정지어주는 정보체이다. 세포의 정체성이 바로 이 당에 담겨 있으므로 당사슬이 자가면역질환의 병리생리학에 있어서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2015년도 <자가면역질환 저널지>에서 E. Maverakis외의 학자들은 자가면역질환과 변형된 당사슬과의 관련성을 밝혔다. 류마티스관절염 외에 IgA신증, HS purpura, 중증 근무력증, 쇼그렌 증후군과 같은 자가면역질환들에서 면역글로블린의 갈락토즈 또는 시알산이 감소되어 있다는 특징을 알아낸 것이다.

필자의 자연통합의학적 치료를 원해 찾아오는 환자분들 중 혈소판 감소증, 크론병, 쇼그렌 증후군, 자가면역 간염 또는 간경화 진단을 받은 자가면역질환 환자분들이 내원하시어 증상의 개선 또는 완치를 보이고 있다. 치료의 과학적 근거는 바로 자가면역질환의 근본원인이 당사슬의 결함 또는 변형에 있다라는 당생물학적 원리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 환자들을 문진을 하다보면 발병이 되기 전까지 잘못된 식습관이 눈에 띄게 공통적으로 발견된다. 예를 들면 커피와 쵸코바를 주식으로 한다던가, 밥에 물 말아서 먹는 것이 끼니의 전부이던가, 커피와 토스트 외에는 균형 잡힌 식사를 섭취하지 않는다던가 또는 라면이나 국수 등 밀가루 음식을 주식으로 먹는 것 등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당사슬을 형성해 주는 필수 당인 여덟 가지 당영양소는 절대적으로 이런 나쁜 탄수화물을 통해 공급받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잘못된 식생활을 통해 제대로된 당영양소의 공급받지 못해 당사슬의 결함을 초래하고 이것이 질병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자연통합의료는 결핍된 영양소를 채워줌으로써 인체가 스스로 치유할 수 있도록 돕는 의학이다. 그중에서도 질병 발병에 근본 원인이 되는 당화의 결함을 채워줄 수 있는 당영양소의 공급이 가장 핵심적인 요소이다.
현대는 가공산업의 범람과 산업농으로 인해 생산된 먹거리에 영양소가 결핍되어서 오는 질병이 대부분이라는 것인데 이를 두고 우리는 식원병, 즉 음식으로 인해 생긴 병이라고 부른다.
음식으로 생긴 병은 약으로 고칠 수 없고 음식으로 고쳐야 한다라고 외치던 의성 히포크라테스형의 말은 지금 이 시대에 절대적 진리로 다가온다.

류마티스 관절염, 강직성 척추염, 자가면역 간염, 자가면역 뇌염, 자가면역 유선염등 점점 늘어나는 자가면역질환으로부터 우리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좋은 탄수화물을 통해 우리 몸에 필수인 당영양소를 공급해주어 건강을 지키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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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재회 기자 다른기사보기